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인터뷰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흔히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조금 다르게 풀어보면 부자도 3대 이후에는 부의 이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셈이다. 실제로 한 가족이 3대까지 부를 유지하는 비율이 고작 13% 정도밖에 안 된다. 이처럼 왜 가족경영은 3대를 넘기기 어려울까? 이 질문의 답을 얻고자 가족기업 연구에만 10년을 몰두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다. 김 대표가 그토록 이 분야에 파고든 이유를 엿들어봤다.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의 포트폴리오는 화려했다. 대한항공, 샤프 아메리카에서 근무하면서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한국재무설계에서 국제공인재무설계사로 가업승계 및 상속·증여 컨설팅을 맡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가업승계 하면 으레 ‘세금 문제’만 논의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기업이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을 고민하던 가운데 외국의 한 컨퍼런스를 통해 가족경영 승계의 대범주인 ‘가족기업’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됐고 그때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가업승계 연구’로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해외 곳곳을 누비며 관련 학문에 매진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그는 전 세계 가족기업 전문가와 전문 기관이 참여하는 미국 가족기업협회(Family Firm Institution, FFI)의 정회원으로 가입하며, 한국인 최초로 가족기업(Family Business Advising) 및 가족자산(Family Wealth Advi- sing) 컨설턴트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컨설턴트로서 가업승계 컨설팅 및 최고경영자(CEO)과정이나 각종 CEO포럼, 후계자 양성과정, 금융기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 번째 저서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까지 출간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 대표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가업승계의 성공 전략들을 들어봤다.
가족기업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한항공을 퇴사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죠. 가업승계에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CFP를 취득하고, 상속이나 증여 관련 컨설팅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대개 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라고 하면 모든 이슈가 상속세, 증여세 등 세금 문제에만 관심을 갖던 때였죠. 그런데 과연 2세, 3세로 기업을 이전하는 데 있어 세금만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어떤 것이 정말 필요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참가한 외국 컨퍼런스에서 승계 위의 개념인 ‘가족기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죠. ‘이거다’ 싶어 2008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승계에 대한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관련 전문 서적은 물론, 전문가들도 많지 않아서 정말 저 스스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죠. 외국 서적도 찾고, 컨퍼런스도 다니면서 점점 가족기업에 대한 연구를 확장했어요.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자료를 구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자 선택한 것이 미국 FFI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FFI란 어떤 곳인가요.
“FFI는 전 세계 가족기업 전문가들의 연구 활동 및 교류의 장입니다. 이미 기업 역사가 200~300년이 훌쩍 넘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 회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FFI에서 상당히 많이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FFI 산하에 전문가 양성 컨설던트 과정이 있죠. 약 2년 과정인데 주로 이 기간 동안 각종 컨퍼런스를 다니고, 미국, 유럽, 홍콩 등지에서 일주일짜리 강의를 듣기도 하죠. 이때 20~30년 경력의 전문 멘토가 1대1로 회원들을 멘토링 해줍니다. 서로 사는 곳이 멀다 보니 화상통화로 멘토링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멘토가 평가를 하죠. ‘이 사람은 이제 실무에 투입해도 적합하다’고 판단이 되면 가족자산 컨설턴트 인증서를 줘요. 제가 그 인증서를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죠. 지금도 유일하고요. 다만, 제가 2009년부터 FFI에 참여하고 있는데 8년 새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점점 후계자 승계를 앞두면서 참여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막상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엔 어려움이 정말 많았어요. 기본적으로 가족기업 컨설팅은 가족기업의 세대 이전에 따른 당면 과제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일종의 마스터플랜이죠. 그중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은 화목한 가족관계죠. 화목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가족이 돼야 장기적으로 기업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해당 가족이 일단 ‘한마음’이 돼야 해요. 창업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결국 분쟁의 씨앗만 남게 될 소지가 높거든요. 아시다시피, 한국 오너 상당수가 보수적이어서 으레 ‘그런 걸 왜 내가 어린 자식들과 의논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어떤 분은 제 책을 감명 깊게 읽고 ‘가족헌장을 만들고 싶다’고 찾아오신 뒤 제가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자 생각해보겠다고 말씀하신 이후 연락이 끊겼어요. 그만큼 대부분 오너들이 이해를 못하셨고, 그들에게 저는 ‘함께’를 강조하니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죠. 다행히 지금은 제가 강의와 책을 통해 꾸준히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몰이해의 간극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족승계의 장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족기업은 한 가족이 기업 경영에 참여하거나 기업을 지배하는 것을 의미하죠. 실제로 전 세계 기업의 90%가 가족기업 카테고리에 속해 있습니다. 비단,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한때 기업이 커지면 가족 대신 전문경영인을 두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강조된 때가 있었죠. 그런데 2000년대 초부터 외국에서 가족기업을 연구·조사해보니 가족기업이 존속될수록 더 큰 성과를 낸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만큼 가족승계의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죠. 가령, 오너가 있는 기업은 장기 투자가 가능하죠. 대개 전문경영인은 임기가 길어야 3년 정도이기 때문에 그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에만 투자를 하죠. 반면에 오너경영인은 장기 투자가 가능하죠. 삼성이 성공한 배경에 가족기업이 있다고 외국에선 관심을 갖고 봐요. 실제로 1980년대 고(故)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에 투자해서 지금의 삼성이 만들어진 거잖아요. 이런 장기적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 책임경영이 가족기업의 장점이죠. 그래서 이미 서구 사회에선 가족기업을 굉장히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가족기업의 단점을 극복해서 어떻게 장점을 극대화할지가 현 단계 연구죠. 반면, 우리나라는 가족기업이란 개념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단점만 논의되는 상황이에요. 그만큼 인식이 나쁘기 때문이죠.”
왜 인식이 나빠졌을까요.
“체계적인 가족기업에 대한 준비 없이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진 승계 과정 중 단점들이 많이 부각됐기 때문이죠. 기업들마다 세대교체 시 매스컴에서 보이는 모습은 가족 간 재산 싸움, 분쟁 등이 많았죠. 여기에 일부 능력이 안 되는 자녀들의 낙하산 인사, 각종 세금탈루 문제 등이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내렸죠. 무엇보다 성공적인 가족기업이 되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이걸 외국에서는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라고 해요. 즉, 우리가 일하는 이 기업이 현재 자신들 소유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중간 책임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인식들을 고취시키고, 가족 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다방면에서 컨설팅해주는 것이 제 일의 핵심입니다.”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죠.
“컨설팅 받으러 온 후계자들을 만나면 두 종류로 나뉘더군요. 간혹 정말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안하무인 후계자들도 있죠. (웃음) 사실 대개 후계자들은 교육을 잘 받아서 미디어 속에서 비춰지는 양상과는 달라요.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인성이죠. 이제 사회적 자원에서 말하는 인적 자원에서 지식만이 인적 자원을 담보하지 못해요. 되레 지식이나 정보는 인공지능(AI)의 영역으로도 더 확장되고 있으니까요. 정말 차별성은 ‘인성’이죠. 후계자의 인성, 성품, 도덕성이 그 사람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적 자본으로 외국에선 중요시한답니다. 자녀들의 인성 교육은 부모의 꾸준한 관심에 달렸죠. 옛말에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밥상머리 교육부터 자녀 인성 교육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그 향배가 갈리는 것 같아요.”
그간 일하면서 보람된 경험이 있다면요.
“1년간 컨설팅해준 가족기업 사례가 있었어요. 오히려 이 가족은 창업주인 아버지가 가족헌장을 만들자며 자식들에게 독려했지만 자녀들 쪽에서 시큰둥했죠. 그래서 그 가족들을 모두 모이게 해서 1년간 설득하고, 회의하고, 각각 면담하고 가족들끼리 따로 시간을 보내게 하면서 결속력을 다졌어요. 그러면서 앞으로 가족기업의 의사결정 방법, 후계자 설정 규칙, 가족 구성원이 기업에 취업할 때 필요한 규정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든 가족헌장에 서명하고, 자축했던 기억이 나요. 그 과정에서 며느리들 간 경쟁심도 상당히 누그러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발간한 책 얘기 좀 해주세요.
“그간 총 3권의 책을 썼습니다. 첫 번째 책은 제가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다년간 해외에서 모은 자료들로 쓴 책이에요. 그러다 보니 책에서 언급되는 사례가 대개 100년 이상의 외국 대기업 사례들이 주였죠. 출간 당시 국내 대기업 오너들 사이에선 꽤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제 막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려는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에겐 좀 먼 얘기같이 느껴졌을 겁니다. 고민 끝에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을 써봐야겠다 싶어서 지난 3~4년간 제가 접한 다양한 기업들 현장 인터뷰와 직접 컨설팅하고, 연구한 현재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토대로 가족기업 이론에 적용하니 굉장히 잘 맞았죠. 책에는 이들 기업들에 필요한 경영철학, 기업 지속 성장, 후계자 훈련, 가족 화합을 위한 갈등 예방 방법, 세금 절세 방안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많이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그동안은 이 분야에 정통하기 위해 10년간 무던히 공부만 팠죠. 이제는 관련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분야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다양한 기업 강의를 통해 오너들이 승계를 미리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