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남자, 왜 시계에 열광하나

국내 시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급성장의 동력은 남자 시계다.
남자들이 시계 시장의 주 구매자로 떠올랐으며 그 주축은 40, 50대다.
이들은 왜 시계에 몰입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이 명품 시계에 푹 빠졌다. 고가의 시계를 즐겨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워치 홀릭(watch holic) 코리아’로 불러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다.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시계 시장 규모는 2008년 7400억 원에서 2013년 2조3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국내 시장에서 손목시계의 점유율이 95%이고, 이 중 해외 수입품 비중이 90%가 넘는다. 글로벌 시계 브랜드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국내 시계 시장이 커진 것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리치몬트그룹과 스와치그룹의 자회사인 리치몬트코리아와 스와치그룹코리아다. 양사가 차지하는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리치몬트코리아가 취급하는 시계 브랜드는 10개인데, 모두 고가의 명품 브랜드다. 스와치그룹코리아도 매한가지다. 국내 명품 시계 시장의 성장 추이를 알기 위해서는 양사의 매출 추이를 보면 된다. 리치몬트코리아의 매출액은 2010년 2432억 원에서 지난해 6013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스와치그룹코리아도 2010년 1197억 원에서 지난해 3054억 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고급 시계 바로미터 백화점 매출 ‘쑥쑥’
이 같은 추세는 주로 명품 시계를 취급하는 백화점 시계 매장의 호황에서 찾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시계 브랜드 개수만 13개에 전국 매장은 208개에 달한다. 높은 매출 신장세에 시계 담당자들은 싱글벙글이다. 전년 대비 성장세가 2010년 25.2%, 2011년 25.9%, 2013년 14.6%, 2014년 14.5%다. 롯데백화점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백화점들의 시계 매장이 불황을 비웃고 있다. 부유층이 몰려 있는 지역은 성장률이 더 높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명품 시계 성장률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했다. 2011년 전년 대비 25.1% 성장률을 기록한 현대백화점은 2012년 26.3%, 2013년 31.5%, 2014년 29.1%를 기록했다.


국내 명품 시계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배경은 뭘까. 답은 남자다. 남자들이 시계에 몰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업계에서는 1000만 원 이상의 고가 시계를 찾는 층이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남자들이 갑자기 시계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먼저 꾸미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남성의 시계가 패션코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성복은 정해진 틀이나 기본형이 없지만, 남성복은 넥타이와 셔츠, 슈트 형태가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시계로서의 가치는 곧 남성의 패션 가치를 높여주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BMW, 아우디, 벤츠를 타다가 포르쉐, 마세라티, 페라리로 차를 옮겨 타면 더 이상 레벨을 내릴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중적인 시계 브랜드로 시작하다가 보다 좋은 시계를 손목에 두르려면 오메가, IWC 등으로 가고, 이게 대중적이다 싶으면 파르미지아니, 예거 르쿨트르, 바쉐론 콘스탄틴까지 계속 올라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경제력을 갖춘 40대 중후반 남성들이 고급 시계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시계가 남자들의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소품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3~4개 이상의 명품 시계를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이정환 현대백화점 명품 시계 바이어는 “예전에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20대 초중반으로 수요가 확대돼 불황에도 고급 시계만큼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다양하고 희소성 있는 제품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편집숍에서 단독 매장 형태로 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계를 물려줄 때 비교적 세금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이용해 시계를 구입하는 등 재테크 차원에서 시계에 몰입하는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 명품 시계의 경우 한정판이 많아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롤렉스나 파텍필립 등 일부 명품 시계는 소량 생산되는 ‘희소성’이 있어 중고 가격이 새로 산 시계보다 더 오르는 현상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래저래 고급 시계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백화점 내 고급 시계 매장의 매출이 상승세다. IWC 현대백화점 판교점.
꾸미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시계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한다. 신세계 본점 파르미지아니 매장.

고급 시계는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더 오르는 등 가치를 더한다. 파텍필립 에비뉴엘 매장.


나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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