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체감도 측면에서의 ‘혁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초지능화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경제를 관통할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 미래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부분 잠식하며 ‘직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 예측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1~3차 산업혁명에 비춰볼 때 사라지는 직업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선다. 할 배리언 구글 수석경제학자는 최근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강연에서 “AI와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모두가 원하는 더 많은 일자리, 더 적은 노동시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배리언은 향후 몇 10년간 인류가 부딪힐 가장 큰 문제인 출산율 하락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기술 발전이 해결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자리 문제 해결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직을 직접 맡았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올 들어서도 일자리 문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중장기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주력 산업의 생산성 하락 타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전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오륜기 드론(무인기) 퍼포먼스는 미국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작품이었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점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지만, 드론 퍼포먼스의 핵심 기술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통신 소프트웨어(SW)라는 점에서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드론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규제에 묶여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AI는 사무, 행정, 제조, 건설 등 제조업 기반의 전통적 노동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JPD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제4차 산업혁명, 2017’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10년 이내 우리나라에서 각각 80만, 1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기술 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일자리의 55%가 기계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군이었고, 한국고용정보연구원은 2025년 기계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의 비중은 70.6%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먹거리 산업
그렇다면 향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핵심 산업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차세대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AI, 핀테크(FinTech), 무인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미국의 IT 대기업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4개 기업의 시가총액만 1조 달러에 달한다. 독일은 BMW, 지멘스, SAP 등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 플랫폼을 설치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고,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로봇공학에 공을 들여 왔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일상에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임박했고, AI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고객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3D프린터를 활용한 신발과 옷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농축산업자들은 스마트폰만으로 최적의 농장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지향점이 사물과 사물의 연결, 그리고 AI를 활용한 자동화라는 점에서 IoT, 빅데이터, AI, 드론, 가상현실(VR), 3D프린팅, 생명과학기술 등이 적용되는 산업군에서의 직업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8대 신산업 수출의 일자리 창출 및 대중국 수출입 동향 분석’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8대 신산업은 전기자동차,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에너지신산업, 첨단 신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OLED), 차세대 반도체 등이다. 이들 신산업 수출액은 2014년 478억 달러에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15.5%씩 성장했으며, 특히 지난해의 경우 수출액이 27.7%나 늘어나면서 취업유발인원이 4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 신산업 수출의 취업유발인원이 24만7000여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68%나 늘어난 셈이다. 품목별로는 차세대 반도체가 18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8만 명), 에너지신산업(4만5000명), 바이오헬스(4만3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 AI 시대에도 웃는 직업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직업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등장으로 인한 미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의 상품 판매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되며, 3D프린터를 구축한 스마트팩토리는 다품종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해 대량 생산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생산된 상품은 기존 택배 회사가 아닌 무인항공기(UAV)인 ‘드론’을 활용해 산간벽지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직접 배달된다.
교통 부문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짐을 실은 무인자동차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화물을 배송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의 획기적 감소와 함께 교통 정체 문제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 혁신의 핵심 동인으로는 블록체인과 AI, 빅데이터 등이 꼽힌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는 빅데이터를 통해 종합적으로 수집, 분석되며 이렇게 산출된 신용을 토대로 AI가 대출 여부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미 국내외 금융사 상당수는 주식과 채권 투자 등에 AI를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고 있다.
보건의료 역시 AI의 활용 범위가 넓은 분야다. AI가 한층 더 발전하면 그동안 축적된 건강과 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건강, 예방 서비스는 물론 질병의 종류와 적합한 치료 방법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료용 로봇이 직접 치료를 진행하고 환자들을 돌보는 서비스도 로봇이 수행하는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스마트팜(smart farm) 역시 농작물 재배를 넘어 가공, 물류, 유통까지 연계한 고도의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며, 관광 부문 역시 관광객의 행동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관광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3년부터 신직업 연구를 진행해 온 한국고용정보연구원은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를 토대로 유망 직업 10선과 위기 직업 8선을 각각 선정했다. 김한준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제조, 생산, 유통, 그리고 서비스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돼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관련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 및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력과 함께 점차 증가하는 정보 보안을 담당하는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직업도 유망할 것”이라며 “첨단과학이 발달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질 수 있어 이들을 돌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선 고용정보원이 일자리 증가를 예상한 유망 직업으로는 사물인터넷전문가, 인공지능전문가, 빅데이터전문가, 가상(증강·혼합)현실전문가, 3D프린터전문가, 드론전문가, 생명과학연구원, 정보보안전문가, 소프트웨어개발자, 로봇공학자 등이 꼽혔다.
반면 일자리 감소를 예상한 위기의 직업은 콜센터 직원(5년 이내), 생산 및 제조 관련 단순종사자(5년 이내), 출납창구사무원(5년 이내), 증권중개인(5년 이내), 물품이동장비조작원(5년 이내), 번역·통역가(5~10년 이후), 치과기공사(5~10년 이후), 의료진단전문가(5~10년 이후) 등이었다. 이들 직업의 특징은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는 점과 함께 AI나 자동화에 따른 비용 경감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부상할 직업으로는 O2O서비스기획자, 클라우드서비스개발자, 스마트공장설계사, 데이터거래중개인, 빅데이터플랫폼개발자, 블록체인기술개발자, 뇌-컴퓨터인터페이스개발자, 사물인터넷(기기)인증심사원, 클라우드컴퓨팅보안개발자, 자율주행자동차개발자, 로봇윤리학자 등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삶의 질 및 안전·건강 분야의 신직업으로는 영적돌봄전문가, 사회공헌기획가, 메디컬라이터, 치매코디네이터 등이 제시됐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경제를 관통할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 미래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부분 잠식하며 ‘직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 예측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1~3차 산업혁명에 비춰볼 때 사라지는 직업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선다. 할 배리언 구글 수석경제학자는 최근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강연에서 “AI와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모두가 원하는 더 많은 일자리, 더 적은 노동시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배리언은 향후 몇 10년간 인류가 부딪힐 가장 큰 문제인 출산율 하락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기술 발전이 해결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자리 문제 해결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직을 직접 맡았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올 들어서도 일자리 문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중장기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주력 산업의 생산성 하락 타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전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오륜기 드론(무인기) 퍼포먼스는 미국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작품이었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점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지만, 드론 퍼포먼스의 핵심 기술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통신 소프트웨어(SW)라는 점에서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드론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규제에 묶여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AI는 사무, 행정, 제조, 건설 등 제조업 기반의 전통적 노동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JPD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제4차 산업혁명, 2017’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10년 이내 우리나라에서 각각 80만, 1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기술 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일자리의 55%가 기계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군이었고, 한국고용정보연구원은 2025년 기계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의 비중은 70.6%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먹거리 산업
그렇다면 향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핵심 산업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차세대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AI, 핀테크(FinTech), 무인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미국의 IT 대기업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4개 기업의 시가총액만 1조 달러에 달한다. 독일은 BMW, 지멘스, SAP 등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 플랫폼을 설치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고,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로봇공학에 공을 들여 왔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일상에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임박했고, AI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고객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3D프린터를 활용한 신발과 옷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농축산업자들은 스마트폰만으로 최적의 농장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지향점이 사물과 사물의 연결, 그리고 AI를 활용한 자동화라는 점에서 IoT, 빅데이터, AI, 드론, 가상현실(VR), 3D프린팅, 생명과학기술 등이 적용되는 산업군에서의 직업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8대 신산업 수출의 일자리 창출 및 대중국 수출입 동향 분석’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8대 신산업은 전기자동차,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에너지신산업, 첨단 신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OLED), 차세대 반도체 등이다. 이들 신산업 수출액은 2014년 478억 달러에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15.5%씩 성장했으며, 특히 지난해의 경우 수출액이 27.7%나 늘어나면서 취업유발인원이 4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 신산업 수출의 취업유발인원이 24만7000여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68%나 늘어난 셈이다. 품목별로는 차세대 반도체가 18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8만 명), 에너지신산업(4만5000명), 바이오헬스(4만3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 AI 시대에도 웃는 직업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직업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등장으로 인한 미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의 상품 판매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되며, 3D프린터를 구축한 스마트팩토리는 다품종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해 대량 생산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생산된 상품은 기존 택배 회사가 아닌 무인항공기(UAV)인 ‘드론’을 활용해 산간벽지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직접 배달된다.
교통 부문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짐을 실은 무인자동차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화물을 배송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의 획기적 감소와 함께 교통 정체 문제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 혁신의 핵심 동인으로는 블록체인과 AI, 빅데이터 등이 꼽힌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는 빅데이터를 통해 종합적으로 수집, 분석되며 이렇게 산출된 신용을 토대로 AI가 대출 여부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미 국내외 금융사 상당수는 주식과 채권 투자 등에 AI를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고 있다.
보건의료 역시 AI의 활용 범위가 넓은 분야다. AI가 한층 더 발전하면 그동안 축적된 건강과 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건강, 예방 서비스는 물론 질병의 종류와 적합한 치료 방법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료용 로봇이 직접 치료를 진행하고 환자들을 돌보는 서비스도 로봇이 수행하는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스마트팜(smart farm) 역시 농작물 재배를 넘어 가공, 물류, 유통까지 연계한 고도의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며, 관광 부문 역시 관광객의 행동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관광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3년부터 신직업 연구를 진행해 온 한국고용정보연구원은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를 토대로 유망 직업 10선과 위기 직업 8선을 각각 선정했다. 김한준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제조, 생산, 유통, 그리고 서비스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돼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관련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 및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력과 함께 점차 증가하는 정보 보안을 담당하는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직업도 유망할 것”이라며 “첨단과학이 발달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질 수 있어 이들을 돌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선 고용정보원이 일자리 증가를 예상한 유망 직업으로는 사물인터넷전문가, 인공지능전문가, 빅데이터전문가, 가상(증강·혼합)현실전문가, 3D프린터전문가, 드론전문가, 생명과학연구원, 정보보안전문가, 소프트웨어개발자, 로봇공학자 등이 꼽혔다.
반면 일자리 감소를 예상한 위기의 직업은 콜센터 직원(5년 이내), 생산 및 제조 관련 단순종사자(5년 이내), 출납창구사무원(5년 이내), 증권중개인(5년 이내), 물품이동장비조작원(5년 이내), 번역·통역가(5~10년 이후), 치과기공사(5~10년 이후), 의료진단전문가(5~10년 이후) 등이었다. 이들 직업의 특징은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는 점과 함께 AI나 자동화에 따른 비용 경감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부상할 직업으로는 O2O서비스기획자, 클라우드서비스개발자, 스마트공장설계사, 데이터거래중개인, 빅데이터플랫폼개발자, 블록체인기술개발자, 뇌-컴퓨터인터페이스개발자, 사물인터넷(기기)인증심사원, 클라우드컴퓨팅보안개발자, 자율주행자동차개발자, 로봇윤리학자 등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삶의 질 및 안전·건강 분야의 신직업으로는 영적돌봄전문가, 사회공헌기획가, 메디컬라이터, 치매코디네이터 등이 제시됐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