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Money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이끈 주역으로서 앞만 보고 달려온 50대.
당신이 알고 있는 투자와 상속에 관한 선입관은 지워라. 돌다리도 다시 두들겨봐야 한다.
성공한 50대의 삶은 남부럽지 않게 풍족하다. 하지만 ‘인생의 스위트룸’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아쉽게도 한정적이다. 근로소득자라면 은퇴를 코앞에 두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자녀들의 분가나 상속 문제를 걱정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경선 신한은행 PWM방배센터 팀장은 “50대는 은퇴를 위해 몸(건강)과 마음(동반자)을 준비하고 나아가서는 준비함으로써 행복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황금기다”라고 강조했다.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50대부터 미리미리 은퇴 설계와 노후 대비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한경 머니설문조사 결과, 투자에서는 안정적인 성향을, 상속에 있어서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하는 50대에는 돌다리도 다시 두들겨보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 50대가 투자하는 법
한경 머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7.0%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금융 자산(25.0%)과 현물 자산(12.0%) 등이 뒤를 이었지만 부동산의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과거 전체 자산 중 70~80%에 육박했던 부동산에 대한 편중은 많이 완화됐다.
10월 초에 발표된 KEB하나은행의 ‘2015 한국 부자 보고서(Korean Wealth Report)’를 보면 국내 부자들의 자산은 부동산이 47%, 금융 자산이 53%라는 답변이 나왔는데 금융기관의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부동산과 금융 자산은 역전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재미있는 대목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살리기의 여파로 최근 들어서 부동산 비중이 다소 늘고 있다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의 조사에서도 향후 부동산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답변이 15%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한경 머니의 설문에서 50대 자산가들의 재테크 선호도는 안정지향성이 강했다. 안정적 투자처인 예금(45.0%)을 우선 꼽았고, 부동산도 32.0%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했다. 반면 주식(20.0%) 등 공격적 성향의 투자는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으로 안정성(46.0%)을 꼽았으며, 기대수익률도 5~6%(31.0%)와 3~5% (28.0%) 등 시장금리(1.5~2%)를 조금 웃도는 수준의 중수익을 선호했다.
그렇다면 이른바 제로금리 시대로 불리는 현재에 50대의 투자 방향타는 어디에 맞춰야 할까. 전문가들은 위험관리를 가장 우선시하되 투자수익률도 결코 놓칠 수 없다고 조언한다.
박일건 우리은행 PB팀장은 “40대에는 자산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면 50대에는 자산을 수성하는 욕구가 많은 것 같다”면서도 “50대 자산가 중에서는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를 하면서 목표수익률이 이뤄지면 단기간에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매달 1억 원씩 투자를 진행하다가 5~6% 정도의 목표수익률에 도달했다 싶으면 6개월 내에도 투자금을 회수해 가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는 것.
또 그는 “투자포트폴리오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6대4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며, 부동산 비율이 높다고 해 무리하게 부동산 비중을 줄이다가는 오히려 세금 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며 “50대 자산가들은 자산을 최대한 심플하게 관리해 차후 상속이나 증여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히 여러 금융기관의 비슷한 금융상품에 분산해 예치한다고 중복투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자산가들의 투자 트렌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60% 이상 채권을 포진시킨 채권 혼합형 펀드, 부동산은 30억~50억 원대 중형의 수익형 부동산, 예·적금보다는 저축성보험이나 연금보험, 달러 투자 등이다.
50대에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자산관리 방향과 관련해 교육비와 노후 준비를 꼽은 전문가도 있다. 황복희 KEB하나은행 영업1부 PB부장은 “50대는 경제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시기이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인 반면 주택 확장, 자녀 교육 및 독립 등으로 지출 또한 가장 많은 시기”라며 “가장 큰 지출 항목 중 하나인 자녀 교육에 올인하기보다 자신의 노후 준비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50대의 투자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서재연 KDB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이사는 “은퇴 시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관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원금을 지키는 선에서 어느 정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 금액의 50% 정도는 3년 이상 중기 투자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국내 투자, 그중에서도 10년 이상 꾸준히 예금보다 높은 배당을 해 온 우량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거나 배당주 펀드 등에 투자할 것을 권하며, 30% 정도는 글로벌 틈새시장인 환율 투자나 신흥국 투자에, 20% 정도는 3년 미만 단기로 운용하면서 유동성 자금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퇴직 전까지 3년 이내의 기간이 남았다면 단기 원금보전 추구형 사모펀드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다. 김형리 NH농협은행 개인고객부 차장은 “사모펀드의 경우 단기간(3개월, 6개월, 9개월, 1년) 동안 정기예금보다는 0.5%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은퇴 시기와 맞춰 상품 기간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즉시연금 상품에 대한 가입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험이나 연금의 활용도도 주목된다. 김경선 신한은행 PWM방배센터 팀장은 “아직 소득이 있는 50대라면 복리효과를 노릴 수 있는 장기 투자와 비과세 효과를 함께 노릴 수 있는 연금 설계가 가능하다”며 “60~65세까지의 가교연금 준비를 별도로 하고, 65세 이후 종신연금으로 시작해 길게 누리면서 확정 연금은 활동 시기에 자금을 보충해준다면 종신연금의 추가 수익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성열기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센터장도 저금리 시대 보험의 투자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기업 오너 등 자산가들의 경우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인 경우가 많은데 차후 상속인들이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피보험자를 자신 명의로 해 종신보험을 들어두면 차후 상속인들이 세금 납부 재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며 “저축성보험의 경우 저금리를 커버할 수 있고, 연금보험은 노후 준비와 세금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상속 플랜 준비, 왜 50대부터인가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 집단인 50대에게 상속 문제는 가깝지만 먼 주제였다. 한경 머니의 설문조사에서 자산가들은 상속·증여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계획이 없다’(50.0%)는 답변을 가장 많이 내놨다. 또 무려 71.0%의 답변자가 ‘상속·증여 플랜을 짜기 위한 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한두 번 받거나’(22.0%),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는다’(7.0%)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향후 상속·증여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가족회의’(59.0%)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가운데 ‘유언장 작성’(24.0%)과 ‘전문기관 의뢰’(12.0%)는 소수의견이었다.
50대에게 상속 플랜은 시기상조일까.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동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상속 플랜을 보험에 비유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30~40대에 보험을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측하지 못한 사망으로 인해 내 가족에게 부담을 주거나 분쟁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사전에 상속·증여 플랜이 필수적이다”라며 “합산 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10년 단위의 사전증여나 가업상속공제 적용 등을 위해서도 50대부터는 사전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50대의 상속·증여 플랜을 위해서는 자신의 재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합산 과세 방지와 절세를 위한 증여 시기 결정, 상속세 등 납세 재원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 또 가족들에게 상속 플랜에 대한 개요를 미리 설명하고, 유언장 작성이나 유언대용신탁 등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50대의 경우 미래 상속을 위해 사전증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10년 동안 배우자는 6억 원, 성년 자녀는 인별로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없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여 재산은 임대소득이나 배당소득 등 수익이 발생하는 재산이 좋다. 향후 배우자나 자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금, 주식, 부동산 등 재산 유형별로 전략적인 플랜이 수립돼야 한다. 유상학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상무는 “예금 등 현금성 재산은 추후 상속 발생 시 배우자에게 상속해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데,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자로서 배우자가 본인이 받은 상속 재산가액 범위 내에서 상속세를 전부 부담하더라도 다른 자녀들에게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상장 주식의 경우 시가 확인이 가능하고 전후 각 2개월 종가평균액으로 평가하므로 주가가 하락했거나 앞으로 하락이 예상될 경우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의 경우 단독주택, 상가 등은 기준시가로 자녀에게 양도해도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시세보다 저가로 이전할 수 있다”며 “다만 자녀가 미래에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증가하므로 증여 효과와 비교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기업 오너 등 자산가들은 상속·증여 플랜을 세울 때 가업승계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속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이나 재산권 분쟁에 휘말려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운규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미래 자산 가치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현재 자산 가치가 저평가된 자산을 먼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며, 증여세는 증여 시점의 재산 평가액을 기준으로 과세되므로 향후 가치 증가가 예상되는 부동산이나 주식이 있다면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 가업승계증여세 과세특례,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라며 “이들 지원제도의 적용 요건과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꼼꼼히 검토한 후 활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