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키움증권 이사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새해 들어서도 분분한 부동산 전망. 정부의 강력한 의지 탓에 많은 전문가들이 기존 전망을 속속 수정하고 있지만 줄곧 ‘쭈~욱’을 외치는 전문가가 있다. 본업인 증시는 물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는 홍춘욱 키움증권 이사를 직접 만났다.정부의 잇단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조짐이 안 보인다. 강남을 타깃으로 한 정부 대책이 가뜩이나 냉기 가득한 지방 부동산만 죽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탓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사는 지난해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 가격의 급등 흐름을 예측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경제 전문가다. 증권사는 물론 시중은행과 연기금 등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통찰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홍 이사는 작금의 부동산 시장 과열은 이전 정부에서의 규제 완화가 경기 회복에 따른 유동성 효과, 그리고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의 불균형이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새 정부의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 및 부동산 시장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셨는데 비결이 있다면.
“지난해 주식시장을 낙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증가세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은 수출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죠. 핵심 지표인 경제성장률은 통상 분기 이후 한 달 뒤에 발표된다는 점에서 시장을 가늠할 지표로 수출이 가장 적당하죠. 지난 2016년 10~11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이보다 선행지표인 미국 제조업지표 등은 그해 여름부터 개선세를 나타내더군요. 이런 흐름이 2017년 상반기까지는 수출 증가세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무엇보다 4~5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재고 부담, 고용 부담 등 자연적 비용 증가분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어려움이 크게 해소됐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사실 상승 탄력은 상반기가 더 강하지 않겠나 예측했는데 하반기까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 점이 증시에 큰 보탬이 됐죠.”
4~5년 ‘박스피’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겠네요. 너무 한꺼번에 오른 측면도 있지 않나요.
“지난 수년간 주식시장이 부진하다 기업 이익이 가파르게 개선되면서 코스피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평균 1만 원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직후에는 EPS가 2000원대 아래였는데 당시 종합지수는 500포인트였어요. 결국 주가는 기업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코스피 2500포인트를 고평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거죠. 주가수익비율(PER)의 경우 한국 시장은 평균 10배 수준인데 미국은 16~17배에 달합니다. 더구나 지난 연말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면서 코스피200 기준으로 8.8~8.9배까지 떨어져 오히려 ‘싸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으시면서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전망을 하게 되면 오히려 반대겠죠.(웃음) 그래서 항상 오판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믿어주시는 분이 늘어날수록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단언하기보다 여러 변수를 놓고 확률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이거 아니면 올인 하는 식의 전망보다 여러 가능성을 점검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 우물만 파셨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대학교 학부 시절에 사학과를 전공해 특이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학창 시절부터 경제사 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회·문화적 변화보다 당시 백성들이 어떻게 살았고 경제적 환경이 어땠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죠. 따라서 대학원 과정은 경제학을 선택했는데 훌륭한 교수님을 만나 계량경제학, 경제통계 분야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이후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리서치어시스턴트(RA)로 일하면서 금융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만약 금융권에 인연이 닿지 않았더라면 관련 연구소에서 일했겠지만 결국 돌고 돌아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웃음)”
경쟁 증권사는 물론 국민연금, 은행 근무 경력도 갖고 계시네요.
“대략 6년가량 KB국민은행에서 딜링룸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증권업에 국한된 일을 했지만 은행 딜링룸에서 일하면서 외환, 파생까지 업무 영역을 넓히는 기회가 됐죠. 공교롭게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에 은행으로 이직하게 됐는데 당시에는 국내외 증시가 가파르게 올랐던 시기입니다. 워낙 시장 분위기가 좋다 보니 주변에서 다들 이직을 만류하는 상황이었는데 동시에 시장이 위태롭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증권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객관적 시각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죠.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10년 차이기도 했던 만큼 전공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이후 국민연금에서는 해외 자산과 국내 자산 배분, 더 나아가 환헤지와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금융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국민연금공단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돼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증권업계에 복귀하게 됐습니다. 업계를 떠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불러준 키움증권에 고마울 따름이죠.(웃음)”
은행으로 이직은 선견지명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운도 많이 따라줬죠. KB국민은행의 영입 제안이 없었다면 이직이 가능했겠어요?(웃음) 당시 주식시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황이어서 단순히 연봉만 생각했다면 오히려 기회를 놓쳤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직 1년 만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저로서는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눈앞에서 하루에 100원씩 출렁이는 환시장을 언제 경험해보겠어요. 제가 몸담았던 딜링룸은 팀워크도 좋은 편이라 위기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KB국민은행의 딜링룸 경험이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도 남다른 통찰력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에서의 자산 배분 과정에서 부동산 등 대체자산 부문은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관련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 부동산입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이 일본을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일본은 아웃라이어(별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지난 2014~2015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카타리나 크놀(Katharina Knoll) 교수가 세계 14개국 1870~2012년 직전까지 부동산 지수를 집계했는데 1950~196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일본은 1950~1990년까지 오르고 그 이후에 빠졌지만 나머지 국가는 지난 100여 년간 평균 5배가량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일본은 이 기간 무려 30배가량 오르고 결국 반 토막이 났는데 원인은 과잉 공급 탓이었죠. 관련 연구를 토대로 <인구와 투자의 미래>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지난 1960~1970년대 이후 전 세계 국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복지국가 해체 시기와도 맞물립니다. 재정적자가 커진 나라들이 공공주택 공급을 축소하고 기존 공공주택도 노후되면서 신축 주택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 거죠. 이를 그대로 한국 시장에 적용해보니 답이 나오더란 겁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나요.
“국내 부동산 시장도 지방의 경우 주택 공급이 많지만 서울, 특히 강남 지역은 30~40년 된 주택이 대부분인데 신규 공급이 없으면 양극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경기까지 살아나면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단적으로 지난해 실적 좋은 대기업들이 지급한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고 있는 셈이죠.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은 한정돼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유례없는 전세가율로 인해 소위 ‘갭투자’에 나서기에도 쉬운 환경이 조성됐죠. 2015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갭투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기에 경기 회복까지 겹치면서 문제를 더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경제 상황에 역사적 흐름을 대입해보니 한동안 서울, 특히 구축 주택이 많은 곳일수록 신축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그러한 가격 상승세가 주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갈수록 장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인 데다 자녀들의 연령도 과거보다 낮아져 은퇴 이후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값싼 전원주택을 사기에는 뭔가 아귀가 안 맞게 된 거죠. 실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서울에서 은퇴한 60대가 지난 3~4년간 새로운 주택 매수자로 부각됐습니다. 종합해보면 신축 주택에 대한 인기, 경기 호조에 따른 목돈 유입, 공급 부족이라는 3대 테마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죠. 서울 부동산 호황이 당분간 더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이유입니다.”
올해에도 정부의 규제 약발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칠 수 있겠네요.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봅니다.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 이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예상도 있지만,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여전히 매수세가 강할뿐더러 최근에는 ‘똘똘한 한 채’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개연성이 더 커 보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조금 전에 말씀드린 코스피200 기업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은 200조 원에 육박합니다. 정부의 조세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 보유세 인상 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흑자 추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집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근거가 ‘금리 상승’인데 이 역시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환율이 100원 가까이 빠지면서 수입물가도 동반 하락했죠. 수입산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국내 물가가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이른바 ‘아마존 효과’가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리는 만무하죠.”
현 정부는 가용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런 조급함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시장 과열은 이전 정부에서의 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공공택지 민간 매각 등에서 촉발된 측면이 큽니다. 현 정부가 가용할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인 거죠. 공공택지 활용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하반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준 ‘반값 아파트(보금자리주택)’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당시 ‘로또 아파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촛불 정부’를 자처하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특혜 시비 자체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또 값싼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LH공사가 대규모 적자를 무릅써야 하는데 재정 부담은 모든 국민이 지고 특정인만 혜택을 받는 구조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정부의 대규모 공급 확대 정책이나 급격한 경기 악화 가능성을 배제하면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전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보수적으로 1~2%, 서울의 경우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에 부합하는 4~5%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주식시장 역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양극화가 지속될 거라 보시나요.
“증시는 정책 모멘텀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코스닥 부양 정책이 한동안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겠죠. 최근 핫한 바이오 테마도 좋지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악재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형성된 유통, 여행, 화장품 등 중국 소비재 테마에도 온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난해 코스피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관련 부품주에도 관심을 둘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자산가를 대상으로 투자 조언을 해주신다면.
“해외 투자에도 관심을 둘 것을 추천합니다. 현재는 국내 경기 회복세로 환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인데 거꾸로 국내 경기가 불안해지고 환율이 올라가면 일종의 ‘포트폴리오 보험’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달러표시 채권이나 주식, 리츠 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제안합니다. 미국 상장 리츠의 경우 연 배당수익률이 4% 수준입니다. 미국 리츠 펀드나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 두면 경기 불안 시 쏠쏠한 투자 수익과 함께 달러 자산의 국내 유입이라는 경제 애국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홍춘욱 이사는…
연세대 사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명지대 경영학 박사
한국금융연구원 RA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현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2017년 에프엔가이드(Fn Guide)
주최 ‘2016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
저서 <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돈 좀 굴려봅시다>, <환율의 미래>
역서 <리차드 번스타인의 스타일 투자전략>,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