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의 적신호 ‘대상포진’



[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대상포진은 주로 중장년층에서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도 대상포진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 발병 시 대처법과 예방법을 소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2012년 57만7157명에서 지난해 69만1339명으로 5년 새 20%가량 증가했다.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61%를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과로나 스트레스,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30~40대 젊은 층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상포진 초기 증상은 발열, 오한, 몸살 등 감기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 이후 담에 결린 듯 쑤시고 열이 나며 기분 나쁜 통증이 나타난다.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통증이 진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심하다. 이 때문에 흔히 분만 시 진통, 요로결석 등과 더불어 가장 극심한 통증 중 하나로 꼽힌다.

대상포진의 원인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다. 어릴 때 수두에 감염된 사람들은 완치되더라도 바이러스가 체내에 잠복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대개 척추에서 나오는 신경절에 잠복하고 있다. 건강한 상태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라면 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신경절을 따라 피부에 수포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신경절이 있는 부위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은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환자들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아픔, 전기가 오르는 듯한 찌릿찌릿함,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둔중함 등 다양하게 표현한다. 특히 흉부에 통증이 나타나는 환자 중에는 상처 부위에 옷이 스치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라고 호소한다. 얼굴 통증 환자 중에는 머리카락이나 상처 부위를 건드리면 통증이 심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이 가장 잘 생기는 부위는 흉부로 등으로부터 시작해 옆구리, 가슴, 복부에 나타난다. 그다음으로는 얼굴 부위로 특히 이마나 앞머리 또는 뺨에 나타나며, 그 밖에 목, 허리, 다리에도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몸의 왼쪽 또는 오른쪽 중 한쪽에서만 통증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또 대상포진은 통증이 생긴 지 2∼3일이 지나면 통증 부위에 수포가 발생한다. 통증 부위에 띠 모양의 물집이나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주로 해당 신경의 지배를 받는 피부에 그룹을 지어 발생한다. 이후 2~3주 정도면 서서히 상태가 좋아지게 된다. 그러나 통증은 물집이 소실된 경우에도 계속 남아 있기도 한다. 몸이 허약한 노인의 경우에는 신경통처럼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치료 시기 놓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대상포진을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심각한 후유증 및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대상포진은 바이러스가 신경에 침입, 손상시키는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대상포진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과 주변 조직이 파괴되면서 통증이 이어지게 된다. 통증이 지속되면서 고통의 수위도 올라가 마약성 진통제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신경차단술 등 외과적 시술까지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 대한피부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56.7%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아야 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경 손상이 안면 부위에 나타나면 더 위험한 합병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시신경이나 청신경에 침투하면 시력과 청력에 급격한 감퇴를 가져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뇌졸중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면역체계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대상포진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1.9배, 그중에서 안면 대상포진 환자는 4배까지 뇌졸중 발병률이 높아진다. 또 눈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에는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켜 실명할 수 있고,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72시간 이내 치료가 ‘골든타임’
대상포진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신경이 손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피부 병변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물집이 번지거나 터지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발병 즉시 휴식 및 안정을 취해야 하며, 통증과 물집에 대한 대증치료로 진통제와 항바이러스제 등을 빨리 투여해야 한다.

만약 통증을 한 달이나 두 달 이상 방치하게 된다면 통증 회로가 몸에 각인돼 버리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게 된다. 진통제와 같은 약물치료는 물론이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항경련제 같은 전문 신경약이나 적극적인 신경치료 등을 동원해 통증 신호를 전달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되도록 찬바람을 쐬지 않고 목욕 시에는 물집을 부드럽게 닦아주는 게 좋다.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상처에는 자극성 강한 반창고를 붙이지 말고 항생제가 포함된 거즈를 사용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면 신경차단이나 교감신경차단 혹은 박동성 고주파와 같은 적절한 신경치료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대상포진은 현재 예방백신이 있어 간단한 접종만으로 대비가 가능하다. 1회 접종만으로도 대상포진 위험을 약 50~70%까지 낮출 수 있다. 만약 대상포진이 발병하더라도 신경통 등으로 이환되는 것을 낮춰준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휴식이 필수다.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하고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대상포진에 걸렸을 경우에는 드물게 어린이에게 전염시켜 수두를 앓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와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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