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공동 재산의 상속



[한경 머니 기고=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미국에서는 생존배우자를 보호하는 방식이 부부 재산의 소유 형태에 따라 다르다. 혼인 이후에 취득한 재산을 부부 각자의 개별 재산으로 볼 건지, 아니면 공동 재산으로 분류할지 여부에 따라 상속재산은 천지차이가 날 수도 있다.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증여 또는 유증한 경우 생존배우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생존배우자의 생계를 유지시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생존배우자는 상속재산의 형성에 있어서 피상속인과 공동의 기여를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상속재산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생존배우자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생존배우자를 보호하는 방식은 부부 재산의 소유 형태에 관해 어떤 시스템을 따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부부 재산의 소유 형태에 관한 2가지 시스템이 존재한다. 개별재산법제(Separate Property System)와 공동재산법제(Community Property System)가 그것이다.

개별재산법제를 부부재산법제(Marital Property System) 내지는 ‘보통법(Common law)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별재산법제는 영국의 보통법 전통에서 기원해 영국의 이주자들에 의해 미국 동부에 전해졌고, 공동재산법제는 유럽 대륙에서 기원해 프랑스와 스페인의 이주자들에 의해 미국 서부와 남부에 전해졌다. 현재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루이지애나, 네바다, 뉴멕시코, 텍사스, 워싱턴, 위스콘신 등 9개주는 공동재산법제를 채택하고 있고, 알래스카를 제외한 나머지 40개주는 개별재산법제를 따르고 있다.

알래스카 주는 원칙적으로 개별재산법제를 취하면서도 부부의 합의에 따라 재산을 공동 재산 형태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방식을 따르고 있다. 원래는 위스콘신 주를 제외한
8개주만이 전통적인 공동재산법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스콘신 주가 2004년에 통일부부재산법(Uniform Marital Property Act)을 채택하면서 공동재산법제로 분류됐다.

◆캘리포니아 vs 뉴욕, 부부 재산 다르다?

공동재산법제와 개별재산법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개별재산법제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혼인 이후에 취득한 재산을 각자의 개별 재산으로 소유하지만, 공동재산법제에서는 혼인 이후에 취득한 모든 재산은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서 부부가 동등한 지분으로 소유한다는 점이다.

남편과 아내 중 한 사람은 밖에서 돈을 벌고 다른 한 사람은 가사노동을 전담할 경우, 개별재산법제에 따르면 돈을 벌어온 사람이 그 벌어들인 수입을 혼자서 모두 소유한다. 따라서 이 법제에 의할 경우 가사노동을 전담하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을 가진 생존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유언으로 인해 상속으로부터 배제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의 문제가 대두된다. 따라서 개별재산법제를 따르는 법역에서는 피상속인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생존배우자에게 유류분(Elective Forced Share)을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생존배우자를 보호하고 있다.

반면 공동재산법제에서는 어차피 혼인 기간 동안 취득한 재산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기 때문에 생존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유언으로 인해 상속으로부터 배제되더라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동재산법제에서는 생존배우자를 위한 유류분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개별재산법제보다는 공동재산법제가 생존배우자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대체로 수입 활동을 하지 않거나 더 적은 수입을 버는 아내 입장에서는 이혼이나 상속이 일어나는 곳이 캘리포니아 주(공동재산법제)냐 아니면 뉴욕 주(개별재산법제)냐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두 법제의 차이점을 사례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남편은 밖에서 일을 하며 1년에 5만 달러를 벌고 아내는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별도의 수입은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20년 후 남편이 저축해 둔 봉급을 가지고 남편 이름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딸을 수익자로 지정한 생명보험을 만들고, 1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역시 남편 이름으로 구입했다.

개별재산법제에서 아내는 남편이 생존해 있는 동안 이러한 재산들에 대해 아무런 소유권도 가지지 못한다. 그러다가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는 상속재산인 주택과 주식에 대한 유류분(통상 3분의 1)을 가지게 된다.

검인대상재산(probate estate)이 아닌 생명보험은 유류분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그러나 공동재산법제에서 아내는 남편 수입의 절반을 소유하기 때문에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는 남편의 수입으로 구입한 모든 재산(생명보험도 포함)의 2분의 1을 가지게 된다.

아내가 먼저 사망하면 아내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재산법제에서는 아내가 먼저 사망할 경우 아내는 유언으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