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담는’ 스피치의 법칙


[big story-리더의 文章] 성공하는 리더의 언어

[한경 머니 = 김은성 KBS 아나운서·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성공하는 스피치에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리더 자신이 겪은 자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낸 자기 철학이 담긴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성공하는 리더의 언어다.

1933년 미국은 절망과 공포의 시기였다. 대공황이 몰아닥쳐 거리에는 실직자가 넘쳐났고 사람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 많은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는 국민들에게 한 첫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그 리더의 말 한마디가 미 국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주게 된다.

루스벨트 자신이 젊을 때부터 소아마비였기에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에 대한 의미를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해도 안 될 것 같은 두려움, 사람들의 멸시라는 두려움, 불안한 인생에 대한 두려움. 그는 이 과정을 극복하면서 자신이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리더의 말 한마디는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공감의 언어

“목수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목수의 언어로 이야기하라.”
- 소크라테스

2011년 1월 8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또다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으로 연방하원의원이 중상을 입고 6명이 사망하게 된다. 미국 전역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1월 12일 희생자의 장례식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연설을 한다. 연설 도중 아홉 살 크리스티나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말을 잊지 못한다. “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면서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후 그는 연설을 중단했고, 10초 후 오른쪽을 쳐다본 뒤 20초 후 심호흡을 했으며, 30초 후에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무려 51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어금니를 깨물고는 연설을 다시 이어갔다. 51초. 생중계 되는 그 상황에서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침묵으로 유가족과 공감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그 어떤 말로도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보고 울어주는 것이 최고의 소통 방법일 수 있다. 우리는 상대와 공감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의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저 들어주고 같이 아파하고 곁에 있는 것이 최고의 공감일 수 있다. 공감의 언어는 나의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언어를 쓰는 것이다.

◆반응의 언어

“군자는 말을 잘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쓰지 아니하며, 사람이 나쁘다 하여 그의 좋은 말까지 버리지 않는다.”
- 공자

동양의 전통에서 보면 인간 커뮤니케이션은 표현적 양식과 수용적 양식의 조화다. 즉 말하기(말문)와 듣기(말귀)가 조화롭게 됐을 때 인간의 관계가 완성된다. 성인(聖人)이라는 한자를 보더라도 귀와 입이 크고 성대해 완성된 상태를 말하며 인간 성숙의 마지막 중간 단계로 60세를 이순(耳順), ‘귀가 순해진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요즘 모습을 보면 말문은 트여 있지만 말귀는 닫아 둔 상태다.

사실 예전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입은 봉쇄하고 다수에게 듣기를 강요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내 말만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 듣기를 거부한다. 말문 트임과 말귀 열림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반응은 상대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상대방과의 관계를 존중하고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렇다면 좋은 반응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몸으로 반응해야 한다. 몸으로 듣는 것이다.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보고하는 것은 큰 용기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리더인 나는 큰 고민 없이 하는 반응 하나하나에 부하직원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메모를 하며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반응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같을 수 없다. 서로가 자라온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가치관과 신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즉시적이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반응해야 한다. 결재보고 시 가장 답답한 경우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때라고 한다. 이 보고서가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리더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부하직원은 자기 자리에 돌아가서 상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설령 판단이 서지 않더라고 그 내용을 명확히 말하는 것이 좋다. “내가 판단이 서지 않으니 조만간 판단해서 연락을 하겠네.” 이런 표현이 더 효과적이지 “어, 나가봐”라고 하면 부하직원은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또한 가급적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좋다. 긍정이라는 것은 사람을 안정시키며 자존감을 키워준다. “안 돼”, “문제가 있어”, “다시 해봐”, “어려워” 등 이런 표현보다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고민해 보자”라고 반응하는 것이 부하직원에게 큰 힘이 된다.

◆ 균형의 언어

읍참마속(泣斬馬謖). 자기가 아끼는 사람이지만 원칙을 위해 그 사람을 버린다는 뜻이다. 즉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킨다는 뜻으로 제갈공명이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부하장수 마속을 죽이면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제갈공명은 촉나라의 국력을 총동원해 위나라를 침공할 준비를 마친다.

제갈공명은 결연한 의지로 출정에 나섰지만 자기가 아끼는 장수 마속의 실수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하게 된다. 제갈공명은 찢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마속의 목을 베도록 한다. 그리고 마속을 천거한 것은 자신이므로 자신도 벌하라고 황제에게 간청한다. 제갈공명은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세운 신상필벌의 원칙을 몸소 실천한다. 후에 그는 마속의 식솔들을 종래와 똑같이 후하게 대접한다.

리더는 균형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배려와 원칙의 언어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가치와 이익이 다른 상황에서 인정과 정리에 이끌리면 문제를 그르치게 된다.
또한 리더의 언어는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의 조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통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 배려와 공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의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추상적인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사를 잘 하자’라는 구체적인 행동지침도 좋지만 왜 인사를 잘 하는 것이 조직 전체를 위해 좋은지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리더의 언어는 언어와 비언어의 균형이 필요하다. 모 방송에서 30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하면서 특징들을 뽑아냈다.

첫째가 빠른 걸음이었다. 젊은 CEO답게 빠른 걸음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매일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는 사장도 있었다.

둘째 특징은 자기관리였다. 운동, 피부관리, 의상 등 리더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 등을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제스처였다. 앉아서 회의를 진행할 때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제스처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제스처를 잘해서 성공했는지 성공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제스처를 쓰는지는 논리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것이다. 제스처를 쓰면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리더들은 특히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폴로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에 오해가 없도록 전력을 다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와 비언어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고의 균형의 언어는 리더의 사과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자신도 실수할 수 있다는 자기 인정은 폴로어들에게 균형을 맞추게 한다. 리더가 권위적이지 않고 인간적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리더와 폴로어 간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언어다.

기원전 5~6세기에 태동된 수사학은 처음에는 법정 스피치 훈련을 위해 시작됐다. 한마디로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는, 말 잘하는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초기 수사학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수사학은 단순히 ‘말 잘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말을 제대로 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것은 시대적 요구였다. 민주주의가 태동하며 광장에서 공동체의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거기에서 수많은 토론과 논쟁이 벌어졌다. 그 과정 속에서 공동체의 이익과 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생겨난 것이다. 인간 존재 자체가 호모 레토릭쿠스, 수사적 인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자 치열하게 노력한다. 호모 레토릭쿠스는 다음의 세 가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 편협하지 않은 지적 능력
둘째,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
셋째, 말을 효율적으로 하는 능력

우리는 셋째 능력을 스피치 능력, 수사학적 가치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첫째와 둘째가 전제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호모 레토릭쿠스는 편협한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으며 공동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언어다.

리더의 진정성이란 내면적 진실성과 공론적 타당성이 결합된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선한 의도와 타당한 근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언행일치할 때 사람들은 리더의 모습에서 진심을 느끼게 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아니라 내가 그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서민적이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서민적이라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성과 타당성을 가지고 뚜벅뚜벅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의 진정성이다.

말은 힘이 있다. 특히 리더의 말은 수많은 폴로어들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지만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내 말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주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김은성 아나운서는…
KBS 아나운서, 국내 1호 스피치 박사. ‘2012 SERI CEO 명강사’, ‘2009 교육부 선정 베스트 강사’로 선정됐으며, ‘삼성 언론상’, ‘한국아나운서대상 앵커상’, ‘한국어문상’ 등을 수상한 스피치 분야의 권위자다. 경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공채 24기 아나운서로 현재까지 21년 동안 뉴스 앵커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스피치>,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 <인류 최고의 설득술, 프렙(Prep)> 등의 저서가 있다.

관련 기사 목록
[big story-리더의 文章]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 말과 글
[big story-리더의 文章]좋은 문장의 조건 - 나를 물들이는 문장과의 만남
[big story-리더의 文章]경영자는 책을 통해 어떠한 가치를 실천해야 하는가
[big story-리더의 文章]‘대통령의 글쓰기 특강’ 글이 곧 그 사람이다
[big story-리더의 文章]리더가 들어야할 명언 - 혁명과 저항의 한 마디
[big story-리더의 文章]성공하는 리더의 언어 - ‘철학을 담는’ 스피치의 법칙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