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괴롭히는 만성 두통

[health]두통은 ‘국민병’이라 불릴 만큼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가볍게 약을 한 번 복용하면 낫기도 하지만 중대한 질환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두통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두통을 경험한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66%, 남성은 57%가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두통을 겪는다고 보고된 바 있다. 두통은 뇌를 둘러싼 뇌막이나 혈관, 근육, 신경분지들이 여러 원인에 의해 수축, 확장하면서 말초신경이 자극되고 이러한 자극이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면서 발현된다.

두통은 크게 뇌의 구조적인 이상 없이 증상만 나타나는 일차성 두통(긴장성 두통, 군발성 두통 등)과 뇌수막염이나 뇌졸중, 뇌종양 등 특정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이차성 두통으로 나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편두통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5만3171명이었고 이 중 남성이 1만3328명, 여성 3만9843명으로 여성이 2.5배가량 많았다.

특히 두통은 남녀 모두 중년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은 40대가 2만514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2만4867명), 50대(2만3820명), 20대(1만8273명), 60대(1만7522명) 순이었다. 여성은 50대가 7만9190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7만6627명), 30대(5만4850명), 60대(4만4196명), 20대(3만8871명) 순이었다. 여성에게 두통이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이 두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여성은 월경 때 편두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두통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이 아닌 심리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 두통은 환자와의 세밀한 면담과 문진, 신경학적 진찰로 80% 이상을 진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효과적인 두통 치료를 위해서는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을 줄여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예방 요법을 병행한다. 하지만 대부분 두통을 겪는 사람들은 증상이 발생하면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해 약국에서 약을 사 먹는 경우가 많다.

단발성으로 한 번 두통이 발생했을 경우 약을 복용한 후 나았다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자주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약물 부작용과 오남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약물 의존성 두통이 발생해 원래 갖고 있는 기존 두통보다 더 심한 두통으로 악화되므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특히 두통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빈도수가 점점 증가하면서 만성 두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성 두통은 3개월 넘게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발생하는 상태다.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등에는 정상으로 나타나므로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 두통 환자의 경우 두통 증세를 완화시키고자 진통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 없이 진통제를 자주 투여하게 되면 약물 과용에 의해 두통이 생겨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만성 두통의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을 줄이기 위한 예방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약이 듣지 않는 만성 두통에 보톡스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두통이 갑자기 심하게 발생한 경우, 고열이나 구토, 편마비, 발음 이상, 의식 변화 등을 동반한 경우에는 뇌졸중이나 중추신경계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며 두통 발생 시 속도나 주기 등 양상을 잘 살펴봐야 한다.

두통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두통이 자주 발생한다면 두통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두통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습관은 적정 시간 동안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수면 시간이 너무 많거나 적게 되면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마다 상이하나 성인의 경우 매일 약 6~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일정하게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초콜릿이나 적포도주, 치즈, 식초에 함유된 아민이나 인스턴트식품, 가공육류, 조미료 등에 들어 있는 MSG, 소시지나 베이컨에 많이 있는 아질산염, 청량음료나 껌, 아이스크림 등에 포함된 아스파탐, 커피와 같이 카페인을 함유한 식품은 두통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다. 자주 머리가 아프다면 하루에 섭취한 음식을 ‘두통 일기’에 기록해 두는 게 좋다. 자신에게 두통을 유발하는 음식을 알아낼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편두통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유산소성 운동을 하거나 목과 어깨, 허리 등의 근육 이완 운동, 명상, 요가 등이 좋다. 6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혈당이 낮아지면 뇌로 혈당을 공급하는 혈관이 수축하게 되는데, 혈관이 수축하면 뇌혈관 주변의 말초신경이 자극되므로 두통이 생긴다. 두통이 있다면 소량이라도 아침식사를 하고 저녁식사는 가볍게 먹는다. 또 비타민 C와 미네랄이 많은 신선한 푸른 채소를 자주 먹는 것도 두통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두통이 자주 발생하면 ‘두통 일기’ 작성을 시작해보자. 하루 종일 섭취한 음식, 증상, 시간 등을 적어 둔 후 의료진에게 설명하면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할 두통
1 갑작스런 한쪽 팔다리의 마비, 언어장애 등이 동반된 두통
2 이전에 없었던 찌르는 듯한, 터질 듯한 매우 심한 두통
3 고열과 구역, 구토를 동반한 두통
4 머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힘을 주면 평소보다 더 심하게 아픈 두통
5 평소의 두통과 달리 더 심하게 아픈 두통
6 최근 머리나 목 부위를 다친 이후의 두통
7 잠을 자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깬 경우의 두통
8 경련, 의식장애, 심한 어지럼증,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시야 장애가 동반된 두통
9 평소 두통이 없다가 50세 이후로 새로 발생한 두통
10 진통제를 복용해도 호전이 되지 않는 두통
11 머리에 벼락 치듯 갑자기 심하게 아픈 두통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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