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공모 부동산펀드·리츠의 ‘부활’ 축복일까


Alternative Investment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부동산 간접투자의 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등락과 금융상품의 투자 리스크를 동시에 갖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의 구애가 쇄도한다. 공모형 출시를 계기로 상반기 ‘완판’ 행진을 기록한 부동산펀드를 필두로 리츠도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국내 시장 데뷔 3년 차인 개인 간(P2P) 대출도 핀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부동산 간접투자의 외연을 넓혀 가고 있다. 과연 부동산 간접투자는 저금리·고령화 시대 대표적인 대안 상품으로 전성기를 열 수 있을까.
부동산 간접투자의 국내 현황 및 장·단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부동산펀드(Real Estate Fund, REF)와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REITs)로 대표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 저금리에 ‘날개’를 달았다. 안방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호주 교육청 등으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부동산펀드는 판매 하루 이틀 새 동이 나고, 상장 여건 완화를 등에 업고 공모·상장을 추진 중인 리츠도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연초 ‘2017년 프라임 오피스 전망’에서 올해 오피스빌딩 임대·매매 시장의 하락세를 점쳤다. 자산운용사, 부동산자산관리사(PM), 부동산 관련 연구원 등 부동산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오피스빌딩의 임대·매매 시장에 대해 각각 75.1%와 68.8%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높은 빌딩 가격에 최근 공실률, 임대료 수준과 대내외 불투명한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간접투자는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선호하는 투자 형태로 부동산펀드(62.5%)와 리츠(25%)를 택했다. 기존 프라임 오피스빌딩 시장 중심에서 리츠 등을 통한 리테일, 물류 시장 등의 투자 물건 다양화가 이뤄지며, 간접투자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인 부동산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50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조 원(34.4%)이나 성장했다. 펀드 수도 2016년 3월 말 729개에서 2017년 3월에는 942개로 크게 늘었다.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설립 및 운영 중인 리츠는 총 169개로, 자산규모는 약 25조 원에 달한다. 2014년 말 15조 원, 2015년 말 18조 원에서 급성장 중이다.



◆ 2010년 이후 명맥 끊긴 공모 부동산펀드 ‘부활’

서울 강남의 바른빌딩, 명동의 나인트리호텔, 미국 나사 빌딩, 호주 교육청 빌딩…. 올 상반기 부동산 간접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역들이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증권사와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판매되면서 놀랄 만한 폭발력을 발휘했다.

이들 부동산펀드는 기관들의 짬짜미 시장이었던 도심의 수천억 원대 건물에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환호를 받았다. 문턱도 확 낮췄다. 대개 1억 원 이상 투자하는 기존 사모펀드와 달리 펀드당 500만~1000만 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2010년 이후 명맥이 끊겼던 공모 부동산펀드가 새롭게 등장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7월 하나자산운용이 내놓은 ‘하나티마크 그랜드부동산투자신탁’이 목표 모집액 690억 원을 단 하루 만에 달성하면서 기폭제가 됐다.

이러한 공모 부동산펀드의 흥행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맥을 못 추는 전통 자산(주식, 채권 등)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임대료 등을 통한 기대소득이 은행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연 5~8% 수준이다. 빌딩을 매각할 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실물자산이라는 장점도 있어 중수익·중위험 대안 상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의미도 갖는다. 글로벌 위기 등 갑작스러운 변동성에 개인도 대처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기능이 있다. 해외 부동산 시장은 국가별, 지역별로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형성돼 있고, 대개 2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국내와 달리 중장기 임차 구조 계약 방식 등이 다양하다. 근래에는 주로 글로벌 기업이나 해외 정부기관 등이 장기 임차 중인 도심의 프라임 빌딩에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부동산펀드 중 해외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7.1%에 달한다. 2012년 이전 10% 후반에 머무르던 비중이 최근 급증했다.


◆ 리츠도 상장 추진 ‘기지개’

리츠 시장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리츠의 평균 배당률은 8.1%다. 2011년 8.3%, 2012년 7.1%, 2013년 9.2%, 2014년 6.2% 등 평균적으로 연간 6~8%대의 양호한 수익을 거뒀다.

저성장·고령화 시대 선호되는 대표적인 인컴(Income, 이자) 자산이다.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료 등의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펀드와 같지만, 수익의 90% 이상을 의무 배당해야 한다는 점이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높은 배당과 부동산이라는 실물에 투자한다는 매력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 각광 받는 은퇴 자산 투자처다.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리츠는 대표적인 인컴 자산이기 때문에 채권이나 주식의 배당주, 우선주와 비교될 수 있다”며 “채권처럼 이자 지급(즉 배당)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헤지가 된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츠 역시 부동산펀드와 마찬가지로 기관투자가들이 독식해 온 시장이었다. 부동산 투자 접근이 어려운 소액 투자자들에게 우량 부동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부여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개인의 접근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전체 리츠 169개 중 상장된 리츠는 광희개발전문 자기관리리츠, 케이탑 자기관리리츠, 트러스 제7호 위탁관리리츠, 모두투어리츠 등 4개에 그친다. 이러한 리츠 시장에도 공모, 상장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코람코자산신탁이 2200억 원짜리 한국석유공사 울산 사옥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코크렙 제38호 기업구조조정부동산회사’를 비롯해 3~4개의 리츠가 상장됐거나 상장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좁은 우물 안’을 넘어 미국, 캐나다 등 글로벌 상장 리츠에 관심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해외 리츠는 국내와 달리 대부분 상장돼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됐으나, 리츠가 매수 주체 역할을 수행해 부동산 붕괴의 충격을 완화했다. 당시 230조 원 수준이던 미국의 리츠 시장은 2015년 하반기 1214조 원으로 되살아났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차입 시에는 불리한 요소이지만,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부동산의 수익성은 오히려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부동산은 금리 인상 전에 이미 시장의 조정을 거친 매력이 있고, 최근 고용이 회복되면서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해 부동산 자산 매각(exit)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김연수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캐나다 달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환차익 기대가 높고, 자원산업 폭락 등으로 커다란 조정을 겪은 부동산의 반등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 임대사업·환 리스크 등 경계심 높여야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의 ‘화려한 부활’에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분석 능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우량 임차인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이 예상되고, 입지가 좋은 건물에 투자하는 상품이 유리하다.

부동산 직접투자와는 다르게 매수·매도 시점과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수시로 가입이 가능한 일반 펀드와 달리 대부분의 부동산펀드는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판매가 완료된다. 상장된 공모 부동산펀드는 향후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지만, 신탁형 수익증권의 경우 회사형과는 다르게 실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매도 역시 쉽지 않다. 펀드로 조성된 자금으로 부동산 인수대금을 치르는 방식이어서 폐쇄형으로 운용돼 환매가 불가능하다. 상장된 리츠의 경우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으나 그 수가 제한적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부동산의 매수와 매도에 상당한 세금이 발생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부동산펀드는 부동산 거래 시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며, 투자자는 배당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면 된다. 해외 펀드는 조세 협약된 국가일 경우 이중과세가 되지는 않으나, 양국의 세율 중 높은 곳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환율과 금리 인상 역시 주요 변수다. 경제 상황과 환율 등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의 경우 빠른 대응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저금리 시대에 연 5~8%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향후에도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대체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신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 대체투자가 증가하고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자산운용사의 딜 소싱(deal-sourcing) 및 리스크 평가 등의 역량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부동산 등 실물펀드의 급속한 자산 규모 확대에 따른 위험요소에 대한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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