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여성의 성욕을 깨우는 조건



여성의 성욕 저하에 여성용 비아그라 ‘에디’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성 파트너가 끊임없이
여성의 마음과 감각을 자극하며 섹스로 초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웬일인지 모르겠어요. 남편과의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데,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남편과의 섹스가 짐처럼 느껴져요.”
“아기를 낳고 난 후 섹스가 없어졌어요. 처음엔 출산 후 대개 겪는 일이니 나아지려니 했는데, 아기 낳고 3년째인데 섹스를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여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성기능 장애 문제가 바로 ‘성욕 저하’다. 아기를 낳고 나서라든가, 남편과의 사이가 안 좋아져서라든가, 폐경기라든가 하는 이유가 있을 때의 성욕 저하는 호르몬이나 여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와 정서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 거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가 이유가 될 때는 이를 여성 성욕저하장애라고 한다. 즉 남편과 아무 갈등도 없고 건강상의 문제도 없는데 성욕이 안 생기거나, 혹은 어느 순간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욕이 없으면 섹스를 하고 싶지 않고, 심해지면 남편과 섹스를 전혀 하지 않고 몇 년씩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여성은 남편과의 친밀함이 예전 같지 않아진 것을 느끼기도 하고, 성적으로 불만인 남편이 다른 여자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성욕 잃은 여성, 원인은?
여성의 성욕 저하의 원인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진화적으로도 섹스 한 번에 치러야 할지도 모를 보상(임신과 위험한 출산, 길고 긴 양육 기간)이 남자에 비해 워낙 크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여자는 섹스를 거부하는 데 길이 나 있다고 한다.

어떤 학자는 심지어 폐경기야말로 여자가 섹스를 거부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까지 말한다.

또 여성의 성욕을 비롯한 성 반응은 남성들과 많이 달라서, 육체적인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관계적 부분들이 훨씬 더 정교하게 관여하므로 성욕구나 성흥분 저하의 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성욕 저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귀를 쫑긋할 만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서 여성용 비아그라 ‘에디(플리반세린)’의 시판 승인이 통과됐고 오는 10월 중순 쯤에는 미국에서 시판이 된다는 것이다. ‘핑크 비아그라’라고도 불리는 ‘에디’는 여성의 성기능 장애에서도 특별히 성욕 저하를 치료하는 약이다.

그동안 여성의 성욕 저하를 치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의 복용을 권하거나, 부부 상담, 심리 치료, 섹스토이 사용 권장 등 많은 상담 및 치료 기법이 사용돼 왔지만, 실제로 비아그라같이 쉽게 괄목할 만한 효과를 내는 약의 출현을 갈망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성의 성욕 저하 치료를 위한 약을 기다려 왔음에도 어쩐 일인지 1998년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나왔을 때와는 반응이 도통 다르다. 열광적인 관심은 불구하고, 오히려 시큰둥해 보이기까지 한다.

출발부터 달랐던 여성용 비아그라
사실 여성용 비아그라라고 부르지만 에디는 남성용 비아그라와는 그 출발과 기전이 다르다. 비아그라가 심장약을 개발하다 심장병에 탁월한 효과보다는 그 부작용인 발기가 잘 되는 점을 이용해 나온, 남성의 발기를 돕는 피돌기를 개선하기 위한 약이라면, 에디는 항우울제를 개발하다 항우울 효과보다 이 약을 복용한 환자들이 성적 환상에 도움을 받았다는 데서 착안해 개발된 약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약은 성욕 저하를 치료하는 효과가 크지 않은 데 비해 어지러움증, 저혈압, 졸음 등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FDA 승인을 받는 것도 순조롭지 않았던 약이다(항간에는 이 약의 FDA 승인은 다분히 양성평등의 기조를 이용한 여성단체들의 감정적인 어필이 도움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또 복용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두 달을 매일 한 알씩 먹어야 하고, 복용 중에는 술을 마시거나 진균제, 피임약을 함께 먹어선 안 된다고 하며,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미하기는 하지만 성욕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있는 것을 보면, 모두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용기를 내보길 바란다.
또 꼭 이 약이 아니더라도 이를 시발점으로 앞으로 좀 더 효과가 좋은 약이 개발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기대도 생긴다.

여기에 더해 여성 성전문가로서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남성의 적극적인 협조가 여성의 성욕 저하의 어려움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욕 저하 문제가 단지 이 약을 한 알 복용한다고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성욕이나 성 흥분은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보다는 파트너에 의해서 끌어올려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즉 시각적인 자극만으로도 충분히 단단한 발기의 흥분 단계에 올려지는 남성과 달리,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려면 파트너의 애무와 키스, 달콤한 속삭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성도 성적 흥분을 끌어올리려면 단순히 보는 것 외에 여성의 신음소리나 표정, 열렬한 애무 등 공감각이 동시에 필요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애무 속에 급속하게 성적 흥분에 이르다가도 파트너의 동작이 중지되면 순식간에 흥분이 떨어지는 경험을 말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여성이 성욕 저하를 극복하려면, 파트너가 끊임없이 섹스로의 초대를 열정적으로 해야 하고, 그 마음과 감각을 자극하는 기술이 좋을수록 여성이 섹스에 참여(?)할 기회는 많아진다.

누가 뭐래도 섹스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강력하게 결속시키고,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다. 이 섹스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 신뢰하게 되고, 진정한 한 팀이 된다. 그와 한 팀으로 오래 가고 싶다면 어떤 이유로도 섹스를 뒷자리에 앉혀선 안 된다.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일러스트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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