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부부 상속전쟁]달라진 가족관계, 멈춰 버린 상속법
입력 2017-06-01 14:29:27
수정 2017-06-01 14:29:27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장남의 위상이 예전보다 못하고, 여성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이혼과 재혼이 높아지면서 상속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로 우리나라 민법이 시행된 지 57년이 됐다. 57년. 사람으로 따지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시간을 훌쩍 넘긴 세월이다. 그 사이 사람도 법도 많은 것이 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63년 5990원에서 지난해 493만 원으로 823배나 늘었고, 같은 기간 취업자 수도 756만3000명에서 2655만4000명(2016년 3분기 기준)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경제규모의 외연만큼이나 사회적 의식과 구조도 선명하게 달라졌다. 그중 가족의 변신은 이 시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하지만 가족의 구조와 관련이 깊은 상속법의 시계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상속법이 되레 가족 간 분쟁의 불씨를 더욱 지핀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 상속법은 민법 시행일인 1960년 1월 1일 이후 2차례 개정 절차를 거쳐 현재와 같이 생존배우자가 자녀의 1.5배를 상속받도록 규정돼 있다. 사실, 민법이 시행된 직후에도 우리나라 민법은 호주를 승계하는 장남에게 가장 많은 유산이 돌아가게 했다. 상속 비율이 호주를 상속한 장남 1.5:차남 1:미혼 딸 0.5:출가한 딸 0.25였다. 호주의 처는 0.5로 차남의 절반이고 미혼 딸과 같은 비율로 상속했다. 가령, 20억 원의 유산을 나눈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장남에게 8억 원이 배분됐다면 결혼한 딸은 1억2000여만 원밖에 챙기지 못한 셈이다.
그만큼 당시까지만 호주제도에 따른 관습법의 힘이 더 컸다. ‘장손=대를 잇는 기둥’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법에 적잖이 적용됐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무뎌지기 시작했다. 일단 장남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과거 장남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는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자료들을 보면 장남이 부모를 부양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직계 가정 내에서도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소위 ‘경제권’을 둘러싼 위상도 배우자와 점점 수평화되고 있다.
2015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노후 보장을 위한 가족, 정부, 사회의 역할’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장자의 부모 부양 비율은 1998년 27.0%에서 2014년엔 10.1%로 하락했다. 반대로, 이 기간 모든 자녀가 비용을 분담해 부모를 부양하는 비율은 9.6%에서 27.7%로 늘었고, 딸과 사위의 부모 부양 비율도 1.8%에서 2.6%로 증가했다.
부모 가구가 자식과 동거하는 양상도 과거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나타났다. 2002년의 경우 부모가 장남 및 맏며느리와 사는 비율은 24.6%였으나 2014년에는 14.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딸 및 사위와 부모가 동거하는 비율은 3.6%에서 6.5%로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장자의 부모 부양은 더 이상 ‘관습법’으로도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 됐다.
이후 1979년과 1991년 2번의 개정 끝에 현재의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 비율이 1.5:1로 바뀌었지만 분쟁의 씨앗은 여전하다. 장자의 경우, 법에 따라 상속받을 파이가 준 만큼 부양의 부담은 더욱 기피하게 됐고, 자녀가 많을수록 생존한 배우자는 상속분이 적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중 고령화 사회의 진입은 상속을 둘러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식들 간 갈등에도 불씨가 번지는 모양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1980년 65.7세였으나 매년 0.5년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82.3세(남성 78.8세, 여성 85.5세)로 약 20년 가까이 오래 살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 의식은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늘어난 생명 연장의 기간만큼 먹고 살 문제도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특히,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전업주부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하면 기댈 곳은 상속재산과 정부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상속법상 자녀가 많을수록 생존배우자에게 돌아가는 재산이 줄어드는 구조로, 사별을 하면 오랫동안 혼인생활을 하면서 재산 형성에 더 많은 기여를 했어도 이혼하는 것보다 상속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모순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몇 년 새 생존배우자와 자식들 간 상속 분쟁이 늘고 있다는 것도 관련 법조계의 중론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가족의 변신과 상속 분쟁의 다양한 변수가 되고 있다. 예전엔 으레 가족의 생계는 남편이, 집안 살림은 여성이 맡는 것이란 인식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맞벌이 부부 등 부부 간 경제 부양 구조가 수평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동아시아 국제사회조사 참여 및 가족태도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변화는 1990년 47%에서 2005년 50.1%, 2015년엔 51.8%로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여성의 대학 진학률도 각각 31.9%, 80.8%, 74.6%로 2배 이상 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 현재 국내 부부 10쌍 가운데 4쌍이 맞벌이 가구다. 즉, 부부 간 남성만큼이나 여성의 경제 부양 비율이 높아진 셈이다. 따라서 최근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와 함께 분쟁 상대방이 상속분에 불복해 내는 기여분결정청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기여분청구는 부모 또는 남편 등의 유산을 법률이 정한 비율이 아니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우선 인정해달라는 절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이 98건에 불과했으나 2015년 225건으로 집계된 점도 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수명 연장·황혼이혼 급증해
이혼 및 재혼의 증가도 상속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국내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0.4건으로 1980년 0.6건, 1990년 1.1건, 2000년 2.5건, 2016년 2.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재혼도 늘었다. 주목할 데이터는 황혼이혼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16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년 차 이상 부부의 이혼율은 전체의 30.4%로 조사됐다.
혼인 지속 기간 20〜24년이 12%였고, 25〜29년 8.3%, 30년 이상 10.1% 순으로 30년 이상의 황혼이혼 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2.1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중·장년의 재혼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재혼 건수는 총 3741건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남자의 재혼 건수가 2672건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고, 여자의 재혼 건수는 전년 대비 18.5% 늘어난 106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수명의 증가와 재산분할청구권 행사의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상속을 둘러싸고 부모와 자식 간 재산 관련 분쟁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부부 간에 벌이는 이혼 소송을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진 가족 간 분쟁은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사건인 점에서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청구 소송은 유산 분할에 관해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일반 소송이 아니라 비송(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이 간이 절차로 처리) 사건으로 분류되는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접수는 2010년 435건에서 2011년 527건, 2012년 594건, 2013년 606건, 2014년 771건에 이어 2015년 1008건으로 늘었다.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2006년 배우자 상속분을 상속재산의 5할로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우리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현재 고령화 사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 비율이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합당한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법무법인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는 “최근 재산분할 및 상속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재산분할만 해도 1990년 이전에는 제도 자체가 없었고, 이혼 소송에서 재산적인 측면은 소액의 위자료뿐이었는데 재산분할이 인정되면서 거액의 재산권 소송으로 변질됐다”며 “상속 분쟁도 남은 배우자와 자녀와의 다툼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예전에는 없던 현상으로 수명 연장과 부양 개념의 희석화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혼·재혼·입양까지…
복잡한 상속 셈법
이 밖에도 가족의 변신은 유류분 전쟁에서도 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유류분은 1977년 상속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상속받을 사람의 생계를 고려해 법정 상속인 몫으로 유보해 놓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말한다.
하지만 유류분은 균등한 상속재산 분배라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불씨가 되곤 한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가족 간 재산 분쟁의 하나인 유류분반환청구는 2005년 158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5년 911건으로 5.8배가 넘게 늘어났고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은 분쟁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자식들 간 재산 다툼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이혼과 재혼 등 가족 형태는 다양해지는데 부모들은 유류분 비율대로 재산을 배분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재혼이 늘면서 전처와 이혼 후 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에 대한 재산 분배에서 드러나는 갈등의 골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비단, 과거에는 계모가 사망한 경우 계모자 관계에 따른 상속이 가능했다. 그런데 1991년 민법이 개정된 이후로 계모자 간의 상속은 인정되지 않게 됐다. 아무리 계모이지만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정말로 부모처럼 모셨는데 상속이 되지 않는다면 적잖이 억울한 측면도 있을 터다.
물론 이 경우 입양을 해서 계모의 양자가 돼 상속을 받을 수 있지만 또다시 파혼할 경우 그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가족 구성의 급격한 변화는 상속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치열하게 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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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우리나라 민법이 시행된 지 57년이 됐다. 57년. 사람으로 따지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시간을 훌쩍 넘긴 세월이다. 그 사이 사람도 법도 많은 것이 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63년 5990원에서 지난해 493만 원으로 823배나 늘었고, 같은 기간 취업자 수도 756만3000명에서 2655만4000명(2016년 3분기 기준)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경제규모의 외연만큼이나 사회적 의식과 구조도 선명하게 달라졌다. 그중 가족의 변신은 이 시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하지만 가족의 구조와 관련이 깊은 상속법의 시계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상속법이 되레 가족 간 분쟁의 불씨를 더욱 지핀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 상속법은 민법 시행일인 1960년 1월 1일 이후 2차례 개정 절차를 거쳐 현재와 같이 생존배우자가 자녀의 1.5배를 상속받도록 규정돼 있다. 사실, 민법이 시행된 직후에도 우리나라 민법은 호주를 승계하는 장남에게 가장 많은 유산이 돌아가게 했다. 상속 비율이 호주를 상속한 장남 1.5:차남 1:미혼 딸 0.5:출가한 딸 0.25였다. 호주의 처는 0.5로 차남의 절반이고 미혼 딸과 같은 비율로 상속했다. 가령, 20억 원의 유산을 나눈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장남에게 8억 원이 배분됐다면 결혼한 딸은 1억2000여만 원밖에 챙기지 못한 셈이다.
그만큼 당시까지만 호주제도에 따른 관습법의 힘이 더 컸다. ‘장손=대를 잇는 기둥’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법에 적잖이 적용됐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무뎌지기 시작했다. 일단 장남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과거 장남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는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자료들을 보면 장남이 부모를 부양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직계 가정 내에서도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소위 ‘경제권’을 둘러싼 위상도 배우자와 점점 수평화되고 있다.
2015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노후 보장을 위한 가족, 정부, 사회의 역할’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장자의 부모 부양 비율은 1998년 27.0%에서 2014년엔 10.1%로 하락했다. 반대로, 이 기간 모든 자녀가 비용을 분담해 부모를 부양하는 비율은 9.6%에서 27.7%로 늘었고, 딸과 사위의 부모 부양 비율도 1.8%에서 2.6%로 증가했다.
부모 가구가 자식과 동거하는 양상도 과거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나타났다. 2002년의 경우 부모가 장남 및 맏며느리와 사는 비율은 24.6%였으나 2014년에는 14.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딸 및 사위와 부모가 동거하는 비율은 3.6%에서 6.5%로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장자의 부모 부양은 더 이상 ‘관습법’으로도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 됐다.
이후 1979년과 1991년 2번의 개정 끝에 현재의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 비율이 1.5:1로 바뀌었지만 분쟁의 씨앗은 여전하다. 장자의 경우, 법에 따라 상속받을 파이가 준 만큼 부양의 부담은 더욱 기피하게 됐고, 자녀가 많을수록 생존한 배우자는 상속분이 적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중 고령화 사회의 진입은 상속을 둘러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식들 간 갈등에도 불씨가 번지는 모양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1980년 65.7세였으나 매년 0.5년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82.3세(남성 78.8세, 여성 85.5세)로 약 20년 가까이 오래 살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 의식은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늘어난 생명 연장의 기간만큼 먹고 살 문제도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특히,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전업주부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하면 기댈 곳은 상속재산과 정부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상속법상 자녀가 많을수록 생존배우자에게 돌아가는 재산이 줄어드는 구조로, 사별을 하면 오랫동안 혼인생활을 하면서 재산 형성에 더 많은 기여를 했어도 이혼하는 것보다 상속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모순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몇 년 새 생존배우자와 자식들 간 상속 분쟁이 늘고 있다는 것도 관련 법조계의 중론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가족의 변신과 상속 분쟁의 다양한 변수가 되고 있다. 예전엔 으레 가족의 생계는 남편이, 집안 살림은 여성이 맡는 것이란 인식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맞벌이 부부 등 부부 간 경제 부양 구조가 수평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동아시아 국제사회조사 참여 및 가족태도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변화는 1990년 47%에서 2005년 50.1%, 2015년엔 51.8%로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여성의 대학 진학률도 각각 31.9%, 80.8%, 74.6%로 2배 이상 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 현재 국내 부부 10쌍 가운데 4쌍이 맞벌이 가구다. 즉, 부부 간 남성만큼이나 여성의 경제 부양 비율이 높아진 셈이다. 따라서 최근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와 함께 분쟁 상대방이 상속분에 불복해 내는 기여분결정청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기여분청구는 부모 또는 남편 등의 유산을 법률이 정한 비율이 아니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우선 인정해달라는 절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이 98건에 불과했으나 2015년 225건으로 집계된 점도 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수명 연장·황혼이혼 급증해
이혼 및 재혼의 증가도 상속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국내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0.4건으로 1980년 0.6건, 1990년 1.1건, 2000년 2.5건, 2016년 2.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재혼도 늘었다. 주목할 데이터는 황혼이혼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16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년 차 이상 부부의 이혼율은 전체의 30.4%로 조사됐다.
혼인 지속 기간 20〜24년이 12%였고, 25〜29년 8.3%, 30년 이상 10.1% 순으로 30년 이상의 황혼이혼 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2.1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중·장년의 재혼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재혼 건수는 총 3741건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남자의 재혼 건수가 2672건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고, 여자의 재혼 건수는 전년 대비 18.5% 늘어난 106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수명의 증가와 재산분할청구권 행사의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상속을 둘러싸고 부모와 자식 간 재산 관련 분쟁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부부 간에 벌이는 이혼 소송을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진 가족 간 분쟁은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사건인 점에서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청구 소송은 유산 분할에 관해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일반 소송이 아니라 비송(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이 간이 절차로 처리) 사건으로 분류되는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접수는 2010년 435건에서 2011년 527건, 2012년 594건, 2013년 606건, 2014년 771건에 이어 2015년 1008건으로 늘었다.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2006년 배우자 상속분을 상속재산의 5할로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우리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현재 고령화 사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 비율이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합당한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법무법인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는 “최근 재산분할 및 상속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재산분할만 해도 1990년 이전에는 제도 자체가 없었고, 이혼 소송에서 재산적인 측면은 소액의 위자료뿐이었는데 재산분할이 인정되면서 거액의 재산권 소송으로 변질됐다”며 “상속 분쟁도 남은 배우자와 자녀와의 다툼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예전에는 없던 현상으로 수명 연장과 부양 개념의 희석화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혼·재혼·입양까지…
복잡한 상속 셈법
이 밖에도 가족의 변신은 유류분 전쟁에서도 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유류분은 1977년 상속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상속받을 사람의 생계를 고려해 법정 상속인 몫으로 유보해 놓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말한다.
하지만 유류분은 균등한 상속재산 분배라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불씨가 되곤 한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가족 간 재산 분쟁의 하나인 유류분반환청구는 2005년 158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5년 911건으로 5.8배가 넘게 늘어났고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은 분쟁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자식들 간 재산 다툼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이혼과 재혼 등 가족 형태는 다양해지는데 부모들은 유류분 비율대로 재산을 배분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재혼이 늘면서 전처와 이혼 후 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에 대한 재산 분배에서 드러나는 갈등의 골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비단, 과거에는 계모가 사망한 경우 계모자 관계에 따른 상속이 가능했다. 그런데 1991년 민법이 개정된 이후로 계모자 간의 상속은 인정되지 않게 됐다. 아무리 계모이지만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정말로 부모처럼 모셨는데 상속이 되지 않는다면 적잖이 억울한 측면도 있을 터다.
물론 이 경우 입양을 해서 계모의 양자가 돼 상속을 받을 수 있지만 또다시 파혼할 경우 그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가족 구성의 급격한 변화는 상속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치열하게 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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