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시 쓰는 노후 대비 자산관리 전략


RETIREMENT ● Second Life Essay[한경 머니 =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2017년 미국 잡지 머니에 따르면, 은퇴한 부유층들이 평균 50% 이상의 주식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베이비부머들이 70세, 80세에 달하더라도 주식 비중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리나라 은퇴자들도 노후를 맞이하면 저위험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충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7년은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모두 상승 추세를 보여서 자산관리 수익률이 훌륭한 한 해였다. 채권금리마저 상승하면서 북핵문제로 불안했던 정세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했다. 은퇴를 목표로 하는 자산관리에서는 위험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새해에도 국내외 경제 상황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노후자산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다시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원칙으로는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 은퇴 후에는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차질 없이 현금으로 인출해서 사용해야 한다.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매달 생활비가 필요하며 가끔 상당한 규모의 의료비가 필요하다. 둘째로는 위험관리다. 노후에는 젊은 시절보다 투자 기간이 짧아지고, 위험수용력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셋째로는 재산의 상속 전략이다. 현재의 자산을 다음 세대로 효과적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세금, 유동성, 법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속 방법을 세워서 장기간 수행해야 한다.

이 같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새해의 노후자산 운용 전략을 세워보자.
첫째, 가장 먼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방안을 다시 세워야 한다. 국내의 금융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노후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무위험이나 저위험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때 국내 채권금리가 1.2%(2016년 7월)로 하락하면서 낮은 수익률이라는 채권투자의 위험이 대두됐다. 현재는 금리가 2%대로 상승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인해 채권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주식, 채권,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자산 배분을 해야 한다.

2017년 미국의 유력한 재테크 잡지인 머니에 따르면, 은퇴한 부유층들이 평균 50% 이상의 주식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100-나이’ 만큼을 주식에 투자한다는 법칙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약 ‘100-나이=주식투자 비중’이라는 법칙이 맞다면 현재 60대 중후반에 도달한 미국 베이비부머 자산가들의 주식투자는 30%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하지만 머니가 조사해본 결과 이들의 주식투자 비중은 여전히 50%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저성장으로 인한 저금리 현상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외 주식, 원자재, 대체투자,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너무 줄이면 낮은 수익률이라는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둘째,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기 위한 유동성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금을 이용해서 노후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 하지만 연금 상품 말고도 배당주식의 현금배당금, 월지급식 금융상품, 채권의 원리금, 부동산의 임대수입 등을 이용해서 노후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물론 금융상품이나 자산을 매각해 매년 일정한 현금흐름을 마련하는 자산매각 전략도 가능하다.

이런 다양한 유동성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나이를 먹더라도 여전히 뛰어난 판단력과 지적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고령이 되면 뇌졸중, 암, 치매와 같은 중증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은퇴 후에는 나이가 들수록 생활비를 연금으로 조달하는 비중을 높게 해야 하며, 매년 자신이 직접 조달해야 하는 자금 비중을 낮게 만들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과 판단력이 잘 유지되는 70대까지는 노후자금을 연금에서 50%, 자산매각에서 50% 조달해낼 수 있다. 그러다가 80대에 들어서면 이 비중을 연금 80%, 자산매각 20%로 변경하고, 90대가 넘어가면 연금으로만 노후 생활을 한다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셋째, 거액이 필요한 의료비와 간병비용을 따로 운용하는 방법을 세워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생명표에 의하면 65세의 중장년이 암에 걸려서 사망할 확률은 남자 27%, 여자 15%에 달한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도 매우 높다. 이렇게 발생하는 중증질환에 대비해서 자산 일부분을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유동화해 관리해야 한다. 더구나 중증질환으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는 입주보증금과 매달 간병비용, 치료비가 수년간 지출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간병보험과 같은 보험은 신청 조건이나 지급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입소보증금과 같이 보험이 되지 않는 항목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므로 예상되는 비용을 정기예금, 국공채, 채권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면 바람직하다.

넷째, 상속에 관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자산가들은 대부분 금융사에서 상담을 받고 세금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상속 전략을 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발생한다. 상속재산을 후대로 넘기는 것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에, 그 자산을 상속받은 자손들이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된다.

2018년은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42%까지 증가할 것이다. 2018년에는 고령화와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노후자산 운용 전략을 다시 수립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우재룡 소장은… 국내 은퇴 설계 대중화에 기여한 은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은퇴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수천 명의 은퇴자를 컨설팅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설계 무작정 따라하기>, <긴 인생 당당한 노후 펀드투자와 동행하라>, <오늘부터 준비하는 행복한 100년 플랜>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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