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세계 전사(戰史)로 보는 투자전략

투자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세계다. 좋은 투자 전략이란 좋은 생존 전략이다. 수많은 세계 전사(戰史)에서 승리를 누리는 쪽은 자신이 보유한 모든 자산과 주변 환경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 진형이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냉혹한 투자 시장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성향 및 투자 여건을 효율적으로 고려한 자산 배분 전략이 중요하다.

세계 전쟁사에 빛나는 군대의 전략을 통해 나만의 생존 전략을 수립해보자. 삼성증권이 고려군, 스파르타군, 독일군, 몽골군 등 4개 군대의 주요 전략을 재해석한 신자산 배분 모델을 제안했다.

고려군, 국난을 극복하는 ‘무조건 守城’

중원의 주인이었던 송나라까지 굴복시킨 거란이 세 차례에 걸쳐 대군을 일으켜 고려를 침략했음에도 끝내 고려는 함락시키지 못했다. 험준한 산성에 의지한 채 일치단결해 싸우는 고려군민들을 격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려군은 중원을 향한 고구려군의 기상은 잃어버렸을지 모르나, 최소한 수성을 통해 침략자를 물리치는 소위 청야전술(淸野戰術)은 제대로 계승했다. 청야전술이란 대규모의 침략군이 내습했을 때 적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군수물자는 모두 태워 버리고 모든 주민과 지방군은 험준한 산성으로 피신해 적의 보급로를 위협함으로써 적이 스스로 지쳐 물러나도록 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청야전술이 가지는 약점이 있다. 즉 ‘지키기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 고려군은 침략해 오는 거란군을 잘 막아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얻은 실익도 많지 않았다. 극단적인 위험에 대응하는 ‘국난 극복용’ 이외에는 효용성이 적다.

고려군의 '청야전술형' 자산배분
전체 자산의 67% 정도를 각종 채권에 투자하는 상당히 보수적인 자산배분 전략이다. 일단 '원금부터 지키고 본다'는 단순하고 보수적인 전략이다. 글로벌 위기가 닥치더라도 큰 손해를 입으면 안 되고, 단기적(1년 이내)으로 자금을 운용하기를 원할 때 적합하다. 연금 수입에 의존도가 높은 은퇴자들이 고려할만한 자산배분 전략이다. 단, 국난 수준의 위기를 대비할 필요가 없는 투자자라면 이 전략을 사용하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스파르타군, 일격(一擊)으로 적을 섬멸

“오늘 저녁은 저승에서 먹는다.” 영화 ‘300’을 통해 잘 알려진 스파르타인들의 전쟁 구호다. 그들 개개인은 잘 훈련된 최강의 보병이었으며, 특히 방진(Phalanx)에서 싸우는 동안에는 개인 전투 능력의 몇 배를 발휘했다. 그러나 가히 유럽 최강의 보병군단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전쟁이라는 리스크(risk)는 회피했다. 스파르타인들의 군사력은 정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미 획득한 재산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길러졌다.

만일 상대가 싸움을 걸어온다면 성벽에 의지해 수세적으로 싸우기보다는 ‘결정적 전투’를 통해 일격에 적을 섬멸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스파르타군은 제한된 시민으로 구성돼 있어 심각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스파르타의 국정 운용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군의 ‘공세적 방어형’ 자산 배분
전체 자산의 절반 정도를 채권(국내 채권 45%, 해외 채권 5%)으로 구성하고 나머지를 주식과 유동성 자산(현금)에 배분하는 포트폴리오다. 투자형 자산의 경우 해외 주식(16%)과 국내 주식(15%)에 분산투자를 해 변동성의 증가를 최소화한다. 가급적 예금금리 이상의 성과는 원하나, 큰 위험은 피하고자 하는 재무 목표에 적합한 자산 배분 전략이다.

독일군, 저항을 분쇄하는 전격전(電擊戰)

제2차 세계대전 초반 유럽을 석권했던 독일군의 장비와 무장은 그들에게 격멸 당했던 유럽군에 비해 크게 우월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치해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술이 탁월했다.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손잡고 독일군을 몰아낼 수 있다고 과신하고 있을 때, 그들은 기갑과 공군이 돌파의 중심에 서고 보병, 포병, 특수병 전력이 일괄적 지원에 나서는 ‘전격전’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략을 준비했다.
독일인들은 병과별로 맡아야 할 임무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었지만 분산된 각 병과의 힘은 다른 병과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독일의 깃발이 1941년까지 유럽 전역에 휘날릴 수 있었던 힘이다.

독일군의 ‘전격전형’ 자산 배분
효율적으로 분산된 힘이 가장 강력하다. 가장 무난한 자산 배분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우수한 투자 성과는 어느 우월한 특정 자산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산별 분산투자 효과의 극대화를 통해 높은 기대수익과 낮은 변동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해외 주식(25%), 국내 주식(25%)이 공격의 중심에 서고 국내 채권(30%), 해외 채권(10%), 유동성 자산(10%)에 고루 자산을 배분해 안정적 운용을 추구한다.

몽골군, 기동력의 무한질주

몽골 기병군단은 엄정한 군기 아래 지휘자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력한 전투 조직이었다. 몽골군은 당시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했으며, 그들의 장비, 무기, 심지어는 식량마저 가혹한 장거리 이동에 걸맞게 최적화돼 있었다. 그렇다고 몽골군이 기동력을 살린 기병전술에만 능하고 다른 형태의 전투에는 약했던 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평원에서의 기동전을 포기한 채 성문을 닫아건다면 몽고인들은 즉시 역전의 보병으로 변해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투 상황에 맞춰 자신을 변화해 가며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야말로 그들이 세계 정복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몽골군의 ‘무한 기동성’ 자산 배분
어느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 확신하고 있는가. 시장의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몽골군의 기동성을 표방한 공격적 자산 배분 모델은 전체 자산의 70%를 투자형 자산(국내 주식 35%, 해외 주식 35%)에 배분하는 고수익 추구형 포트폴리오다. 즉 채권(국내 채권 15%, 해외 채권 5%)과 유동성 자산(10%) 비중을 줄이고 적극적 주식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글 배현정 기자│ 도움말 김도현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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