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 후 증여 전략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 부동산대책)’ 이후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금 압박은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보유 부동산에 대한 합리적인 증여 플랜은 어떻게 궤도를 수정해야 할까.


정부가 지난 8월 2일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지난 6·19 대책 발표 이후 40여 일 만에 내놓은 카드로,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정부는 집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고, 주택시장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웠다”면서 “앞으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관리를 주택 정책의 핵심 기조로 삼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4월 1일부터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양도세 중과세가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은 세종시와 서울 전 지역,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고양·광명·남양주·동탄2, 부산 해운대·연제·동래·수영·남기장·부산진 등 총 40개 지역이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까다로워져
무엇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집값 과열지역에 유입된 다주택자를 통해 유입된 투기 수요를 세제 규제 등으로 억제하는 내용이다. 전국 40곳의 조정대상지역과 그 안에 포함된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의 1가구 2주택(조합원 입주권 포함)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2·3주택자라도 양도차익에 따라 기본세율(6∼40%)을 적용하지만 앞으로는 2주택자는 집을 매도할 때 기본세율+10%포인트, 3주택자는 기본세율+20%포인트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3주택자가 3년 이상 된 주택을 양도차익 1억 원에 처분한다고 치면 현재는 기본세율 35%에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이 적용돼 양도소득세가 1100만 원이 된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세율이 55%로 오르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없어져 3800만 원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다주택자가 세금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다시 소득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주택을 양도하지 않거나 4월 이전에 1채만 남기고 다 팔아야 되는 셈이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하려면 2년 이상 실제로 그 집에 거주해야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된다. 아울러, 조정대상지역 분양권을 전매할 때도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내년 1월 1일부터 양도소득세율 50%가 적용된다. 현재 적용되는 세율(1년 이내 전매 50%, 1년 이상∼2년 미만 40%, 2년 이상 6∼40%)보다 최대 44%포인트 높은 것이다.


다주택자, 알짜 주택부터 증여해야
따라서 이번 대책과 관련, 다주택 자산가들 사이 부동산 절세 플랜도 복잡해지는 가운데 이미 보유한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차지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공인회계사는 “8·2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에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자산가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면서 “반대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옥석 고르기를 통해 어떤 것을 처분하고 보유할 것인지에 대한 세무 상담은 부쩍 늘었다. ‘알짜 주택’의 경우엔 별도 세대 무주택 자녀에게 증여(혹은 부담부증여) 또는 양도 시 세금 문제를 문의하는 자산가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희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도 “다주택자인 경우, 내년 4월 1일 이후 주택을 양도하게 되면 양도세가 중과되므로 주택 수를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며 “이때 주택 수를 줄이는 방법은 주택을 내년 4월 1일 이전에 양도하거나 세대를 달리하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절세 방안은 아래 사례들을 통해 알아보자.

case 부동산 증여 시 자녀 세금 부담 덜어주려면
10년 이상 강남 소재 아파트를 2채 보유하고 있는 사업가 김 모 씨는 향후 재건축이 예상되는 시가 15억 원 상당의 주택을 30대 직장인인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15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성년이 된 자녀에게 일반증여를 하게 되면 아파트의 경우에는 실거래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해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증여세 3억9000만 원이 발생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도 취득세가 4% 발생하므로, 총 4억5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30대 중반인 일반적인 직장인이 4억5000만 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기는 녹록지 않다. 만약,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올려서 15억 원 아파트를 7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포함해 증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부담부증여 적극 활용해 절세 효과 노려라”
[김태희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의 Solution]
이 경우는 부담부증여에 해당돼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7억 원은 아파트 소유자인 아버지가 자녀에게 양도했다고 보아 아파트 소유자가 양도소득세로 약 1억6000만 원을 부담하고 자녀는
8억 원에 해당하는 약 1억5000만 원의 증여세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증여세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취득세도 전세보증금 부분인 7억 원은 유상양도에 해당돼 3.5%가 적용되고, 나머지 8억 원에 대해서 4%가 적용되므로 단순증여보다 유리하다. 부담부증여 시 총 세금은 약 3억6000만 원이 발생해 약 9000만 원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case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세금 줄이려면
2주택자인 최 모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해 넓은 평수로 이동하고 싶지만, 양도세 부담이 크다. 월세로 임대를 주고 있는 분당에 위치한 소형 아파트이기 때문에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어서다. 여기에 8·2 부동산대책까지 나오면서 고민은 더욱 커졌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양도세를 크게 절세할 수 있을까.

“5년 임대 조건 충족해야 비과세 혜택”
[황재규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차장의 Solution]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한 임대주택과 거주주택 중에서 거주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임대주택은 세법상 주택으로 보지 않아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임대주택은 세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임대주택법에 따라 시·군·구청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무서에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

또한 사업자 등록을 마친 임대주택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임대를 주어야 한다. 5년이 경과하기 전에 거주주택을 양도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지만 이후 5년 임대를 채우지 못하고 임대를 종료하면 기존 거주주택 양도 시 받은 비과세 혜택에 대해 세금이 다시 부과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임대주택은 임대 개시일 현재 기준시가가 6억 원(수도권 외 지역은 3억 원) 이하여야 한다. 6억 원은 거래되는 시세가 아닌 정부에서 고시하는 기준시가 기준으로, 기준시가는 통상 시세의 70~80% 수준으로 고시되고 있다.

아울러 거주주택은 보유 기간 및 거주 기간이 각각 2년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최 씨의 경우 분당 소재의 소형 아파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세무서에 각각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한다면 거주주택을 바로 매도하더라도 실제 2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법상 1가구 1주택으로 보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사업자 등록 후 5년간은 기존처럼 임대를 내야 한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즉시 증여’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지휘 회계사는 “부동산처럼 가치가 변동되는 자산은 저렴할 때 증여할수록 유리하다. 일단 저렴하게 증여한 뒤, 시세 상승 시 수증자(자녀)가 그 시세차익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8·2 부동산대책으로 당분간 어느 정도의 시세 하락은 예상되지만, 향후 다시 가격 상승이 될 거라는 확신이 서는 ‘알짜 주택’의 경우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 저점이라고 판단되는 순간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주택 중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실거래가액이 아닌 개별주택가격으로 증여나 상속이 가능하다. 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자(부모)가 시기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주택가격이 공시 전인 내년 4월 말까지 세대를 달리하고 있는 자녀에게 증여하면 양도세 중과세율도 피할 수 있고 증여세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절세 방법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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