드론으로  ‘인생 2막’ 창공을 날다

장문기 드론아이디 대표(오른쪽)와 신동연 부대표가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인터뷰/ 드론아이디 장문기 대표 & 신동연 부대표

[한경 머니=이윤경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 사진제공 드론아이디]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장식한 드론 오륜기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드론 1000여 대가 펼친 빛의 향연은 감동 그 자체. 드론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한 축으로 자리를 공고히 한 순간이었다. 드론에 일찍이 눈을 떠 인생 2막에 양 날개를 단 이들을 만났다.

“이게 산업용 드론이에요. 조그마한 몸체에 카메라를 매달고 날아다니면서 건물을 입체적으로 찍고 데이터로도 저장하죠. 사람이 헬기 타고 다니며 항공 촬영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세상 좋아지지 않았나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드론아이디 사무실. 너른 공간에 멋들어진 무인항공기 드론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 다루듯 조심스레 드론 하나를 집어 든 신동연 드론아이디 부대표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고백하건대, 드론을 그저 키덜트(kid+adult)들의 비싼 장난감 비행기쯤으로 생각했다.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후 대비용으로 드론 자격증을 땄다”는 어느 가수의 이야기에 솔깃했다가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라이트 쇼에서 물 만난 드론의 기술력을 보고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취미로 시작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까지. 드론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 ‘1세대 드론맨’들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드론 플랫폼 업체 드론아이디에는 올 초 경사가 있었다.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인텔 드론 제품의 국내 판매 계약이 성사된 것. 아시아 업체로서는 처음 인텔이 생산하는 산업용 드론과 소프트웨어인 인텔 팔콘 8+ 무인항공기 시스템(UAS)을 국내에 공급한다. 지역 대리점 사업자인 ‘로컬 스테이션(local station)’도 모집 중이다. 장문기 드론아이디 대표는 팔콘 8+ 드론의 다양한 쓰임에 대해 설명했다.

“팔콘 8+ 드론은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3차원(3D)으로 만드는 산업용 드론 플랫폼이에요. 산업용 데이터 수집과 처리, 보고 기능을 갖춰 건축, 토목, 농업, 임업 등 각종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여러 형태의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을 예로 들면, 공사 초기 단계에 토사량을 항공 촬영해 3D 데이터를 산출해 측량 작업 기간을 일주일에서 하루로 단축하는 식이죠. 해상도 카메라와 열 감지 카메라가 안전진단 및 점검과 측량, 매핑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거라고 봅니다. 미래에는 드론이 더 넓은 범위, 더 빠른 속도로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주는 기기이자 미디어가 될 것입니다.”


◆항공사진 찍던 기자, 드론을 만나다

직장 동료였던 장문기 대표와 신동연 부대표는 일찍이 드론에 눈을 떴다. 십수 년간 종합일간지 사진기자로 재직하며 헬기를 타고 항공사진을 찍을 경험이 많았다. 백령도, 독도, 제주도 등 독보적인 섬 사진도 남겼다.

마흔 셋에 간(肝)의 이상신호로 사진기자 생활을 접어야 했던 장 대표는 건강을 회복한 뒤 2010년 우연히 드론을 접하게 됐다. 헬기를 타고 나가면 피사체 주위를 한 바퀴 빙 돌아오는 동안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원하는 컷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더 가까이, 늘 새로운 사진을 찍고 싶었던 그의 욕구를 드론이 채워주었다.

“하늘을 날수록 더 높이 날고 싶고, 볼 수 없는 곳까지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군요. 드론은 시야를 제대로 넓혀주었죠. 프리랜서 시절 해외 로케 작업 의뢰가 들어왔어요. 헬기는 비싸니 직접 무인 헬기를 조립해 카메라를 장착해 촬영을 했는데 꽤 만족스러웠어요. 호응도 대단했죠. 이후 영화, 광고 영상 제작사에서 항공 촬영 문의가 줄을 이어 소위 전문가가 됐습니다.”

201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장 대표는 드론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조합을 설립했다. 기술과 정보를 공유할 단체와 자금, 기술력을 모으고 홍보도 할 수 있는 조직체가 필요했다. 드론 제조, 개발, 수리, 촬영, 수입에 관련된 드론 관계자들과 빅데이터, 언론, 법조계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 및 법인이 한국드론협동조합을 꾸렸다. 항공 촬영 사업, 드론 관련 전시회 및 경영대회, 드론 제작 및 수리,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갔다.

그중에서도 장 대표는 상업용 드론이 확산될 것에 대비해 지난 7월 플랫폼 회사 드론아이디를 창업했다. 2014년 신문사 정년퇴직 후 개인 작업을 하고 있던 신동연 부대표도 이때 합류했다. 신 부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드론이 ‘살아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론이 단순히 하늘을 나는 물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의미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이 핵심이죠.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알고리즘 분석을 토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겁니다. 얼마나 정밀하게 데이터를 추출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겠죠. 여러 기술이 융합돼 각 산업계에 필요한 솔루션을 뽑아낸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데이터가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정보의 수집이 중요하다. 가령 재선충의 실태를 알기 위해서는 발생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드론에 비행경로를 입력해 놓으면 기체가 비행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한다. ‘어느 방향으로 간다’, ‘번짐의 속도는 어느 정도다’에 대한 정보가 나오면 정확한 방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시간과 인건비가 절약된다. 드론으로 큰 구조물을 3D 스캐닝할 수도 있다. 이 데이터로 도면을 만들어 놓으면 혹시라도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도 복구가 가능하다. 산사태에 대비한 안전 점검 시에도 육안 조사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입체적으로 촬영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신 부대표가 은퇴 후에 도전해봄직한 영역으로 드론을 꼽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드론 촬영으로 저장된 데이터를 취합하고 그것을 분석해 리포팅(보고서화)이 돼야 하는데, 해당 영역에서 오랜 실무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평생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온 인력들은 드론 데이터 프로그래머로서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흔히 중장년들은 미디어나 정보화에서 배재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드론과 접목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봐요. 마찬가지로 기체를 제작하는 하드웨어 기술, 센서를 만드는 기술, 모터와 배터리 기술 등도 드론 시대에 필요한 새 영역이고요.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드론의 영역 확장, 장년층 재취업 문도 활짝

드론의 매력은 이뿐만 아니다. 신 부대표는 드론을 알고 난 뒤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날거나 날리고 싶어 하는 건 남자들의 본능이자 로망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가끔 드론 전시장에 가보면 아이 손을 잡고 온 아버지들이 오히려 드론에 빠져 정신없이 갖고 놀더란다. 아빠가 만지다가 떨어뜨리니 아이가 다시 사달라고 떼를 쓰며 우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고 한다.

“어린 시절 RC모형기 조립을 하며 놀았던 남자들에게 드론은 신기하고 재밌는 장난감이죠. 더구나 하늘은 그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잖아요.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드론을 보면서 남성들이 자신도 한없이 자유로워진다고 해요. 관심 있는 대상을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쫓아다니며 찍을 수 있다는 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죠.” 신동연 부대표

장문기 대표는 드론을 인간에게 이롭게 활용하는 법에 관심이 높다. 2015년 7월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드론을 활용한 인명 구조 활동을 시연한 적이 있다. 드론에 장착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위험에 빠진 사고자의 위치까지 자동 비행해 구명 튜브를 떨어뜨려 구조를 돕는 방식이었다. 드론이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을 벌어준다. 큰 파도나 강풍 등 열악한 환경은 구조대원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구조대의 생명까지 위협하지만 드론은 빠르고 정확하게 조난자를 도울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정부에서도 7대 신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관심이 높지만 아직까지는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요. 초읽기 단계인 만큼 시장 선점이 중요하죠. 정부 지원이나 기술보증기금을 지원 받아 수익모델을 보다 구체화할 생각입니다. 결국 미디어를 가지고 각 산업계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겠지요. 무궁무진한 세계라 갈 길이 멀어요. 은퇴가 없는 일이니 더욱 설렙니다.” 장문기 대표


이윤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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