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스트레스 VS 나쁜 스트레스


Enjoy [한경 머니 = 글·사진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중 앞에서 발표나 공연을 할 때 불안감이 엄습해 평소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해 속상해하며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무대공포(stage phobia) 또는 수행불안(performance anxiety)이라 한다. 무대공포, 수행불안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먼저 착한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에 대해 알아보자.

한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의 성인이 어느 정도의 무대공포를 경험했다고 하니 흔한 경험인 셈이다. 베테랑 배우나 가수들 중에도 무대공포가 찾아와 고민하는 경우가 있으니 발표나 공연을 잘하는 능력과 꼭 관련이 없다. 발표를 잘하던 사람에게도 갑자기 수행불안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발표라는 스트레스 요인이 과도하게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면 무대공포 같은 불안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반응이나 불안이란 시그널 자체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의 라틴어 어원은 ‘strictus’로 팽팽히 죄는 ‘긴장’을 의미한다. 원래 공학에서 사용한 말이다, 콘크리트 다리가 적정량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붕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용됐다. 무생물체인 콘크리트 다리에 착한 스트레스는 있을 수 없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약해질 수밖에 없어 사용 기한을 정하고 붕괴 위험이 커지면 보수 공사를 하든지 철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라는 공학 개념을 생물체를 다루는 의학에 적용시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착한 스트레스가 가능해진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사람에겐 적응 능력이 있어 스트레스 요인을 자기 발전의 동기로 활용할 수 있다. 위인전을 읽어보면 대체로 전반부는 그 사람이 받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고통의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의 자신이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어려움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느낀다.

다음 그림은 적정 스트레스 도표라는 것이다. 스트레스 정도와 성과-효율성과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그려본 것이다. 스트레스가 너무 적으면 성과-효율성이 떨어진다, 중간쯤 적정 스트레스에 이르렀을 때 최대의 성과-효율성을 보이고, 이후 스트레스 양이 더 늘어나면 다시 성과-효율성이 떨어지는, 밥그릇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형태의 그래프다.

학업 성취도 마찬가지다, 공부 걱정 없고 천하태평인 친구는 학업에 대한 동기가 떨어져 성적이 좋기 어렵다. 반대로 너무 시험 결과에 불안해하는 친구도 공부 효율이 떨어져 노력한 것에 비해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무대공포·수행불안

이렇게 적당한 스트레스 반응과 불안은 성취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이 돼 공포감까지 가져오게 되면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무대공포, 불안은 보통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우선 생리학적 각성이다. 두통, 속 쓰림, 구토, 설사, 과도한 땀 흘림, 짧은 호흡, 어지러움, 빠른 심장 박동, 그리고 입 마름 증상으로 나타난다. 심하면 극도의 공포에 숨이 멈출 것 같은 공황 증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다음은 걱정과 두려움이다. ‘머리가 서 버려, 발표를 다 못 하면 어떡하지’, ‘목소리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등과 같은 비이성적인 부정적 생각이 끝도 없이 머리를 맴돈다.

그리고 인지와 행동의 문제가 일어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얼어 버리거나 하얗게 비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자존감 저하, 우울, 분노, 그리고 절망과 같은 정서적 반응이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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