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영역…100세 시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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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100세 이상 노인이 10년 만에 3배 증가했다. 최근 수명과 관련된 몇 가지 소식을 보면 본격적인 장수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기준 만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으로 2010년의 1835명에서 약 72% 증가했고 2005년의 961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100세를 눈앞에 둔 90대 노인들의 숫자도 15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고령자의 증가는 연령별 사망 빈도의 변화로 이어진다. 1985년에는 연령별 사망자 비율이 70대(21.1%), 60대(19.1%), 80대(12%), 90대(3.2%) 순이었다. 30년 만인 2015년에 다시 조사해보니 80대(30%), 70대(26.5%), 60대(13.2%). 90대(10.8%) 순으로 80대의 사망 빈도가 가장 높아졌다. 특히 여성들은 90대 사망자가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 기준 5.7명 중 1명(17.6%) 꼴로 집계돼 60대 여성 사망자(8.1%)의 2배를 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60대 여성 사망자(13.1%)는 90대 여성 사망자(10.6%)보다 훨씬 많았다.

젊은 시절에는 80세만 돼도 살 만큼 산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음 사례를 보면 이러한 현실 인식이 잘못됐음을 금세 깨닫게 된다.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건강한 노인이 늘어난다는 증거는 고령자 수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과거에는 몇 년이나 더 살겠다고 배를 가르냐며 60세가 넘으면 암이 발견돼도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흔했지만, 요즘은 80세가 넘은 노인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을 발견한 98세의 윤 모 할아버지는 올해 6월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가족의 걱정과는 달리 현재는 병상에서 일어나 산책도 나설 만큼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됐다. 100세 넘어 수술을 받는 환자도 등장하고 있다.

2011년 서울성모병원에서는 102세 대장암 환자의 수술에 성공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는 올해 106세 노인의 대장암 제거 수술에 성공했다. 수술을 받은 추 모 할머니의 주민등록상 나이는 103세지만 실제 나이는 106세라고 한다.

이처럼 큰 수술을 받는 고령의 환자들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80세 이상 노년층에서 4대 암 수술을 받은 환자 수가 1만여 명에 육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90세 이상 수술 환자도 2004년 3400명에서 지난해 1만4200명으로 4.2배 늘었다. 과거에는 70~80대 환자는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령 환자는 수술 후 체력 부담이 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 기술이 발달한 데다, 어르신들의 체력이 좋아져 요즘 의사들은 아무리 고령이라도 거동할 정도만 되면 수술하기를 권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고령인데 수술할 것까지 있느냐는 말을 들으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단 하루를 살아도 아프지 않게 살고 싶다”는 노인들의 단호한 의지가 수술 횟수의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다. 치아 교정을 받는 고령층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2015년 말까지 건강보험 가입자, 기초수급자, 보훈대상자 19만1490명이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종전에는 70~80대가 임플란트를 하는 경우도 흔치 않았는데 2015년에는 90세 이상이 387명이나 됐다.


◆ 단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100세 노인이 100m 달리기 최고령 그룹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는 뉴스도 들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100세 노인 돈 펠먼은 2015년 9월 22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시니어 올림픽’에 출전해 100m를 26.99초에 주파해 27초 벽을 깬 최초의 100세 선수가 됐다. 그는 멀리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투원반 종목에서도 최고령 그룹 세계신기록 보유자다. 학창시절 육상 선수를 꿈꾸었던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었다가 1970년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퇴직한 뒤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2010년 당시 104세의 김 모 할머니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러 한국주택금융공사 인천지사를 직접 방문했다. 당시에는 집을 넘기고 연금 받기에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으나 지금껏 연금을 받고 있다. 바로 현재 가입자 중 최고령자인 인천에 사는 김 모(110) 할머니다.

감정가 1억7000만 원이던 단독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현재 월 50여만 원을 주택연금으로 받고 있다. 남성 최고령 가입자는 100세 김 모 씨로 1억5500만 원짜리 인천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월 67만 원을 수령한다. 여성 최고액 수령자는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98세 김 모 할머니로 월 517만 원을 받는다. 남성 최고액 수령자는 서울 송파구의 95세 김 모 할아버지로 월 514만 원을 받는다.

급속한 고령화에 발맞춰 평생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북유럽 지역 협의기구인 노르딕협의회는 노년층을 포함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의무교육 도입을 제안했다. 유소년에게만 적용했던 의무교육을 성인에게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10년은 더 일할 수 있는 60~65세의 사람들에게 능력을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다.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간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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