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자존감 높이는 ‘마음 목표’ 튜닝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선 내 마음의 목표를 재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해 놓으면 내 마음의 자존감 계기판은 항상 아래로 떨어져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어려서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칭찬도 많이 받은 편인데도 자존감이 낮아서인지 누가 부탁하면 거절을 못하는 편이고 매사에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남이 내 흉을 봐도 말 한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습니다. 참는 게 미덕이란 생각이 있지만 자기주장도 확실하고 할 말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습니다. 매사에 작아지는 나, 왜 이럴까요?”

한 30대 여성의 고민 사연이다. 자존감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인 자기 확신이기도 하다. 자기 확신은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인식하고, 인생에 어려움이 와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자기 사랑과 자기 확신은 ‘깡’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앞뒤 없이 ‘무조건 사랑하고 확신하겠어’란 의지의 산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마음의 목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목표지만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심한 관계 갈등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내는 건 불가능하다.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뇌에 입력되면 자존감이라는 주관적인 자기 사랑과 자기 확신은 흔들리게 된다.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서는 내 마음에 대한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대가 없이 사람들에게 사랑과 우정을 베풀 거야’라고 삶의 목표를 정해 놓으면 계속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치 있는 희생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감성적 보상을 요구하는 게 우리의 본능이다. 희생적인 사랑을 하는 부모조차 자녀가 나중에 나 몰라라 하면 섭섭한 게 인지상정이다. 내 마음이 다다를 수 없는 너무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를 맞출 수 없기에 계속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내 마음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니 자괴감에 빠지고 자기 확신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본질적 가치에 마음의 목표를 두어라

앞에 소개한 고민 사연을 보면 학생 때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칭찬도 많이 받은 편이었는데 현재는 남에게 거절도 못하고 꼭 해야 하는 말도 잘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있다. 학교 성적과 칭찬은 마음의 목표가 외부의 기준을 따르는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외부의 기준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게 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기 쉽다. 학교 성적이나 승진 같은 사회적 성취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을 수는 없다. 인생사엔 굴곡이 있는 법이다. 노력해서 상승 곡선을 잘 유지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한번쯤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된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칭찬은 남의 평가인데 이 또한 내가 아무리 모든 사람에게 열심히 해도 다 사랑 받을 수는 없다. 나한테 아무리 잘해도 그냥 싫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를 그냥 싫어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인생이다. 남에게 거절도 못하고 꼭 해야 하는 말도 잘 못하는 행동 이면에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마음의 목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너무 외부에 두는 것은 자기 확신을 떨어뜨린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알아주든 말든 나만의 소중한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겠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선 비교에 의한 외부의 기준보단 본질적인 가치에 마음의 목표를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너무 이상적인 것보다는 소박한 형용사와 동사로 표현될 수 있는 마음의 목표가 좋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개그맨이라고 하면 ‘고정 방송을 몇 개 확보하겠다’, 혹은
‘언제든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최고의 개그맨이 되겠다’라는 목표보다 ‘단 한 명의 관객이 있어도 그의 마음을 유머로 위로할 수 있는 개그맨이 되겠다’란 목표가 자존감 강화에 좋은 목표다.

목표가 너무 작은 것 아닌가 반문할 수 있지만 목표가 주관적인 가치에 충실할 때 자존감도 올라가고 결국 실행 능력도 좋아져 오히려 인기 개그맨으로 롱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서 무리한 목표보다 작아 보여도 가치 있고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성공 경험을 반복해서 느끼는 것이 자존감을 튼튼하게 하고 튼튼한 자존감은 새로운 성공 경험의 강력한 에너지원이 된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럼 제일 안 좋은 마음의 목표는 뭘까. 목표가 아예 없는 것이다. 목표가 없기에 자존감을 올릴 삶의 성공 경험 자체를 할 수 없다. 삶의 목표가 ‘열심히 살자’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열심히 살자’란 삶의 목표는 목표가 없는 것과 같다. 그것은 삶의 태도이지 방향성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심히 살자’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불안장애로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목표를 만족시킬 수도 없는데 나이는 들어가니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내 마음과 만나는 조용한 시간 갖기를 권한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나만의 멋진 목표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삶의 목표 설정이다. 목표가 이루어질 때 마음에 튼튼한 만족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거나 너무 높다면 튜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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