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럭셔리 그 이상을 허(許)하다

루보쉬 바타 포시즌스호텔 서울 총지배인

포시즌스(Four Seasons)의 노하우가 집약됐다. ‘스위트룸급 일반 객실, 금박 사우나, 옥으로 만든 젓가락….’ 베일을 벗은 세계 최고 럭셔리 호텔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그 화려함으로 명성을 입증했다. 포시즌스가 추구하는 궁극의 럭셔리 세계를 루보쉬 바타(Lubosh Barta) 총지배인이 안내했다.

‘44만5000원(세금 별도, 성인 2인 기준)’. 포시즌스호텔 서울의 가장 저렴한 일반 객실 가격이다. 2015년 10월의 첫날,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상륙한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비싼 특급 호텔’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 루보쉬 바타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고품격 서비스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이다”라고 운을 뗐다.

“포시즌스호텔 홍콩에서 하루 묵는 비용은 700달러(82만 원), 영국 런던에서는 900달러(106만 원),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700달러, 일본 도쿄에서는 550달러(65만 원) 정도의 숙박비가 필요합니다. 포시즌스를 애용하는 고객들에게 40만 원대의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만다린오리엔탈, 페닌슐라와 함께 3대 럭셔리 호텔로 꼽히는 포시즌스는 높은 가격에도 팬층이 두텁다. 세계 부호들의 사교장으로 통할 정도. 전용기인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Private Jet)’를 운영하는 유일한 호텔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와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이 호텔 체인의 최대주주라는 점도 럭셔리 이미지를 더한다.

럭셔리 호텔 포시즌스가 지향하는 것은 최대(最大)가 아닌 최고(最高)다. 지상 25층, 지하 7층 건물에 스위트룸 43개 등 객실 317개를 갖춘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덩치로는 여느 특급 호텔에 비해 소박한 편이다. 그러나 다른 특급 호텔의 주니어 스위트룸 규모인 44~52㎡(약 13~15평)에 달하는 널찍한 일반 객실, 765㎡ (약 230평) 규모의 대형 피트니스센터, 레스토랑과 바를 포함해 7개에 이르는 식음료업장은 포시즌스호텔 서울의 서비스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테리어에는 한국의 문화를 최대한 녹여냈다. 도자기, 문갑 등의 장식품은 물론 호텔 입구부터 곳곳에 한국 작가의 미술작품이 걸렸다. 루보쉬 바타 포시즌스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이곳이 한국이구나’ 하는 느낌을 충분히 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이러한 현지화의 백미는 단연 입지다. 포시즌스는 해외에 입성할 때 그 나라의 중심부를 겨냥해 왔다. 포시즌스 파리는 에펠탑 옆, 포시즌스 LA는 로데오 거리, 포시즌스 모스크바는 붉은 광장 옆에 자리한다. 바타 총지배인은 “입지는 럭셔리의 중요한 요소”라며 “서울의 과거와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 중심부를 선점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실제 포시즌스는 무려 15년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청와대와 경복궁이 한눈에 조망되는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사거리에 자리하게 됐다. 포시즌스 시드니에서 2013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 왔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울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것이다.

최고의 럭셔리 서비스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배려’
4대째 호텔리어로 근무하고 있는 바타 총지배인은 “포시즌스의 궁극의 럭셔리는 시설도 입지도 아닌 서비스다”라고 강조했다. 매뉴얼이 따로 없는 고객맞춤형 서비스가 진짜 럭셔리 서비스의 결정체라는 것. 그는 역설적이게도 투숙객을 위한, 흔한 다림질 서비스를 럭셔리의 예로 들었다.

비즈니스 업무로 출장 온 고객이 양복 다림질을 필요로 하는 경우 대부분의 호텔들은 기본 4시간, 빨라도 1시간이 걸린다고 매뉴얼대로 안내한다. 반면 포시즌스는 다급해 보이는 고객에게 다림질 서비스의 기본 시간이 4시간이라는 안내를 하지 않는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정돈된 옷을 서비스해준다. 그는 “입실해서 퇴실할 때까지 모든 것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만족도 높은 서비스”라며 “소소한 배려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기본. 바타 총지배인은 “명함이 떨어져 급하게 도움을 요청한 고객이 있었는데 1시간 만에 기존과 동일한 명함을 50장 만들어 드렸다”며 “포시즌스의 럭셔리 서비스 경쟁력은 고객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고 배려하는 DNA를 가진 직원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이 추천하는 포시즌스의 특별한 다이닝


중식당 ‘유 유안’

상하이 명소인 아름다운 정원의 이름을 따서 만든 ‘유 유안(Yu Yuan)’은 1920년대 격동적인 상하이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담았다. 광둥요리를 주로 선보이지만, 베이징 덕 등 다양한 지역 특선 요리를 두루 갖췄다. 바타 총지배인은 “한국화된 중식당이 아니라 중국 음식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라며 “유 유안의 우아함과 따뜻한 분위기는 비즈니스 모임은 물론 가족이나 연인이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인 베이징식 오리(Beijing duck)는 15만 원, 돼지고기 바비큐 6만2000원, 상하이식 샤오롱바오 1만9000원.

일식당 ‘키오쿠’

홍콩 출신 디자이너 안드레 푸(Andre Fu)가 디자인한 ‘키오쿠(Kioku)’는 3층 규모의 매우 높은 층고가 인상적이다. 따라서 개방감이 탁월하다. 위층에는 스시바, 아래층에는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홀이 마련돼 있다.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7개의 프라이빗 룸과 세미 프라이빗 다이닝 룸 등이 있다. 미슐랭 스타로 명성을 얻은 일본인 사와다 셰프가 그만의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도 인기다. 매일 제주 등에서 공급되는 신선한 재료로 정갈한 일본 음식을 제공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점심 코스요리는 6만 원부터, 저녁 코스요리는 18만 원부터.

바 ‘찰스 H’

예상치 못한 곳에 위치한 은밀한 공간이다. 많은 호텔 바(bar)들이 전망이 수려한 루프톱 바를 내세운 반면, 포시즌스의 ‘찰스 H(Charles H)’는 어두컴컴한 지하공간에 위치해 있다. 간판 하나도, 안내 표시도 없다. 지하 계단을 내려가 대리석 기둥 뒤 문을 열면 그곳에 비밀스런 공간이 숨어 있다. 뉴욕에서 금주법이 시행돼 몰래 숨어서 술을 마셨던 시대의 느낌을 되살렸다. 칵테일 애호가인 작가 찰스 H. 베이커의 여행 발자취를 따라 미국, 중국, 이집트 등 지역별로 다양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바타 총지배인은 “찰스 H는 칵테일의 맛은 물론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뉴욕 스타일의 총체적인 신기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칵테일 한 잔은 보통 2만1000원에서 2만7000원 수준.

배현정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포시즌스호텔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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