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이 섹스를 부른다?



[한경 머니 기고=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흔히 색(色)이라는 말을 섹스의 대용으로 사용한다. 실제 붉은색에서 성적인 흥분을 더 느끼는 것은 남자들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꼬끼오!’ 정유(丁酉)년 새해가 밝았다. 그야말로 다사다난 심란했던 2016년을 뒤로 하고, 2017년 새 달력을 여니 뭔가 좋은 일들이 새벽을 알리는 기운찬 닭 울음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릴 것만 같다.

올해는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사실 붉은 닭이니, 검은 용이니, 파란 말이니 하는 것은 해를 상징하는 12간지 동물에 색이 입혀진 것으로 일본에서 건너온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어쨌든 닭은 어둠을 걷고 새벽이 오는 것을 앞장서 알리는 길조이고, 붉은색 또한 열정, 상서로움을 뜻하는 색이니 올해는 모두 ‘운수대통’의 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런데 닭은 그야말로 호색 및 다산의 동물이다. 생후 170~200일이 지나면 번식 능력을 갖고, 연간 100~220개의 알을 낳는다. 닭처럼 수컷이 암컷보다 덩치가 장대하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동물은 대개 할렘처럼 한 마리 기운 찬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린다. 닭을 기르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보통 수컷과 암컷의 비율이 1대7이면 적당하다고 한다.

실제로 어느 농가에 갔다가 그 비율이 깨진 닭장을 본 일이 있는데, 수컷과 암컷이 거의 동수여서 암컷들이 수컷들의 등쌀에 살 수가 없어 보였다. 그중 한 암컷은 수컷들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며 교미를 해대는 통에 결국 기절(?)에 이르렀다.

◆ 왜 남자들은 빨간색에 끌리는가

닭에 관한 한 ‘쿨리지 효과’라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쿨리지는 미국의 20대 대통령이었데, 부부 모두 국민에게 인기가 많았다. 어느 날 그 쿨리지 부부가 한 농장을 방문했다.

한 수탉이 암컷을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것을 영부인이 보고, 주인에게 물었다.
“저 수탉은 하루에 교미를 몇 번이나 하나요?”
“스무 번도 더 할 걸요?”

영부인은 그 말을 듣자 미소를 지으며 “우리 대통령께 그 말을 전해 주세요”라고 했다.
곧이어 쿨리지 대통령이 닭을 보러 왔다.

그러자 농장 주인이 영부인의 말을 전했다. 쿨리지 대통령도 물어보았다.
“저 수탉은 한 마리하고 그렇게 교미를 많이 한단 말이요?”
“아니요, 여러 마리와 하는 거죠.”

쿨리지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내 아내에게 그 말을 꼭 전해주시오”라고 했다는 거다. 진화심리학에서 수컷의 성 생리, 즉 유전자를 퍼뜨리는 호색한 존재로서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일화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흔히 색(色)이라는 말을 섹스의 대용으로 사용한다. ‘색깔’을 의미하는 色이 섹스의 의미로 사용되는 이유는 우리가 섹스를 생각할 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빨간색’이다.

빨간색은 열정, 사랑, 뜨거운 밤을 상상할 때 여지없이 떠오르는 색이다. 실제로 붉은색에서 성적인 흥분을 더 느끼는 것은 남자들이다. 여자의 빨간 드레스, 빨간 입술, 빨간 손톱, 빨간 하이힐 등에 남자들은 확실히 더 이끌리는 듯 보인다.

◆인간 수컷, 붉은 신호 기억하나

노래에도 ‘빨간 드레스를 입은 너의 모습은 최고였다’느니, ‘그녀의 빨간 립스틱’이니 하는 노래는 유독 남자들이 불러 히트시켰다. 그래서 여자들도 뭔가 유혹을 준비할 때나 여성성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빨간색의 옷이나 립스틱을 고른다. 심지어 우리 유행가에도 ‘립스틱 짙게 바르고’라는 끈적한 노래가 있지 않은가. 그 립스틱은 분명 아주 선홍색일 것이다.

그런데 남자와 달리 여자는 ‘빨간색’을 입고 신은 남자에게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빨간색에 본능적으로 남자들이 끌리는 이유는 ‘배란기’와 상관이 있다.

동물원에 가보면 원숭이나 침팬지 등 암컷들의 성기가 붉은색으로 부풀면 수컷들이 계속 따라다니고, 끊임없이 교미를 시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는 특히 삽입섹스를 하는 동물들 중 암컷은 발정기(배란기)가 되면 성기가 붉고 커다랗게 부풀고, 수컷을 유혹하는 특유의 향기를 흘리며, 질액이 흥건히 흐른다. 암컷의 성기가 붉게 물들면 수컷들은 본능적으로 그때가 교미를 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고, 암컷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아마도 아주 옛날 인간 암컷(여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인간이 두 발로 일어서고 걷게 되면서 배란기를 알아볼 수 있는 붉게 부푼 성기는 다리 사이로 감추어져 버렸다. 그 대신 여자들은 남자들을 유혹하는 무기(?)로 빨갛고 도톰한 입술, 봉긋한 젖가슴, 잘록한 허리, 그리고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 애교 있는 웃음, 높은 목소리 등을 발달시켰다.

하지만 인간 수컷의 유전자 속에는 섹스의 단서로 아직도 그 붉은 신호를 기억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여자 역시 그 신호를 잊지 않았기에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입술을 붉게 칠하곤 한다.

멋진 섹스를 하고 나면 성적 긴장은 사라지고, 여자는 온몸을 흥건히 적시는 옥시토신의 영향으로 애착의 기운에 행복해하고, 남자는 다시 차오르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기운으로 더욱 왕성해진다.

부디 ‘붉은 닭의 해’라는 2017년은 건조하고 외로운 섹스리스의 기운을 내몰고, 커플끼리 열심히 즐겁고 유쾌한 색을 즐김으로 신명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또 닭이 가진 다산의 기운으로 주변에 아기들 소리도 더 많이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민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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