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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오종윤 한국재무설계연구소장]우리는 이러한 노후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마주하고 있다. 석양이 지는 노을을 보면서 향기로운 와인으로 건배를 한다. 아내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눈빛이 오고간다. 카페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친구들과 겨울에 부부 동반으로 태국 골프 여행을 간다. 추운 겨울바람을 뒤로하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오른다. 승무원의 서비스도 좋고, 함께한 친구들과 조용한 담소를 나누다 잠깐 잠에 든다. 잠에서 깨어보니 파란 바다가 비행기 아래로 펼쳐져 있다. 열심히 살았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미래는 준비한 사람의 것이다. 우리가 준비하고 대비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이 올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은퇴를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건강, 화목한 가정 및 배우자, 죽을 때까지 생활할 수 있는 경제력, 건전한 취미, 인생의 동반자, 그리고 종교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행복의 요건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꼼꼼히 생각해보자.
첫째로 건강한 육체, 건강한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세상을 다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에는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흔히 우리들은 건강 하면 육체적인 건강만 생각한다. 육체적으로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곧 육체적 건강도 피폐해진다.
필자가 여기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건강을 지키는 데 자신과 가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을 등한시하거나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화목한 가정 및 배우자(인생의 동반자)를 갖는 것이다. 일을 할 때는 눈 떠 있는 시간의 80%를 직장과 관련해서 보낸다. 그러나 은퇴를 하는 순간 하던 일의 80%가 없어진다. 그 80%를 누구와 보내야 할까.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 자리를 대신해줄 수는 없다. 그 시간은 가족, 그중에서도 특히 배우자 또는 인생의 동반자가 최고다.
영화 <죽어도 좋아>는 노인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무료하고 따분하던 할아버지가 공원에서 할머니를 만나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사랑하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서로 잘하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아프면 약도 사다 주는 등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다른 사람 없이도 두 분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다소 과장되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채워주지 못한 외로움과 삶의 활력을 동반자에게서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째로 경제적 준비다. 늙으면 돈이 효자요, 친구다. 돈이 없으면 자식들에게도 천대를 받는다. 얼마 전에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데려와 야산 공원에 버려 두어 그 어머니를 사망케 해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자식은 더 이상 어머니를 요양원에 둘 수 있는 형편이 못 돼서 공원에 버렸다고 변명했다. 말 그대로 현대판 고려장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그 아들은 어머니에게 보험을 들게 해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만약에 그 어머니에게 많은 돈이 있었어도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손자들도 용돈 많이 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한다. 돈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 얼마 전 50대 중반에 명예퇴직을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유수의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의 중견 간부까지 지낸 분이다. 그분에게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학 동창이 있었다. 그 대학 동창은 친구들이 직장을 떠난 후 마땅하게 갈 곳이 없어 친한 친구들끼리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 대학 동창은 친구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와 그에 필요한 일정한 경비를 제공하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니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나오던 10여 명의 친구들이 한 달에 한두 번밖에는 나오지 않아 그 장소를 폐쇄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 수준이 맞지 않아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얻어먹는 것도 한두 번이다. 결국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서 함께 모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퇴 생활의 백미는 취미
넷째로 건전한 취미가 있어야 한다. 은퇴 생활에서는 취미가 백미다. 은퇴 전에는 활동 시간의 80%를 직장에서 보낸다. 직장 생활이 바로 취미 생활이고, 자아실현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다르다. 은퇴 후에는 직장에서 보내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정열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들도 은퇴 후에 무료함에 빠져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는 우울증에 시달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조기 정년과 수명의 연장으로 은퇴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은퇴 기간이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50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50년을 산다고 생각해보라. 이 긴 시간을 무엇을 하면서 보낼 것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취미도 하루아침에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통해서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이든 미루면 안 된다. ‘나중에 하지’, ‘천천히 하지’ 등 미루는 습관은 우리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중에 최고일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우리의 취미로 만들자.
어떤 취미가 좋을까. 좋은 취미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을 함께 행복하게 만드는 취미가 좋은 취미일 것이다.
다섯째는 종교 생활이다. 노후 생활의 중요한 특징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것, 할 일이 없다는 것,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은퇴 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할일 없이 남겨진 시간을 자신과 남을 위해서 봉사하면서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일 게다. 이렇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이 특히 좋을 것이다. 교회, 성당, 절 등에서는 봉사할 일이 무수히 많다. 봉사를 하게 되면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있고, 시간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으며, 식사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돈이 낭비되는 일이 없어 경제적으로도 쉽게 부족해지지 않을 수 있다.
종교 생활을 하면 친구들이 끊이질 않는다. 언제나 만나서 대화할 상대가 있다. 더군다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아는 교회에는 노인대학이 있는데, 그 대학은 입학은 있어도 졸업이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평생대학이다. 그 대학은 평생대학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은퇴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이 바로 외로움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한다. 든든하게 의지할 절대자와 대화할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후가 덜 외로울 것이다.
인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바로 죽음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가장 잘 죽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 말이 있다.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종교를 갖는 것이다. 종교가 죽음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죽음의 고통은 완화해줄 수 있을 것이다. 종교계의 거물들의 임종은 매우 엄숙하고도 장엄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종교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의 임종의 순간은 평온하다. 심지어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한경 머니 = 오종윤 한국재무설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