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맨땅에서 ‘돈’이 되기까지 나무 재테크 A~Z

묘목 구입부터 성목 판매까지…

물론 복잡하다. 땅을 찾고 심고 가꾸고 파는 일련의 과정은 말만큼이나 쉽지 않다. 그러나 생명 있는 나무를 키워내는 일이 어디 쉬울까. 게다가 키우는 동안 정신적 기쁨도 주고, 다 키워 팔 때는 경제적 기쁨까지 주니 기꺼이 감수해야 할 일. 나무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다음 세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한다.

전망 있는 조경수를 선택하고, 재배 및 관리에 소홀해서는 안 되며, 공들인 나무를 좋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것. 부지 선정부터 판매까지 나무 재테크의 과정을 총정리했다.



①땅
5톤 트럭 들어갈 수 있는 밭, 임차 비용은 ㎡당 1500원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다. 토지 확보 방안은 여건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존에 소유하고 있는 임야나 토지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 실제로 집안 소유의 임야나 인근 밭에서 나무 농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무 키우는 이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토지를 확보하는 방법은 임대다. 비어 있는 텃밭을 수소문해서 빌리는데,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임대료는 연간 수십만~수백만 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현재 경기도 파주, 이천 등 수도권의 텃밭은 1년에 ㎡당 1500원 정도에 임차가 가능하다. 10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1년에 150만 원의 임차료가 드는 셈이다. 원하는 지역의 부동산중개 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아 직접 현지로 답사를 다녀오는 것이 좋다. 3~4월경에는 그동안 임대가 되지 않았던 좋은 땅을 싸고 저렴하게 임차할 수 있다. 국유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임야, 대지, 전답을 임대하려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비드(www. onbid.co.kr)를 활용해보자.

땅을 준비했다면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전에 주변의 잡목이나 풀을 제거하는 등 ‘땅 정리’에 들어가야 한다. 사전에 토양 조사를 해 만일 땅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면 개간 작업이나 객토 작업(지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른 곳에서 적당한 성질을 가진 흙을 가져와 논이나 밭에 뿌려주는 것)을 해주면 된다. 묘목 심을 땅은 식물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적합한 상태의 토양 환경으로 만들어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②나무
초보자는‘전국구 나무’ 무난…투자비 회수 기간 짧아야
나무를 처음 심는 경우 특정 수목보다는 대중적으로 수요가 있는 수종을 심는 게 무난하다. 기후나 토양 적응성이 좋아 전국 어느 곳에 식재해도 잘 자랄 수 있는 고로쇠나무, 층층나무, 비목나무, 쉬나무, 때죽나무, 화살나무 등을 눈여겨보자. 높은 가격은 받지 못하지만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 나무로는 느티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산딸나무, 산수유나무 등이 있다. 한 번 가격 폭락을 경험한 수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들이 폭락한 수종을 당장은 구매하기 꺼리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 나무 심기에서는 포트폴리오 전략도 중요하다. 나무 농사는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마냥 투자할 수 없다. 중간 중간에 투자한 자본을 거둬들여야 한다. 따라서 단기에 자금 회수가 가능한 수종들도 심어야 한다. 자금 순환이 잘 되는 나무도 일정 부분 갖고 있어야 한다. 회양목과 철쭉 등은 주당 가격이 높지는 않지만 잘 팔리는 편이다. 처음에는 규모를 작게 하다가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붙으면 점차 늘려 가는 식의 접근이 현명하다. 매년 1000~1500㎡ 정도씩 나무 밭을 늘려 가며 단계적인 투자 방식을 적용하는 것. 가령, 2000㎡의 땅을 확보했다고 하면 올해 상반기 500㎡에는 벚나무를, 하반기에 다른 500㎡에는 회상목으로, 다음 해 상반기에 또 다른 500㎡에 산수유나무를, 하반기에 나머지 500㎡에 이팝나무를 심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늘려 나간다.




묘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도매시장에 가면 여러 수종을 손쉽게 원하는 양만큼 구입할 수 있는데, 충북 옥천군 이원면, 양재동 묘목시장, 과천 묘목시장 등이 규모가 크다. 주위 농가에서 추천을 받거나 지인을 통해 구매하는 방법이 있으며, 한국조경수협회(www.klta.or.kr), 오픈마켓에서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좋은 묘목은 잔뿌리가 많고 묘목의 끝이 마르지 않았으며, 동해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또 수령에 비해 너무 많이 자란 것보다는 적당한 크기에 매끈하게 자란 것이 건강하다고 본다. 지하고가 높은 나무, 곧은 나무, 곧게 나온 줄기에서 가지가 세 개 정도 퍼져 있는지와 나무의 굵기도 살펴야 한다. 상록수는 영양 상태가 좋은 것일수록 잎이 푸르고 꽃나무는 꽃봉오리가 굵으면서 봉오리 수가 적게 달린 것이 병충해에 강하고 꽃도 왕성하게 핀다. 좋은 묘목은 나중에 제값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묘목을 구입하자.




③식재 및 관리
흰가루병·진딧물 ‘경계 1호’ 1년에 1~2번 가지치기 해야

식재 시기는 지역이나 수종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새잎이 나기 전 이른 봄이나 생장이 정지된 가을이 가장 좋다. 영상 5~10도 이하의 가을이 되면 수목은 생육이 정지되는 동시에 겨울을 대비한 휴면을 하는 수종이 많은데, 보통 이 시기가 식재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식재 구덩이의 크기는 뿌리 너비의 두 배 크기로 한다. 구덩이에 표토나 완숙퇴비, 부엽토 등을 적당히 섞은 흙을 5~6m 정도 넣고 뿌리를 곧게 세운다. 다음 겉흙과 속흙을 섞어 3분의 2 정도 채운 후 나무를 약간 위로 잡아당기듯 해 잘 밟아주고 물을 충분히 준 다음 나머지 흙을 채우고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짚이나 나뭇잎을 덮어주면 된다.



깊이는 뿌리분의 높이와 구덩이 바닥에 깔 흙 및 유기질 비료의 높이를 더해 판다. 파낸 흙은 표토와 심토를 따로 갈라놓아 표토를 다시 쓸 수 있도록 한다. 배수가 불량한 토양은 굴토 후 자갈 등을 넣어 배수층을 만든 후 객토한다. 모아 놓은 표토를 구덩이에 먼저 넣는다. 나무를 구덩이에 앉히고 수형과 주변 경관을 고려해 방향을 정한다. 원지반의 높이와 뿌리분의 높이가 일치하도록 조절한다. 식재용 토양을 뿌리분 높이의 2분의 1 깊이로 넣은 후 수목 방향을 재조정한다. 다시 흙을 구덩이 깊이의 4분의 3까지 넣은 후 정돈한다. 수목 앉히기 후 물을 식재 구덩이에 붓고 각목이나 삽으로 저어 흙 속의 기포를 제거해 흙이 뿌리분에 완전히 밀착되도록 한다. 고인 물이 완전히 흡수된 후에 흙을 추가해 구덩이를 채운다. 수피가 얇고 매끄러운 활엽수나 쇠약한 나무는 짚이나 새끼줄 등으로 줄기를 감아준다. 지주목은 식재한 나무가 바람이나 외부 충격에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수고가 2~3m 이상 되는 나무는 통나무, 대나무, 각목 등을 이용해 지주를 설치한다. 지주목은 18개월이 되면 제거한다.



심은 나무는 1년에 1~2번 정도 가지치기를 해서 나무가 곧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준다. 비료도 주고, 물도 주고, 나무가 자리 잡기 전까지 풀이 자라지 않도록 비닐을 씌우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가로수와 같이 대칭으로 심는 조경수의 경우 나무의 높이(수고), 너비(수관폭), 가슴 높이의 지름(흉고직경), 뿌리 부근의 굵기(근원직경)가 거래의 기준이 되므로 이러한 규격의 척도를 염두에 두고 가꾸어야 한다. 특히 수고와 지하고가 맞아야 하고 지하고에서 가지가 세 가닥으로 삼각형을 이루며 올라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이 가지치기다. 가지치기는 여름이 지나고 늦가을에 낙엽이 져 나무가 휴면에 들어가면 해주는 것이 좋다. 풀 뽑기(잡초 제거)는 잡초로 인한 조림목의 생장 저해, 양분 및 수분의 수탈 등을 막기 위해 나무가 일정한 크기(높이)에 이를 때까지 잡초를 매년 1~2회 잘라주는 작업이다. 비가 온 뒤 2~3일 후면 풀이 슬슬 잘 뽑힌다. 풀 뽑기는 처서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서리가 내리는 처서가 되면 풀도 한 해 성장을 마무리한다. 제초에 실패하면 비료를 줄 수 없고, 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하면 나무는 1년에 평균 흉고직경이 1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물도 줘야 한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토양을 파서 흙이 축축해진 정도가 적당하며, 스프링클러를 이용하면 일시에 큰 면적을 관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 주는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 정도가 좋다. 한여름에는 오후 4~5시경에 한 번 더 물을 준다.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통풍이 잘 되도록 관리하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준다. 살충제는

1년에 두 번 정도 뿌려주는 게 좋다. 대부분 나무들은 비가 많이 오면 흰가루병이 발생한다. 이 증상이 발견되면 새 눈이 나오기 전 석회황합제를 뿌려주고, 병든 잎과 가지는 불에 태워줘야 다른 나무로 번지지 않는다. 진딧물은 한 마리만 있어도 곧 번식하기 때문에 나무에 쥐약. 발견 즉시 살충제 등을 살포해 구제해야 한다. 시비(거름 주기)는 복합비료를 주는 게 좋으며 완숙된 계분 같은 유기질비료를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나무는 손이 가는 만큼 잘 자란다. 투잡 형태로 나무를 키우는 직장인들은 매주 내려갈 수는 없더라도 한 달에 1~2번 정도는 정성을 쏟아야 한다.



④판매
조달청, 조경수 가격 공시 온라인 직거래 사이트 70여개
정성을 들여 키운 나무를 판매하기에 앞서 자신의 농장에 식재돼 있는 조경수의 수종, 규격, 상태 등의 구체적인 현황 파악과 나무의 수형과 상처, 병충해 여부 등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사진이 필요하다. 이를 엑셀이나 워드, 한글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구체적으로 문서화해 놓으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나무 가격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조달청에서 매년 조경수 가격을 공시하고 있다. 조경수 직거래 유통 사이트 트리디비(www.treedb.co.kr) 역시 매년 조경수 생산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보통 나무는 조경 회사에서 구매하는데, 중간 상인을 통한 거래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납품 업체는 농가의 나무를 구입해 이윤을 남긴 후 조경 회사에 판매하는 업체로 조경수 생산 농가와 조경 회사에 다리 역할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용해보자.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 조경수 관련 카페에 소속된 전국구 회원들은 서로 성목 정보를 공유해 같이 납품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트리디비를 비롯해 국내 온라인 나무 직거래 사이트가 70여 개에 달한다. 2003년부터 조경수유통센터도 전국적으로 운영 중이며 삼림조합, 협동조합, 조경수 영농조합 등에서도 다양한 판매 루트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외에 농장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거나 신문광고를 하는 오프라인 직거래 방식도 있다. 나무는 수목의 상태가 훌륭해도 너무 비싸게 팔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집이 나무를 비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면 도매상들의 발길이 끊긴다. 그밖에 중개업자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고 안전하게 조경수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수목 매매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 사본 등을 교환하는 것이 확실하다.




거래가 성사되면 수목 굴취 작업을 해 구매자에게 인도한다. 농장주 입장에서는 나무만 내어주는 목대 판매가 편할 것이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나무를 안전하게 현장까지 운반해주는 현장도착도를 원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수목 굴취는 오랜 경험이 있고 숙련도가 높은 인력이 있어야 시간적으로 효율적이고, 고이 키운 나무에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



아는 것이 힘! 먼저 나무학교에서 배워라
장기 투자라고 할 수 있는 나무 재테크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뛰어들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 전문가들은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조경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작 전 최대한 많은 조경수 농장을 방문해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를 제대로 심기 위해서는 약 6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조경수 경영 계획서를 작성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나무에 대해 배울 수 있을까.

네이버 카페 엘티에스(http://cafe.naver.com/zmsrlf333 49894545)에서 2012년 문을 연 나무학교는 재테크를 목적으로 1만 원짜리 묘목을 심어서 20만 원짜리 성목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법을 가르친다. 수업은 비정기적으로 기수를 모집해 이틀에 걸쳐 나무의 생리부터 시작해 파종과 묘목 심는 법, 가지치기와 제초법 등 이론을 강의하고 전북 고창에 있는 20여 곳의 농장을 방문해 현장학습을 한다.

트리디비(www.treedb.co.kr)는 수목 매물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10년 전에 개설된 사이트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수목 유통 과정을 개혁해 양자 간 직거래 유통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을 받는다. 농장 조성부터 조경수 재배에 관한 심층적인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조경수 직거래에 있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산림청 산하의 산림교육원에서도 유망 유실수 재배와 조경수 재배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산림교육원 홈페이지(www.fhi.go.kr)에서 매월 1일 다음 달에 운영하는 교육 과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교육 과정에 따라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산림교육원의 사이버교육센터(http://forest.coti.go.kr/client/index.html)에서도 조경수 재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 나무와 조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립산림과학원(www.kfri.go.kr), 농촌진흥청(www.rda.go.kr), 산림청(www.forest.go.kr), 사단법인 한국조경수협회(www.klta.or.kr), 농지은행(www.fbo.or.kr)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면 도움이 된다.

나무는 손이 가는 만큼 잘 자란다. 하지만 투잡으로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농장 조성이나 나무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경우 나무 유지 및 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조경 업체에 문의해 운영을 위탁할 수 있다. 해피림(www.happylim.co.kr)은 조경 전문가가 나무를 위탁 관리해주며, 성목이 되면 판매를 알선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무와 문화 연구소(cafe.naver.com/ namuro)도 조경수 재배 컨설팅 업무를 한다. 조경수 경영 계획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참고 서적 ‘나무가 돈이다’(트리디비아카데미), ‘돈이 되는 나무’(푸른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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