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아는 자 바다를 지배한다

[big story][한경 머니 = 최지웅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수 세기 넘게 인류는 소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것이 지닌 힘이 우리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이롭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중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수중음향학을 통해 소리과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따라가 보자.


음파란 공기나 물 같은 매질이 진동하면서 그 에너지가 전파돼 가는 파동 현상이다.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정의하며 헤르츠(Hz)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1초에 20번에서 2만 번 진동(20~2만 Hz)하는 주파수 대역의 음파를 들을 수 있는데 이 주파수 대역의 음파를 귀로 듣고 우리는 소리로 인식한다.

하지만 음파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이외의 주파수 대역에서도 존재하며 이러한 주파수 대역의 소리 역시 과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항상 직접적으로 접하는 소리는 공기를 매질로 해 전파되는 음파다. 이러한 음파도 중요하지만 수중에서의 음파는 조금 더 특별하다.

과학 문명의 발전은 전파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급격하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막강한 전파는 수중에서는 큰 감쇠의 영향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음파는 수중에서 전파에 비해 감쇠가 적어 해양 탐사, 수중 통신, 수중 감시 등 수중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수중에 살고 있는 일부 동물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어 먹이를 찾거나 서로 대화할 때 음파를 사용하기도 한다. 미래 인류가 탐사하고 연구해야 할 미지의 분야가 우주와 바다라고 한다면 이 중 해양과학의 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분야가 바로 수중음향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음파 연구, 군사적 목적에서 시작
수중에서 음파의 사용은 여러 다른 과학 분야도 그렇듯이 사실 군사적인 목적에서 선도적으로 발전돼 왔다.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수중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적국의 잠수함들을 탐지, 식별하기 위해 음파를 이용하는 소나(Sound Navigation And Ranging, SONAR)를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수중음향 기술은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렇듯 수중음향의 군사적 활용은 적국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큰 목적이 있다. 전쟁에서 잠수함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적국의 항만을 봉쇄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을 이용해 사전 징후 없이 상대 국가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정숙성이 높아지고 무반향 재질을 잠수함 외부에 부착하는 스텔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탐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 해군도 적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탐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소나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아래 현대의 수중음향은 군사적으로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해양 자원 탐사, 수중 통신, 해양 환경 모니터링 등 많은 부분에 활용되고 있다. 해양은 그 특성상 인간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음파를 이용하면서 해양에서 인간의 영역이 다방면으로 넓어지게 됐다.

수중음향을 이용한 자원 탐사는 해양에 존재하는 수산 자원을 파악하거나 심해에 존재하는 망간단괴, 해저에 존재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및 심해 퇴적층 하부에 존재하는 석유 탐사 등 인간이 직접 탐사할 수 없는 해양 내 존재하는 자원 탐사를 가능케 한다. 또한 수중음향은 해양 환경 모니터링에도 사용된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육지보다 해저에서 훨씬 많은 횟수로 발생하는데 국내에서 일어나는 지진 역시 해저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탐지하고 진원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육지에서 지진계를 이용해 탐지하는 것보다 수중에서 수중청음기를 이용해 탐지하는 것이 훨씬 높은 탐지율을 보인다고 한다.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파의 경우 해저면을 통해 전파돼 오는 지진파도 존재하지만 지진 발생 후 수중으로 전파돼 오는 음파의 일종인 티(T)파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수중청음기를 이용한 해저 지진 탐지가 가능해졌다.

수중음향, 지구온난화 문제 풀 열쇠
수중음향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극지방에서 일어나는 빙하의 감소를 모니터링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극지방의 수중에 설치된 수중청음기를 이용해 빙하가 깨지거나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소리를 분석해 빙하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원리다.

수중음향을 이용한 해양 환경 모니터링은 측정이 어려운 먼 외해의 풍속과 강우량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파도의 크기가 달라지고 파도가 깨짐에 따른 수중소음의 특성이 변동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풍속을 추정할 수 있게 된다. 빗방울이 수면에 떨어질 때 소리가 발생한다. 그와 동시에 빗방울이 떨어진 후에 물속에 조그마한 공기방울이 형성되는데, 이때 이 공기방울이 공진운동을 하면서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시간당 강우량과 비의 종류를 추정해낼 수 있다.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대역인 수 메가헤르츠(MHz)의 음파를 이용하면 해양에 존재하는 적조생물의 탐지 또한 가능하다. 적조의 발생은 해양 생물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를 조기에 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적조 탐지는 목측에 의존하거나 인공위성을 통한 탐지 방법도 이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방법들은 이미 적조가 발생한 후에 관측이 가능함에 따라 조기 경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음파의 이용은 초음파를 송신한 후 적조 유발 플랑크톤으로부터 산란돼 오는 소리를 수신하는 방법으로 플랑크톤 개체수가 증가할수록 더 큰 산란 신호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하므로 적조 발생 조기경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중음향을 이용하면 전 지구적 규모의 지구온난화 모니터링 또한 가능하다. 음속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리 전달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서 해수의 온도 상승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즉 강한 저주파 신호를 수중에서 발생시켜 지구 반대편에서 신호를 수신하는 방법인데 장기간 동안 수신 신호의 도달 시간의 차이를 분석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의 수온 상승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수중 무선통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해양에서의 인간 활동이 증가하면서 수중 이동통신에서부터 사물인터넷(IoT), 수중 드론과 같은 수중무인기에 이르기까지 무선통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중에서는 전파의 사용이 제한되므로 무선통신 또한 음파를 이용해야 한다.

빛의 속도로 굴절 없이 전파되는 전파와 달리 음파는 비교적 느린 속도(공기 중에서는 초속 약 330m, 수중에서는 초속 약 1500m)로 전파되고 여러 해양 환경의 변동에 따라 음파의 전달 특성이 변동되므로 수중에서의 무선통신은 육상 통신과는 달리 해양 환경 변동에 따른 통신 채널 특성 연구가 중요하다. 인간은 아직 해양의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고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인류의 관심은 바다로 향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미래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기술들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그 중심에 수중음향학이 있다.

소나
소나(SONAR)는 좁은 뜻으로는 수중청음기, 음향탐신기를 말한다. 원래 소나는 1912년 타이타닉호 조난 사고가 있고 나서 빙산 발견의 방법으로 채용돼 제1차 세계대전 당시는 잠수함 발견에 사용되기도 했다. 어류 탐색, 측심 등 피에조 전기나 자기 변형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장거리에는 화약 폭발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소나에는 음향탐신기형과 같이 스스로 소리를 내어 물체를 표정하는 것(액티브소나)과 수중청음기형과 같이 음원으로부터의 소리를 측정해 그것을 표정하는 것(패시브소나) 두 종류가 있다. 전자에는 음향탐신기 ·음향측탐기가 있는데, 음향탐신기는 초음파를 짧은 단속음(斷續音)으로 발사하고 이것이 물체에 부딪쳐 반사해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어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한다. 또 송파기(送波器)를 회전시켜 그 방향을 탐지한다.


중국 해군이 나포한 미국 해군 수중 드론. 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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