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의 꽃 주얼리 컬렉팅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진주 목걸이. 낙찰가 3만2500파운드(약 5500만 원). 크리스티.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다이아몬드 브로치. 낙찰가 15만8500파운드(약 2억7000만 원). 크리스티.
반클리프 아펠의 아르데코 팔찌. 추정가 11만~16만5000스위스 프랑. 낙찰가 23만3000스위스 프랑. 크리스티.
레트로 양식의 브로치. 1940년대 부쉐론 제작. 추정가 1500~2500유로. 낙찰가 3250유로. 크리스티.
까르띠에의 아르데코 목걸이. 추정가 400만~600만 홍콩 달러. 낙찰가 1444만 홍콩 달러. 크리스티.
반클리프 아펠의 아르데코 브로치. 추정가 7만~10만 유로. 낙찰가 39만1500유로. 크리스티.
에드워디안 양식의 앤티크 브로치. 1910년대 제작. 추정가 3만8000~5만 스위스 프랑. 낙찰가 13만7000 스위스 프랑. 크리스티.


BIG story
앤티크의 꽃
주얼리 컬렉팅
주얼리는 ‘앤티크의 꽃’이다. 특히 패션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니며 현대 패션과 잘 어울리는 아르데코 양식의 주얼리가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에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등에서도 아르데코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들은 ‘사인드 피스’라고 불리며 경매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홍지연 동양대 보석귀금속학과 교수│사진 한국경제DB, 크리스티

2015년 12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진주 목걸이는 추정가보다 무려 32배, 앤티크 다이아몬드 브로치는 20배나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추정가를 훨씬 넘어선 낙찰 행진은 계속 이어졌다. 이 주얼리들의 원래 주인은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1925~2013년),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그녀의 생전 소장품 400여 점이 경매로 나와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그녀가 즐겨 착용했던 진주 목걸이는 추정가가 1000파운드였지만 순식간에 3만2500파운드(약 5500만 원)로 치솟았고, 1800년경에 제작된 다이아몬드 브로치는 15만8500파운드(약 2억7000만 원)에 낙찰됐다. 대처는 이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영국 총리 관저에 걸린 대처의 공식 초상화를 비롯해 여러 공식 행사에서 착용했다. 이 브로치 외에도 그녀가 소장했던 여러 점의 앤티크 주얼리가 경매에 나와 높은 관심을 받았다.

앤티크 주얼리란 무엇인가?
대처도 애장했던 앤티크 주얼리란 무엇인가. 앤티크(antique) 주얼리는 100년 이상 된 주얼리를 말한다. 100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서 비롯됐다. 1930년대에 미국 세관에서 앤티크를 예술품으로 인정해 관세를 면제해주었는데 그 기준 시기를 1830년대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한정하면서부터다. 기계에 의한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철저한 장인정신과 수공예로 제작된 주얼리, 가구, 도자기 등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면세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100년이 되지는 않았지만 보존하고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빈티지(vintage) 주얼리라고 부른다. 한 시대를 대변할 만큼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크고 희소한 것으로 최소한 20년이 지난 주얼리들이 해당된다. 100년이 지나면 앤티크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벼락부자의 집에는 앤티크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일반 주얼리 구매는 디자인과 브랜드, 지불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앤티크 주얼리는 이에 더해 예술적 안목과 문화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주얼리와는 달리 역사성과 희소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소장자의 문화적 감식안이 더해질 때 비로소 앤티크 주얼리를 즐기고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자본이 없는 벼락부자의 집에는 앤티크가 없을 수밖에 없다. 주얼리 본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상징, 스토리가 담겨 있으며 다시 구하고자 해도 구할 수 없는 나만의 독특한 주얼리, 이것이 앤티크 주얼리만이 가진 차별적 가치다.
앤티크 주얼리는 100년 이상 된 오래된 주얼리를 통칭하므로 그 시간적 연원은 선사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수집이나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18세기부터 시작한다. 앤티크 주얼리의 양식 구분은 다음과 같다. 조지안(Georgian, 1714~1830년), 빅토리안(Vic torian, 1837~1901년), 에드워디안(Edwardian, 1901~1914년), 아르누보(Art Nouveau, 1895~ 1915년), 아르데코(Art Deco, 1914~1935년), 레트로(Retro, 1940~1950년)다. 조지안부터 에드워디안까지는 왕조의 이름을 따른 것이고, 아르누보와 아르데코는 예술 양식을 말한다. 각 시대마다 독특한 조형성과 미학이 있다. 앤티크 주얼리에 접근하는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은 바로 연대를 추정하는 것이다. 연대를 파악해야 진위 여부와 가치, 투자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에서 제시된 각 시대와 양식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와 이해는 필수적이다. 시대별로 변화해 온 주얼리 양식과 보석의 종류, 특정 시기에 사용되던 보석의 연마 기법 등에 익숙해져야 한다. 또한 국가별로 다양하게 사용된 홀마크(hallmark)와 제조사 마크(maker’s mark), 주얼리에 사용된 재료, 세공 기법 등을 구분해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앤티크 주얼리를 수집하고 투자할 때에는 특히 다음의 3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전체적인 디자인과 조형성을 살펴야 한다. 이것은 앤티크 주얼리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로 주얼리의 제작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주얼리의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 감각을 살펴봄으로써 진품 여부도 가려낼 수 있다. 스타일은 비슷하게 따라했을지 모르지만 모조품에는 진품이 지닌 독특한 조화감이 결여돼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품질과 보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세공이 정교하고 아름다울수록 앤티크 주얼리의 가치는 올라간다. 현대의 주얼리는 대중을 상대로 제작되지만 앤티크 주얼리는 주로 왕실과 귀족을 위해 제작됐기 때문에 고도의 장인정신이 구현돼 있다. 보석을 비롯해 여러 세부 장식과 부분들의 제작 시기가 서로 일치하는가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보존 상태는 주얼리의 아름다움은 물론 미래 가치와 잠재적 내구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앞면은 물론 뒷면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셋째, 희소성을 고려해야 한다. 대처의 앤티크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추정가보다 20배나 높게 낙찰된 결정적인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당대에 극히 소량으로 제작됐거나 시대가 흐르면서 소실돼 전해 내려오는 양이 극히 적을 때 주얼리의 희소성은 높아진다. 조지안 시대의 주얼리가 희소한 데다가 대처라는 역사적 유명인사가 애용했고 공식 초상화는 물론 증거 자료들까지 뒷받침해주니 막대한 프리미엄을 형성할 조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진화하고 있는 앤티크 주얼리 시장
다른 앤티크에 비해 앤티크 주얼리의 가장 큰 매력은 착용하면서 본인은 물론 타인과도 그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패션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니며 현대 패션과 잘 어울리는 아르데코 양식의 주얼리가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데코 주얼리는 이미 1980년대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초기 아르데코 주얼리는 앤티크 반열에 합류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 기계 문명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아르데코 주얼리는 기하학적이고 심플한 디자인과 강렬한 색채 대비로 새로운 미학을 선사했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 착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현대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현대에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등에서도 아르데코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고 이들은 ‘사인드 피스(signed piece: 유명 디자이너나 장인의 서명이 담긴 작품)’라고 불리며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귀한 보석이 세팅되고 디자인이 뛰어날 경우 추정가를 훨씬 뛰어넘으며 낙찰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6월에 파리에서 열린 크리스티 보석 경매에 출품된 반클리프 아펠의 아르데코 브로치다. 추정가가 7만~10만 유로였는데 39만1500유로(약 5억1200만 원)에 낙찰됐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추정가보다 4~5.6배나 높게 팔린 것이다. 중앙에는 5.7캐럿 에메랄드가, 양쪽에는 3.14캐럿과 3.37캐럿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다. 특히 중앙에 있는 에메랄드는 최고의 에메랄드 산지로 유명한 콜롬비아산인 데다가 에메랄드의 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흔히 행해지는 오일 처리가 되지 않은 정말 귀한 에메랄드다. 또한 이렇게 큰 캐럿으로 아르데코의 전형적 특징인 기하학적 형태를 구현한 디자인도 희소하다 보니 경합이 치열했던 것이다.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 희소성을 두루 갖춤으로써 높은 투자성을 증명한 좋은 예다.
지난해 6월,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보석 경매에 나온 까르띠에의 아르데코 목걸이도 추정가가 400만~600만 홍콩달러였는데 무려 1444만 홍콩달러(약 21억6400만 원)에 낙찰됐다. 추정가보다 2.4~3.6배 높은 금액이다. 아름다운 색상의 루비가 총 50캐럿이나 세팅이 된 대작으로 그중 14개는 루비의 최고 산지인 미얀마산이며 루비에 흔히 처리되는 열처리를 하지 않아 이러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앤티크 주얼리 시장도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변동성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유럽과 미국이 주요 수요처였으나 아시아, 중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앤티크 주얼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취나 자연산 진주로 된 앤티크 주얼리가 각광받고 있다. 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한정적이며 한번 팔린 뛰어난 아이템은 개인금고 속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앤티크 주얼리 그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부의 이동에 따른 신흥 컬렉터들의 부상과 그에 따른 시장의 향방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앤티크 주얼리 투자 시 유의점
앤티크 주얼리에 방향성을 적용시킨다면, 우선 빅토리아 시대나 아르데코 시대와 같이 시대별로 컬렉팅을 하는 방법이 있고, 한 시대 안에서도 특정한 아이템에 집중할 수도 있다. 특정한 아이템이란 반지나 브로치 등 용도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애도 주얼리나 샤틀렌처럼 단일 아이템일 수도 있다. 구매를 결정했으면 제작 연도에서부터 재료, 가격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이 망라돼 있는 영수증을 꼭 챙겨야 한다. 고가의 보석이 세팅돼 있는 경우에는 영수증 이외에 보석 감정서를 의뢰해 검토한 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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