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Design] 살아온 인생을 보여주는 매너


사람은 나이 들수록 매너를 갖춰야 한다. 어렸을 때는 몰라서 그런다고 용인될 수 있지만 일정한 연령을 넘게 되면 변명 거리가 없어진다. 사전적 의미로 매너(manner)는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다. 일상생활에서의 버릇, 태도, 예의, 또는 옷차림 예절까지 포괄적으로 의미하기도 한다. 매너를 갖춘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 받는다. 주변의 이웃이 어떤 매너를 지녔는가에 따라 주거의 질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세대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노소(老少)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요즘, 시니어들은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 세대에 대해 어떤 매너를 갖춰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를 가르치려고만 들 것이 아니라 선배의 품격을 보임으로써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 2015년 동아일보와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13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노인 세대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4.1%로, 긍정적이라고 답한 42.7%보다 많았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29.2%), ‘과거의 경험과 지식에만 얽매여 있는 모습’(21.6%), ‘반말 등 나이를 근거로 함부로 대하는 모습’(21.3%), ‘새치기, 자리 양보 강요 등 무질서한 모습’(12.3%) 순이었다.

우리말은 존대와 하대가 뚜렷하게 구분되므로 상황에 맞게 잘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흔히 존경 받는 직업군이나 조직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에게 존댓말이나 존칭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서로 간에 막말과 비하가 만연한 집단치고 사회적 존경을 받는 곳은 없다. 존경을 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반말을 쓰면 상대방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존댓말을 사용하는 시니어를 보면 저절로 존경심이 든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당연한 예의며 스스로 존중 받기 위한 방식임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관습이나 가치관 가운데 현대 사회에서 그 용도와 수명이 다해 폐기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아직도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중시하던 과거의 공동체 문화를 그리워하는 시니어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서열보다 공공질서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세대와의 충돌은 필연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의 속도를, 구세대의 가치관이 따라갈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바뀐 세태에 적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 공중예절은 따로 배운 적이 없고 다 늙어서 다시 배울 필요도 못 느낀다고 고집한다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 미네소타 의학협회는 ‘세태에 관심이 없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게 좋다’, ‘예전이 그립다’는 생각이 노인의 기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흘러간 시대의 가치관을 앞세워 현역 세대를 가르치려 들면 절대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공중질서를 지키는 것은 나이에 관계없는 가장 기본적인 매너에 속한다. 사실 대중교통 이용 시 자리 양보는 배려와 양보의 차원이며 꼭 그래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 중 일부는 지하철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당연한 듯이 자리 양보를 강요하곤 한다. 젊은 세대는 자리 양보를 강요하거나 무질서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일부 노인의 모습에 불만이 크다는 것을 기억하자.

훌륭한 매너는 옷차림에서도 드러난다. 젊었을 때는 아무거나 입고 다녀도 빛나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다. 시니어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차림새에 신경 써야 한다. 상황에 맞지 않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젊은이도 문제지만 편하다고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는 시니어도 좋게 보이진 않는다. 선진 외국에서는 노인들이 멋스럽게 차려입고 외출을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뒤에서 언뜻 보면 젊은 멋쟁이로 착각할 정도다. 늙었다고, 돈 없다고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지 않는다. 옷차림은 자기존중의 표현이자 매너다. 옛날 조선의 선비 역시 그렇게 살았다. 옷차림이 자존감과 언행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우리나라의 시니어들도 멋 내는 것에 눈뜨고 있다니 다행이다.

대접 받고자 하면 먼저 대접하라는 말이 있다. 한 동네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노부부가 손님의 나이에 관계없이 인사를 깍듯이 하고 돈도 두 손으로 받고 존대를 했다. 이런 대접을 받자 젊은이들이 몸 둘 바를 몰라 최고의 예의를 갖춰 노부부를 대하게 됐다. 이 노부부는 아무개가 예의바른 청년이라고 동네 사람들에게 칭찬을 했고 평소 건들거리던 청년들조차 소문이 무서워 저절로 예의바르게 행동하게 됐다. 몸소 매너를 실천한 품격 있는 가르침이 동네 젊은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사례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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