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녀 교육 다시 쓰기

[한경 머니 기고=방명숙 4차산업혁명연구원 공동대표] 사회·경제적 대변혁을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 나갈 새로운 미래를 위해 부모 세대가 염두에 둬야 할 교육 원칙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해 우리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대 국정 과제 가운데 첫째는 ‘소프트웨어 강국, 정보통신기술(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의 선도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눈앞에 와 있고 우리 자녀들이 성장할 무렵에는 예상치 못할 미래가 펼쳐질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한 번도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는 가상이요, 예측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미래라는 것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날 수 없다. 그래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도 현재와 과거 속에서 추적해야 한다.

필자는 교육 일선에서 42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녀 교육도 그동안 현장에서 부딪히며 경험했던 체험들의 연장선에서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부모 세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갈 자녀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이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궁금해 한다. 이런 물음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변화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융합되면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초(超)연결, 초(超)지능 사회로의 변모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 세계 2억 명이 공유하는 숙박 공유 에어비앤비(airbnb)는 호텔이나 여관을 단 한 채도 소유하지 않았지만 숙박업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고, 택시를 소유하지 않은 우버(Uber) 역시 전 세계 택시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또 메신저 무료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미용실, 카카오뱅크 등 정보기술(IT) 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빅데이터, IoT, 모바일, 연결사회, 로봇 기술, AI, 3D프린팅, 드론 등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 기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거나 파괴적 혁신이 일반화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녀 교육도 이런 파괴적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세부적으로는 자존감(自尊感)과 창의성, 도전정신, 의사소통, 그리고 융합적 사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 ‘나’에 대한 성찰부터 도전정신까지
예나 지금이나 직업 선택의 첫째는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처럼 자신의 성격 유형, 흥미와 적성, 가치관은 어떠한지, 적성에 맞는 직업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도 자신에 대한 ‘바로 알기’가 그 첫째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고그램(Ego Gram) 성격유형검사는 자녀의 자아 상태 활성화를 통해 균형 잡힌 자아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홀랜드(Holland) 적성검사는 흥미, 적성, 가치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녀에게 맞는 진로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용노동부의 워크넷 사이트에서는 정확한 직업 정보와 함께 직업심리검사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둘째 역량인 자존감(자아존중감)은 일에 대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고 자기를 아끼며 존중하는 긍정적 마음가짐이다. 즉 자기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자존감을 길러주려면 ‘잘하네. 멋져!’, ‘뭐든 할 수 있어’, ‘꼭 잘 될 거야’, ‘엄지척’, ‘사랑해!’ 등 자녀에 대한 인정과 칭찬이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부모의 인정과 지지는 자녀의 강점을 더욱 강화시켜주고 부족한 부분은 향상시켜주는 놀라운 효과로 이어진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선택한 일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선택한 일을 하고 있을 때 부모의 중요한 역할은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자녀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성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창의성(創意性)은 새로운 개념이나 생각을 찾아내거나 기존의 개념이나 생각을 조합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창의성은 여유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협력하면서 기를 수 있다. 또 일반적 통념과 달리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하는 역발상(逆發想)도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기존 전통적 수업 방식과는 반대로 온라인으로 동영상 자료를 활용해 스스로 학습을 한 후, 교실 수업이나 스터디그룹에서 토론과 팀 프로젝트 등 실습 위주의 쌍방향 협력 학습을 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면서 창의성을 길러준다.

무엇보다 의사소통(意思疏通) 능력과 융합적 사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자녀들에게는 필수 역량이다.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경청(傾聽)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적극적 경청은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과 그 내면의 동기나 정서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또 강력한 질문은 질문 후에 상대방에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질문이다. 질문하는 능력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생각을 하게 되고 창의력을 키워준다.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융합적 사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건축가 믹 피어스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흰개미탑 자연냉방 원리를 이용해 에어컨 없는 빌딩을 건설했다. 이질적인 분야를 결합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다. 또 하버드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밟는 최순원 씨와 최준희 씨는 4차원 시공간 물질의 특징인 ‘타임 크리스털’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론 전공인 최순원 씨와 실험 전공인 최준희 씨의 과학적인 협력 관계와 융합적 사고가 이끌어낸 결과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토론하는 하버드대의 교육 환경이 밑바탕이 됐다.

아울러 도전정신(挑戰精神)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역량이다. 디오도어 루빈의 명언 ‘도전에 성공하는 비결은 단 하나, 결단코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라는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변화 시대의 커다란 물결을 타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강력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개인의 역량 강화는 물론, 교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도 수반돼야 한다. AI가 급속히 진화하는 미래는 지금과 같은 암기식 교육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 경쟁력은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협력, 의사소통 및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물고기를 잡는 단 하나의 방법을 가르쳤다면 앞으로는 각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버, 에어비앤비, 구글, 페이스북처럼 새로운 산업과 함께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쓰나미 같은 변화의 흐름에서 ‘빠름’과 ‘느림’은 개인의 생존권을 결정짓기도 한다. 우리 자녀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 세대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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