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여성들을 위한 포르노



흔히 포르노를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여자들을 위한 포르노는 여자의 눈높이에서 성적 판타지를 현실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포르노야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죠. 여자들은 다들 혐오스러워하지 않나요?”
“몇 번 남편이 포르노를 함께 보자고 권해서 마지못해 같이 본 적이 있는데, 구역질이 나서 죽을 뻔 했어요. 그날 밤이요? 분위기 무르익은 섹스가 다 뭐예요. 대판 싸우고 따로 잤죠.”
일반적으로 여자들의 포르노에 대한 반응은 이래 왔다. 그런데 이제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도 포르노를 전보다 많이, 자주, 그리고 쉽게 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섹스 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포르노 영화는 점점 더 확산돼 가고 있다. 장소, 공간을 불문하고 쉽게 볼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매체 때문이다. 게다가 남의 눈에 띄기 쉬운 개인용 컴퓨터(PC)보다 한 손에 쥐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추구하기 쉬운 취미가 돼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여자들은 PC보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르노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포르노는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으나, 최근 우리나라 20~65세 성인 남녀 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필자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이제는 여자도 포르노를 적지 않게 본다. 또 28.6%를 차지하는 남자만큼은 아니더라도 포르노를 보는 여자의 19.9%가 성 중독의 빈도를 보였으며, 인터넷 포르노를 자주 많이 볼수록, 성 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파트너 외 섹스, 화상채팅 같은 부적절한 성 행동이 많아졌다.

그런데 남자들의 경우 포르노를 많이 보고, 성 중독이 의심되는 이들 중에는 적지 않게 발기부전 등 성적 어려움을 호소한 반면, 여자들의 경우는 자주 보게 되면 오히려 성적 흥분이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실제로 성 전문가들이 그간 성 흥분이 잘 안 되거나 오르가슴을 잘 느끼지 못하는 여자들에게 성 치료의 한 방법으로 성에 대한 정보(성교육)를 제공하고, 자위행위를 권하며, 포르노 영화를 권해 왔는데, 그것이 실제로 여자의 성적 반응을 돕는다는 증거다.

아마도 여자들이 포르노를 자주 보게 되면, 성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성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며, 또 그런 그림을 보면서 성적으로 흥분하고, 자위행위도 하게 되며, 이것이 여자가 미처 몰랐던 자신의 성감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성 반응이 좋아지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포르노
여자들은 흔히 포르노를 보면 혐오스럽다고 질색을 한다. 실제로 포르노 영화는 너무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여자의 몸과 남자의 몸을 샅샅이 훑고 보여주기 때문에 낭만적인 상상의 여지가 없어서 보고 나면 오히려 기분을 망친다는 여자도 있다.

또 그동안 ‘품위 있는 여자는 포르노 같은 저급한 것을 보고 즐겨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인 학습도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데다 여자와 남자가 성적으로 흥분하는 지점은 좀 달라서, 벗은 몸만으로 흥분이 되고, 발기가 되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좀 더 낭만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포르노는 대개가 남자를 대상으로 그들을 흥분시키기 위해 만들어져 온 것이라 다분히 즉각적이고 노골적인 남자의 성 반응을 먼저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왔다. 따라서 그 영화를 만드는 제작 스태프들도 감독부터 촬영감독까지 모두 남자 일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여자를 위한 포르노’를 표방하며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고, 호주에선 ‘포 더 걸스(For the Girls)’ 같은 여자들을 위한 포르노 웹사이트도 만들어졌다. 스페인의 에리카 러스트, 에니 스프링클, 트리스탄 타오르미노 같은 여자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포르노 영화는 다분히 여자들의 흥분을 위해, 여자들이 가진 성적 판타지를 영상으로 구현해내고 있기에 여자 관객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인 에리카 러스트 감독은 함께 작업하는 촬영감독, 음향 전문가, 카메라 기사 등 모든 스태프가 여자들인데, ‘여자의 몸이나 성기에 초점을 맞추는 남자 카메라 기사들과 달리 여자 카메라 기사들은 여자 배우나 남자 배우의 얼굴이나 표정을 매력 있게 담아내기 때문’이다. 즉 여자의 시각으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의 영화를 여자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도록 영화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에 출연하는 남자 배우들도 지나친 근육을 가진 거친 남성적인 모습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배우들을 선호하며, 그것을 관객인 여자들도 좋아한다. 또 여자 배우도 너무 어린 여자라거나 큰 가슴, 긴 손톱, 과장된 성기를 가진 여자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인 이들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만든 포르노 영화가 남자들을 흥분시키고 만족시키듯, 여자들이 그들의 시각과 성적 판타지로 만들어낸 포르노 영화는 여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섹스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일방적인 것이 돼서는 여자는 물론 남자 또한 즐겁지 않다. 여자가 섹스를 알아야 남자도 즐겁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여자들을 위한 포르노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져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영화를 통해 좀 더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가 현실에서 구현되고, 서로의 기대를 알게 되면 남자와 여자가 상대를 더욱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일러스트 김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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