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남성들 상당수가 ‘정력=소변 줄기=전립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변을 볼 때 불편함을 느껴도 자존심 때문에 함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전립선은 남성 골반 건강의 중심이 되는 장기인 만큼 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건강한 전립선을 지키기 위한 일상 속 팁을 알아보자.
전립선은 기원전 300년, 이집트 의사 헤로필스가 처음 발견했다. 영어로 ‘prostate gland’인데, 우리나라에서는 pro를 ‘앞 전(前)’, state를 ‘설 립(立)’, gland를 ‘샘 선(腺)’으로 해석해 전립선으로 명명됐다. 이는 우리 몸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분비샘이란 의미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남성 신체 중 가장 앞으로 돌출된 음경에는 요도 입구 분비선이, 유두에는 유선이 있어 앞에 서 있다는 의미의 전립선은 실제로는 맨 앞이 아닌 셈이다.
단, ‘prostate gland’란 원래 명칭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prostate의 그리스어 어원은 protector(방어자) 혹은 guardian(보호자)이란 의미로, 전립선(현재 의학사전의 공식 용어)의 기능에 기인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전립선은 여러 물질을 분비해 정액의 30% 정도를 구성하는데 정자에 영양분을 공급, 활동력을 높여 외부의 나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아연을 분비해 전부요도에 있는 세균이 정관이나 고환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예전에는 다스릴 섭(攝), 도울 호(護)를 써서 섭호선(攝護腺)이라고도 했는데, 정자와 요로를 보호한다는 의미로는 이것이 더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도 있다. 전립선은 밤톨을 뒤집어 놓은 형태의 장기로, 위치상으로는 치골 뒤, 직장 앞쪽, 그리고 회음부 부위에 자리 잡고, 방광과 연결되는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즉 방광에서 시작되는 요도가 전립선을 통과해 지나가기 때문에 전립선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요도에 영향을 미쳐 소변보는 불편함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전립선은 골반의 중심 장기로서 전립선을 지나 음경으로 가는 신경과 혈관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돼 성기능 저하가 일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전립선을 소변보는 요로기관으로 오해하거나 정력이나 성기능에 관여하는 기관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립선의 크기는 출생 직후에는 1g 정도로 작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조금씩 커져 성인이 되면 15g 정도가 된다. 크기는 좌우 4cm, 상하 3cm, 전후 3cm 정도다. 40대 이후 다시 커지기 시작해 매년 0.4g씩 증가하고 50대가 되면 매년 1.2g씩 증가한다. 이런 크기의 증가에 의해 각종 불편함이 발생하는 질환이 전립선비대증인데, 60대 이상 남성의 60% 이상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전립선암, 조기 발견 시 완치율 90% 이상
전립선염은 전 남성의 50%가 평생 최소한 한 번은 전립선염 증상으로 불편을 겪는다고 할 정도로 흔하다. 전립선염은 갑자기 나타나서 단번에 치료가 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고질적 만성질환이다. 전립선염은 성행위로 전염되는 성병은 아니다. 전립선염이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질환은 아니지만, 심하면 불임의 원인이 되고 청장년층의 업무 능력을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질환이다.
전립선암은 서구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미국에서는 남성들의 암 중에서 2위에 해당하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습관과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남성 호르몬의 변화가 주원인이라 생각된다. 그밖에 잘못된 식이, 운동 부족, 비만, 과음, 흡연, 스트레스 등이 위험요인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은 90% 이상이고 천천히 진행하고 비교적 조절하기가 용이한 암이다. 하지만 암 특유의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므로 50세 이후에는 누구나 전립선암의 위험도를 가질 수 있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전립선암의 선별 검사는 전립선특이항원(Prostatic Specific Antigen, PSA)이라는 간단한 피검사로 가능하다.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면 일차적으로 요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성기능에 관련된 증상도 다양한데, 성욕 감퇴, 발기력 감소, 사정통, 조루, 극치감 감소 등이 나타난다. 특히 전립선염에서는 회음부, 아랫배, 음경, 음낭 및 골반 부위에 다양한 형태의 통증이 동반되고, 심할 경우 허벅지나 무릎으로 뻗치는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립선암은 암 특유의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초기에는 전립선비대증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배뇨 증상만을 보인다. 전립선 질환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질환으로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심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데 상당수 환자들은 우울증까지 호소한다.
전립선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걱정 중 하나가 이러다가 전립선암으로 진행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모든 전립선 질환에서 잘못된 생활습관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특별히 전립선암의 발병 위험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또 전립선에 이상이 있으면 성관계를 자제하려고 한다. 실제 배뇨장애가 심할수록 성기능도 비례해서 약해지긴 하지만 성관계를 삼간다고 소변보는 불편함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금욕 하는 경우 전립선에 부기가 생겨 배뇨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적절한 성관계는 배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단, 너무 과도한 성관계는 좋지 않다. 건강한 전립선을 위해서는 평소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규칙적인 배뇨 및 배변 습관으로 골반의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 1시간에 5~10분 정도는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나 가볍게 걸어서 골반을 풀어주고, 전립선이 자극을 받지 않도록 딱딱한 자리에는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자전거도 장시간 타지 않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전립선액을 배출하고, 따뜻한 온수좌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알코올, 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는 것도 좋다. 전립선에 도움이 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토마토, 콩과 콩 관련 제품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심봉석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