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상담심리·인성교육 전문가 최원호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자만심으로 위장한 열등감을 지녔던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 계산적이면서 강박적인 열등감을 지녔던 빌립, 의심으로 가득했던 도마, 가난에 대한 열등감을 지녔던 유다…. 상담심리·인성교육 전문가인 최원호 박사가 최근 펴낸 신간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를 통해 들여다 본 성경 속 12제자의 모습은 현대인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하나같이 내세울 것이 없고 부족했던 그들이 어떻게 변하고 성장했을까. 열등감 극복의 실마리가 그 안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자살률이 높고 행복지수가 낮은 국가다. 최원호 박사(서울한영대 겸임교수)는 이러한 사회 병폐의 근원으로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를 꼽는다. “널리 쓰이는 속담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 이와 비슷한 예를 다른 국가에선 찾기가 어려워요.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되는 꼴은 못 본다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하는 우스갯소리도 그렇다.
“누군가 좋은 차를 샀다면 ‘부럽다. 나도 언젠가 저런 좋은 차를 사야지’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돌아서서 깎아내리기 일쑤예요.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정서를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와 조직 갈등의 불씨며, 이 갈등의 바탕에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왜 이토록 열등감에 찌들게 된 것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미개해서’ 혹은 ‘헬조선(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빗댄 신조어)’이라서? 예수의 12제자가 그러했듯 열등감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대에도 누구에게나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러한 열등감을 ‘위대해지려는 욕구(the great upward drive)’라고 설명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건강함을 추구하며, 돈이 없는 사람은 재산을 모으려고 한다. 열등감은 이처럼 완전해지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이 열등감을 잘 사용하면 오히려 보다 나은 단계로 성장하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
최 박사는 “열등감은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영혼을 갉아먹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들러는 신체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소위 ‘미운 오리 새끼’였어요. 하지만 그 부족함이 아들러를 열등감 연구의 거장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처럼 열등감을 통해 성장한다는 겁니다.”
최 박사는 열등감을 그렇게 성공의 디딤돌로 바꾸는 것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고 한다. 열등감과 대면하면 자유로워진다는 것. 변화는 자신 안의 열등감이 덕지덕지 붙어 있음을 깨닫고 인정하고 털어놓는 데서 시작한다. 12제자들도 예수 앞에서 그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면서 치유하고 변화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열등감이 있고 부족하기 마련인데, 이를 숨기려고 자기 방어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반대로 자기 속에 화살을 꽂으면 오히려 열등감의 노예로 사로잡히게 된다. 한국의 중장년들이 우울하고 고독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은퇴하거나 경영하던 회사를 접어도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끙끙 앓는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거나 취업에 실패하면 숨기기에 급급하다.
최 박사는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하는 우리의 ‘체면 문화’가 열등감을 키운 화근이다”라고 지적했다. 열등감이란 마음속에서 꺼내어 에너지로 활용하지 않으면 자신을 괴롭히고 멸망으로 이끄는 독이 된다.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돈이 없으면 없다, 모르면 모른다 하면 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나 백수야’ 하면 주변에서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하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죠. 또 자녀의 학교를 물으면 ‘그냥 어디 다녀. 지방의 어디’ 식으로 머뭇거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기는데 누가 그를, 그 자녀를 높여줄까요?”
현재 우리의 가정과 학교, 사회는 열등감을 심어주는 온상이다. 우려보다 격려를 보내라는 당부다. 설혹 현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다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열등감의 원인인 ‘향상의 욕구’를 올바르게 채워 가면 성장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며’(고린도전서 1장 27절)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열등한 존재도 위대한 일에 크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최원호 박사는…
신학사·문학사이며 상담심리·인성교육 전문가다. 국민교육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서울한영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고려대 대학원, 홍익대, 세종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 사단법인 국제청소년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열등감 부모>, <인성교육개론>, <인성코칭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인사이드 아웃> 등이 있다.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자만심으로 위장한 열등감을 지녔던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 계산적이면서 강박적인 열등감을 지녔던 빌립, 의심으로 가득했던 도마, 가난에 대한 열등감을 지녔던 유다…. 상담심리·인성교육 전문가인 최원호 박사가 최근 펴낸 신간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를 통해 들여다 본 성경 속 12제자의 모습은 현대인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하나같이 내세울 것이 없고 부족했던 그들이 어떻게 변하고 성장했을까. 열등감 극복의 실마리가 그 안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자살률이 높고 행복지수가 낮은 국가다. 최원호 박사(서울한영대 겸임교수)는 이러한 사회 병폐의 근원으로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를 꼽는다. “널리 쓰이는 속담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 이와 비슷한 예를 다른 국가에선 찾기가 어려워요.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되는 꼴은 못 본다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하는 우스갯소리도 그렇다.
“누군가 좋은 차를 샀다면 ‘부럽다. 나도 언젠가 저런 좋은 차를 사야지’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돌아서서 깎아내리기 일쑤예요.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정서를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와 조직 갈등의 불씨며, 이 갈등의 바탕에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왜 이토록 열등감에 찌들게 된 것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미개해서’ 혹은 ‘헬조선(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빗댄 신조어)’이라서? 예수의 12제자가 그러했듯 열등감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대에도 누구에게나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러한 열등감을 ‘위대해지려는 욕구(the great upward drive)’라고 설명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건강함을 추구하며, 돈이 없는 사람은 재산을 모으려고 한다. 열등감은 이처럼 완전해지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이 열등감을 잘 사용하면 오히려 보다 나은 단계로 성장하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
최 박사는 “열등감은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영혼을 갉아먹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들러는 신체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소위 ‘미운 오리 새끼’였어요. 하지만 그 부족함이 아들러를 열등감 연구의 거장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처럼 열등감을 통해 성장한다는 겁니다.”
최 박사는 열등감을 그렇게 성공의 디딤돌로 바꾸는 것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고 한다. 열등감과 대면하면 자유로워진다는 것. 변화는 자신 안의 열등감이 덕지덕지 붙어 있음을 깨닫고 인정하고 털어놓는 데서 시작한다. 12제자들도 예수 앞에서 그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면서 치유하고 변화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열등감이 있고 부족하기 마련인데, 이를 숨기려고 자기 방어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반대로 자기 속에 화살을 꽂으면 오히려 열등감의 노예로 사로잡히게 된다. 한국의 중장년들이 우울하고 고독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은퇴하거나 경영하던 회사를 접어도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끙끙 앓는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거나 취업에 실패하면 숨기기에 급급하다.
최 박사는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하는 우리의 ‘체면 문화’가 열등감을 키운 화근이다”라고 지적했다. 열등감이란 마음속에서 꺼내어 에너지로 활용하지 않으면 자신을 괴롭히고 멸망으로 이끄는 독이 된다.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돈이 없으면 없다, 모르면 모른다 하면 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나 백수야’ 하면 주변에서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하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죠. 또 자녀의 학교를 물으면 ‘그냥 어디 다녀. 지방의 어디’ 식으로 머뭇거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기는데 누가 그를, 그 자녀를 높여줄까요?”
현재 우리의 가정과 학교, 사회는 열등감을 심어주는 온상이다. 우려보다 격려를 보내라는 당부다. 설혹 현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다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열등감의 원인인 ‘향상의 욕구’를 올바르게 채워 가면 성장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며’(고린도전서 1장 27절)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열등한 존재도 위대한 일에 크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최원호 박사는…
신학사·문학사이며 상담심리·인성교육 전문가다. 국민교육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서울한영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고려대 대학원, 홍익대, 세종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 사단법인 국제청소년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열등감 부모>, <인성교육개론>, <인성코칭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인사이드 아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