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KB금융 부사장 "자산관리로 '국민 부자' 꿈 심어요"



국내 최대 고객기반 토대로 다양한 니즈 맞춘 자산관리 펼쳐
달러로 투자하는 적립식 해외 펀드 등 자산관리 대중화 앞장
부동산투자자문센터·WM스타자문단 등 시장 호평 이끌어내

[한경 머니=한용섭 기자]수억 원 투자 상품에 가입한 자산가나 10만 원짜리 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월급쟁이 모두 순도 100% ‘부자의 꿈’을 꿀 수는 없을까? 국내 최대 고객 기반을 가진 KB금융에 그 해답을 물어봤다.

KB금융지주는 국내 최대 개인고객 3000만 명을 자랑하는 KB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기업 오너, 간호사와 병원장, 치킨집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등 국민 누구나 저마다의 꿈을 안고 KB금융을 찾는 것이다.

박정림 KB금융지주 부사장은 KB금융그룹의 금융지주·은행·증권 자산관리(WM)부문 총괄로서 고객들에게 ‘국민 부자’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무지개식 자산관리’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일부 부자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가 아니라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에 맞춰 고객들 각자가 원하는 색깔로 자산관리를 구현해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박 부사장은 “KB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고객 기반을 가진 은행이고 고객 분포가 다양해서 일부 고객층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함께 가야 할 고객들이 너무 많다”며 “고객층별로 니즈가 각각 다르니까 그걸 맞추기 위해서는 무지개식 자산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박 부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형님’으로 통할 정도로 화통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어깨 위에 얹어진 ‘WM부문 총괄’이라는 중책이 무거울 법도 한데 미소를 지으며 머릿속에 이미 그려 놓은 ‘국민 부자 만들기’의 밑그림들을 술술 풀어 보여줬다.

그에 따르면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고품질 자산관리를 실현하기 위해 IPS(Investment Product & Service, 투자 서비스)본부를 신설하고,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개설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었다.

또 매월 소액의 적금을 부어 왔던 상당수 일반 고객들에게는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월 적립식 펀드를 조만간 론칭해 그동안 접근하기 힘들었던 투자 상품에 대한 길도 열어줄 계획이다.
더불어 고객들의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위해 개인연금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KB금융지주의 WM부문 총괄로서 지난해 말부터 지주, 은행, 증권 WM부문을 이끌고 있는데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네요.
“KB금융은 옛 현대증권을 인수해 통합 KB증권을 출범시켰는데 이를 계기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WM부문을 총괄해 맡고 있어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은행의 증권 소개영업(은행이 소개한 고객이 증권사를 방문해 상품에 가입토록 하는 것) 자산이 1조5000억 원을 돌파했고, 이는 지난해 증권점포 소개영업 실적인 9246억 원을 단 3개월 만에 초과 달성한 거죠. 또 은행과 증권이 함께 영업을 하는 복합점포가 5월 현재 31곳인데 이를 올해 안에 50곳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에요.”

최근 금융사들이 자산관리 부문에 승부수를 띄우는 분위기인데요. 이처럼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다 보니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도 점점 줄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이 오프라인 채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산관리 서비스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자산관리 분야에서 전문가 등 사람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니즈가 큰 거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2008년 메릴린치를 인수해 그룹 내 WM부문 수익 비중을 10%에서 21% 수준으로 끌어올렸어요. KB금융도 이처럼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성공 모델을 참조해 한국형 유니버설 뱅킹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에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는 WM부문의 특화 및 차별화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국내 금융 산업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니까요.”

KB금융만의 특색이 강조되는 자산관리는 어떤 모습이라고 보나요.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개인고객 3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장 폭넓은 고객 기반을 자랑하고 있어요. 이에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에 맞추는 ‘무지개식 자산관리’를 펼칠 계획이에요.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기업 오너까지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을 모두 다 갖춘 자산관리 말이죠. 몇 가지 색만 가지고서는 안 돼요.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종의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이유죠.

고객 중 고액자산가들은 국내외 부동산펀드라든지 대체투자에 대한 니즈가 강해요. 또 증권과 연계한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죠. KB금융에서 IPS본부 조직을 통한 투자 상품 서비스 강화,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 이유죠. 반면 일반 고객들은 소액의 적립식 투자를 선호해요. ‘한 달에 10만 원씩 부어도 나중에 우리 얘를 대학에 보낼 수 있겠지’라고 기대를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올 하반기에 최소 10만 원씩 적금을 붓듯이 달러로 투자하는 적립식 해외 펀드를 만들 생각인데 6월경 전산 개발이 완료되면 시장에 선을 보일 거예요. 더불어 개인연금 쪽 상품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개편하려고 해요. 고객 누구나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기존과는 다른 투자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거예요. 또 연금이라는 게 지금까지는 가입만 시켜 놓고 사실상 관리가 부재했는데 사후관리를 강화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갈 구상이에요.”

KB금융 WM부문의 강점으로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은행과 증권사에 미러(mirror) 조직으로 두고 있는 IPS본부를 꼽을 수 있겠죠. 은행과 증권의 WM 인력을 한곳에 배치하고,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WM 상품 개발, 공동 영업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 고객 가치 중심의 포트폴리오 자산관리 확대, WM 하우스 뷰(house view) 정교화 등을 이루도록 한 건데 KB국민은행의 국내 최대 고객 기반과 대형 증권사의 상품 제공 기반의 결합이 가능 큰 경쟁력이에요.

실제 협업을 통해 상품화를 하다 보니까 은행에서 팔 수 있는 상품, 증권 쪽에서 연계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이 늘었고, 목표전환형 펀드 등 협업 WM 상품을 은행과 증권에서 동시에 판매해 일부 전략 상품은 완판이 되는 등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어요. 이에 그치지 않고 은행과 증권 인력을 모두 통합한 WM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WM 전문가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죠.

지난 4월 강남과 강북에 각각 1개소씩 문을 연 부동산투자자문센터도 빼놓을 수 없죠.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중소형 빌딩 전문 중개업체 리얼티코리아 등 제휴업체의 투자 물건 데이터베이스(DB)를 공유하고, KB국민은행의 30여 년간 축적된 부동산 관련 노하우를 투자 자문 서비스로 제공받을 수 있는 일종의 ‘수익형 부동산투자 쇼핑몰’이라고 보면 돼요.

KB국민은행에서 개발을 완료한 상권 분석 솔루션 ‘상가(권) 정보 통합 시스템’을 통해 전국 1200개 주요 우수 상권에 대한 시장 동향 분석, 고객 분석, 유동인구 분석 및 여신 통계, 거래 사례 등 빅데이터 기반의 고품질 자문 서비스와 함께 보유 부동산에 대한 종합 진단까지 받을 수 있죠.

최근에는 ‘KB부동산플랫폼’도 개발돼 오픈했는데 이를 통해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내가 살고 싶은 집, 상가나 중소형 빌딩 정보를 검색하고 관련 매물을 확인한 뒤 그 안에서 부동산 금융까지 이뤄질 수 있는 종합 서비스도 가능해졌어요.”



은행·증권의 전문가 집단을 하나의 팀으로 엮어낸 ‘KB WM스타자문단’도 호평을 듣고 있다죠.
“WM스타자문단은 은행과 증권의 컬래버레이션을 보여주는 거예요. 투자 전략 및 포트폴리오 자산배분 전문가, 부동산투자 자문 전문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분야별 최고의 스타급 전문가 30명을 지난 2월에 선발했어요. 팀을 이뤄 고객을 대상으로 최적의 상품 추천 및 자산 배분 전략에 대한 자문을 하는데, 최근에는 초고소득 연예인과 스포츠선수 등 전문직에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인 ‘더 원 클럽(The Own Club)’도 선보였죠.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직원 대상 현장 연수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전국을 돌며 30회 이상 방문 교육을 실시했고, 희망퇴직 직원을 대상으로는 ‘행복플러스 자산관리 컨설팅’도 실시해 호평을 들었죠.”

금융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 임원으로서 부담감은 없나요.
“물론 있죠. 여자 직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임원 승진 장벽인 ‘유리천장’이 있다고 하잖아요. 최근 숫자적으로 보면 이 부분은 많이 깨진 것 같아요. 그런데 ‘유리천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리벽’이에요. 은행 등에서 핵심 보직이라고 생각하는 자리에는 아직까지 여성 직원들이 많이 배제돼 있잖아요. 똑같은 부장이더라도 그동안 남자들이 주로 점유했던 핵심 부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요.

다행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오신 뒤로 유리천장은 물론 유리벽도 많이 깨진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책임감도 상당해요. 제가 더 잘 해야 여성 후배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자 후배들에게는 모드 전환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집을 떠나와 회사로 오는 순간 집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웃음) 저는 아침에 회사로 오는 차 안에서 주로 모바일로 장을 봐요. 그게 집안일의 마무리인 셈이죠. 회사에 와서는 집안일을, 집에서는 회사 일을 덮어 두는 모드 전환이 필요해요.”

뱅커 ‘박정림’을 정의해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떻게 저를 정의해야 할까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회의를 많이 하다 보니 새벽 2, 3시까지 자료를 볼 때가 많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웃음) 다들 저를 ‘형님’이라고 불러요.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는 소리는 안 하고 화통하고 술을 잘 먹는다는 이야기만 해요.

그런데 열심히 달려왔다고 항상 잘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도 슬럼프를 겪기도 했어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주말에 아무 일도 없이 저한테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못 봤던 TV 드라마를 다운받아서 와인을 마시면서 아무 생각 없이 보내요. 그렇게 비워야지 또 채울 수가 있으니까요.”

박정림 KB금융지주 부사장(WM총괄)은 누구?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금융과 연을 맺은 뒤 구 조흥은행, 삼성화재를 거쳐 지난 2004년에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시장리스크부장, WM본부장, WM사업본부 전무,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여신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는 KB금융지주의 WM총괄로서 KB금융지주(부사장), KB국민은행(부행장), KB증권(부사장)의 삼각축을 이끌고 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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