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고연기 상무·임준규 변호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 ]상당수 사람들이 종종 주식을 타인 명의로 해 놓는다. 그렇다면 이 같은 차명주식의 경우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사람도 증여세를 내야 할까. 실제 소유자의 세금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부자는 대형 그룹 명예회장인 이갑부의 외손자다. 이부자는 2011년경 코스닥 상장법인인 주식회사 대형네트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해 50만 주(지분 비율 4%)를 주당 발행가액 500원 합계 2억5000만 원에 김기사 명의로 인수했다. 김기사는 이부자의 어머니 김길자의 운전기사다.
과세관청은 김기사가 2011년경 이부자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2015년경 김기사에게 증여세 및 가산세를 부과·고지했다.
실제로 주식을 타인 명의로 해 놓는 주식 명의신탁은 여러 이유로 자주 있는 일이다. 위 사례는 실제 있었던 사안을 각색한 것으로 주식 명의신탁에 대한 세금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김기사는 이부자가 그룹 총수의 외손자라는 이유로 주식 취득 사실에 대한 허위 소문과 구설에 시달리는 탓에 이를 피하고자 자신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이기 때문에 증여의제(법률상 증여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증여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세법상 증여로 간주하는 것)가 돼서는 안 된다며 과세관청의 처분을 조세심판, 행정소송을 통해 다퉜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과세관청의 증여세 및 가산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면서 김기사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행정법원 2013. 3. 8. 2012구합3309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8. 28. 2013누10337 판결).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근거는 무엇일까.
◆조세회피 목적 아니면 증여의제 안 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주식 명의신탁을 했더라도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증여로 의제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우선 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해 사소한 조세 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와 같은 명의신탁에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명의자(김기사)가 입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다양한 정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5두14714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786 판결 등).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주주(이부자)가 명의신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 만약 명의신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주주(이부자)에게 각종 세금(양도소득세, 배당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등)이 부과될 구체적인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이부자가 김기사에게 주식 명의신탁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나, 이부자는 조세회피가 아닌 금융당국의 조사 및 루머 양산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했으며, 회사 상태나 이부자의 주식 수와 지분율을 고려했을 때 회피되는 조세가 거의 없고, 실제로 발생한 증권거래세 회피는 사소한 조세 경감에 불과해 이 사례에서 과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주식 명의신탁 해지가 아닌 주식 양도 또는 증여를 통해 실제 주주 명의로 주식을 돌려받게 되면 명의신탁 해지 당시의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나 증여세가 부과된다.
◆주식 명의신탁 해지 시 고려할 요소는
김기사가 이부자에게 주식을 다시 재차 양도하거나 증여했다면 양도소득세나 증여세가 부과되고, 과세관청은 과거 명의신탁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명의신탁 해지 당시의 주식 가격이 명의신탁 당시의 주식 가격보다 상승해 명의신탁 해지 당시의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해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액이나 증여세액이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해 부과되는 명의신탁 당시의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한 증여세액 및 가산세액을 초과하는 경우라면, 명의신탁임을 입증해 명의신탁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실제 주주 명의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명의신탁을 해지하는 경우에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명의수탁자는 조세회피 목적이 없음을 입증해 증여의제에 의한 증여세 과세처분을 다툴 필요가 있다.
많은 주주들이 다양한 이유로 주식을 명의신탁 하는 경우가 있다. 명의신탁 된 주식을 실제 주주 명의로 바꾸고자 하는 경우, 이와 관련한 세금 문제에 있어서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해 어떻게 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고연기 상무·임준규 변호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