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 Interview
前無後無 ‘ING생명 6년 연속 FC 챔피언’ 정인택 명예상무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2000년대 초 불모지와 같았던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전문 컨설팅의 개척에 나선 정인택 ING생명 파이낸셜컨설턴트(FC). 그는 경이로운 실적을 인정받아 ING생명 FC 조직 내 최초로 명예상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무엇이 그를 최고에 자리에 올려놓았을까.
2003년 8월. 보험의 ‘보’자도 모르는 초보 시절, 가망고객(보험 가입을 권유해서 성공할 수 있는 고객들) 명단을 내라는 말에 1000여 명의 이름을 빼곡하게 적어 냈다. 지점장과 매니저의 입이 떡 벌어졌다. “10년 뒤에는 ‘챔피언’이 되겠다”고 호기롭게 큰소리도 쳤다.
그로부터 10여 년. 그 가망고객 중 실제 ‘고객’이 된 사람은 채 30명이 되지 않는다. 이상과 현실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보험 판매를 하려다 남다른 친분을 자랑했던 사람들마저 잃을 뻔했다.
그러나 “10년 뒤 챔피언이 되겠다”는 희망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그가 펴낸 책 <정인택의 법인 컨설팅십> 부제는 ‘전무후무(前無後無) ING생명 5년 연속 FC 챔피언’이다. 올해는 6년 연속 FC 챔피언이 됐다. 전무후무 기록 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마당발 ‘지인 영업’의 틀을 깨다
2003년 8월, 보험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기까지 그는 벤처기업의 어엿한 사장이었다. 온라인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연매출 20억 원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당시 벤처 붐이 가라앉으면서 인력은 대형 업체로 속속 빠져나가고 자금난에 한계가 보였다.
“힘겹게 인재를 키워 놓으면 빠져 나갔어요. 혼자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의 삶을 바꾼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ING생명 FC로 활동하던 친구의 “놀러 오라”는 말에 사무실을 방문했다 보험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34세. 두세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 둘을 둔 가장. 한창 젊고,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1000여 명의 가망고객 리스트를 뽑고, 미래 챔피언을 향한 ‘10년 플랜’도 세웠다. 평소 학교 동창회장을 맡는 등 인맥이 넓고 사회적 교류도 많아 내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하늘마저 그를 돕지 않는 듯했다.
“주말 축구 경기 중 쇄골이 산산조각 나는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수시로 수술을 받아야 해서 교육도 한 달 중 절반밖에 받지 못했고, 6개월간 입원했습니다.”
느긋하기 어려웠다. 몸도 채 추스르기 전에 사업하는 친구와 볼링을 하러 갔다. 그 바람에 뼈는 더 망가졌고, 친구와 계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어디 모임이 있다 하면 새벽까지 술자리에도 갔다. 그렇게 어울리면 얼굴을 봐서라도 계약 하나쯤 해줄 거라는 기대는 머지않아 깨졌다. 사람들마저 잃을 위기가 왔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저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못합니다. 흔히 사람들이 술 한 잔 하며 ‘형님, 동생’ 해야 계약을 맺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은 남보다 앞선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상대에게 맞는 컨설팅을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야 좋은 계약이 이뤄지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인 시장’ 개척, 가업승계·상속 전문
보험 인생 첫해인 2004년, ‘보험인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 회원이 됐다. 이러한 성과는 사고로 병원을 오간 탓에(2003년 8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실제 6개월간 영업으로 이뤄낸 것이다.
사업을 하고 접어봐서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알기에 법인 컨설팅에서 길을 찾았다. ‘지인 시장’을 버리고, 법인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당시에는 법인 계약이 보통 퇴직금과 관련된 단순한 상품 판매로 여겨졌고, 전문적으로 도와줄 담당자도, 별다른 교육 프로그램도 없던 시절이었다. 병원에 있을 때도 밥 먹는 시간조차 아껴가며 책을 읽고 공부했고, 낮에도 밤에도 공부를 계속했다. 법인 컨설팅을 위해서는 세금 지식뿐 아니라 대상 회사의 재무제표를 파악하고, 주주 관계 등 기타 경영 현황까지 전반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세무사나 회계사보다 많은 지식을 쌓아야죠.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습니다.”
그의 법인 컨설팅이 남달랐던 것은 세금 문제와 보험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CEO들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거래처를 소개해주고, 2세들의 혼사까지 맺어주기도 한다. 2008년부터 매년 두 차례 자비로 CEO 200명을 초청해 자선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장인 셈. 지난해에는 ‘정인택 CEO 1000클럽’을 결성해 매달 골프도 하고, 세미나 등도 수시로 열고 있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17억 원 수준. 상당수 금액을 고객에 재투자하고, 30여 군데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기부한다.
“골프를 치더라도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은 별 의미가 없잖습니까.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지 항상 머릿속에 두고 있습니다. 누군가 만나면 어떻게 매칭시킬까를 고민합니다.”
그는 “나의 비즈니스보다 고객의 비즈니스를 먼저 생각하는 게 앞서나가는 영업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휴대전화는 2대. 24시간 켜져 있다. 세무·법률문제는 물론 일상의 비행기·병원 예약까지 그의 방대한 네트워크 안에서 도움을 준다. 새로운 인맥 형성을 위해 끊임없이 대학 최고위과정도 다닌다. 고려대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ICP, 카이스트 부품소재 CEO과정,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SPARC 등 무려 20여 개의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나를 통하면 안 되는 것이 없도록 소통하라’가 그의 비즈니스 철학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FC로 활동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영업적 성장보다 고객들을 위한 ‘힐링센터’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VIP 고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편하게 쉴 수 있고, 다양한 세미나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100년 이상 장수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