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OBLIGE] “혁신 지향의 율촌 DNA로 상생의 사회공헌”

우창록 율촌 대표변호사의 ‘온율 출범 1년’ 소회

“우리도 남는 게 있어야죠.” 자칫하면 굉장히 계산적 발언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말이 실은 온율이 보다 크리에이티브하고 지속 가능한 나눔의 방식을 고민케 하는 원동력이다. 한쪽은 마이너스가 되고 한쪽은 플러스가 되는 일방적 나눔이 아닌 서로가 더 크게 플러스가 되는 상생의 나눔, 첫 생일을 맞은 공익사단법인 온율의 방향성은 지난 1년 사이 더 확고해졌다.



“얼마 전에 교수들이 연탄 배달을 하는데 ‘이건 사회악이다’ 했답니다. 연탄 1000장을 나르면 그중 몇백 장이 깨지니까요. 최고경영자(CEO)들이 김치를 담그면 양로시설 분들이 맛있는 김치를 먹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란 농담도 합니다. 돈을 줘서 김치를 잘 만드는 분들에게 맡기면 그게 서로서로 좋은 거 아니겠어요.”

법무법인 율촌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공익법인 ‘온율’의 정체성을 설명하며 이토록 명쾌한 예를 들어 보였다. 변호사만이 잘할 수 있는 일 중심으로 고민하고, 그로 인해 나온 아이디어들을 실현함으로써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고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자 하는 것, 온율의 탄생은 그 부분에 방점이 찍혔다.


법률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눈다는 원칙
공익사단법인 온율이 출범한 지 꼭 1년. 율촌 공익위원회를 통해 행해지던 수많은 사회공헌 활동과 공익적 가치들을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현하고자 설립된 온율은 무엇보다 위로부터의 조직이 아닌, 율촌 소속원들의 자발성에 의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따뜻할 ‘온(溫)’에 법 ‘율(律)’을 써 따뜻한 법률, 따뜻한 율촌을 나타내는 명칭도 사내 공모를 통해 선정됐고, 따뜻한 온기가 퍼져나가는 듯한 온율의 로고 디자인도 역시 공모로 이뤄졌다. 거기에는 좋은 이름과 디자인을 찾고자 하는 의도와 함께, 모든 사람이 동참해 아래로부터의 공감을 통해 움직임을 끌어내고자 하는 우 대표변호사의 의중이 담겨 있었다.

태생이 그러했듯 ‘자발성’은 이후 온율 운영의 핵심 사안이 됐다. 율촌의 구성원 중 185명이 현재 온율 회원으로 신청해 참여하고 있고,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실행위원회 구성원도 출범 당시 18명이던 것이 76명으로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온율 설립 전부터 율촌 내부에는 나눔에 대한 가치가 충분히 공유돼 있던 상황. 우 대표변호사의 말처럼 공익에 대한 관심과 기여는 율촌의 설립과 운영의 기본 이념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온율은 율촌의 공익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율촌 공익위원회 당시 실행하지 못했던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나눔 활동을 시작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온율의 지난 1년은 의미가 있었다. 그 첫째가 바로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 무료 법률 상담을 하고, 재무적 지원을 통해 어려운 이들을 돕는 흔해 빠진 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에 동참하고 그로 인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게 그 목표였다.

“기부를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이긴 하지만 법적 장치나 규제 등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가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 바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도 방향성이 맞아 떨어졌지요. 그 일환으로 처음 시도한 일이 바로 장안 고수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꽤 큰 상금을 걸고 ‘기부와 공익 활동에 관한 법 제도의 마련 및 정비’를 주제로 논문 현상공모를 했어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줬고, 그걸 토대로 작년 11월에는 심포지엄도 개최했습니다. 올해에는 그중 몇 가지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올해는 현상공모 대신 해당 분야의 대가를 모셔서 보다 한 걸음 나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법 제도 정비라는 같은 맥락에서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성년후견인 제도의 정착에 어떻게 기여할까 하는 것도 큰 관심사죠.”

사실 더 ‘티’나게 나눔 활동을 ‘보여’주려면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다. 이미 온율 이전부터 해 오고 있던 다양한 후원 활동에 경제적 지원과 법률적 지원을 쏟아 부어서 성과 위주를 만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제3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현상공모니 심포지엄이니 하는 것들이 직접적 나눔과 멀게 느껴질 수 있을 터.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해 연탄을 나르고 김치를 담그는 건 ‘율촌스럽지’ 못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시각장애인·발달장애인 무료 법률 상담 지원, 국제 스포츠 행사 법률적 지원, ‘굿네이버스’와 협약을 통한 국제구호 개발사업 지원, 공익법센터 ‘어필(APIL)’ 소속 변호사 연봉 지원, ‘위기청소년 보호시설 꿈나무집 설립을 위한 세진음악회’ 후원, 네팔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지원 등 법률적, 비법률적 공익 활동과 더불어 씨드스쿨 후원, 봉사 동아리 밀알을 통한 후원 활동 등을 꾸준히 해 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따뜻한 법의 힘을 발휘하며 인정을 받아 왔다. 특히 그중에서도 씨드스쿨을 필두로 한 교육 관련 공익 활동들이 눈길을 끈다. 얼마 전 3월 초에 경영자총협회와 한국언론인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2015 행복더함 사회공헌 대상’에서 교육 나눔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한 사회공헌은 율촌과 온율의 중요한 방향성이다. 이는 우 대표변호사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저는 가난한 시절부터 풍요로운 시절까지 다 살아보고 있지만, 우리 세대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가난 탓에 상급학교 진학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고, 상급학교 진학 자체는 아예 생각도 못했지요. 적당히 지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해 공원(工員)으로 지낼 생각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에 새 담임을 맞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길이 열린다며, 저를 깨우쳐주셨죠. 그 덕분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으로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게 제 머릿속에 박혀 있어요. 율촌 설립 후 제일 쉬운 방법으로 법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법대생들에게 안 줘도 되겠더라고요.”


나눌수록 플러스가 되는 동반성장 지향
우 대표변호사는 자신이 초등학교 시절 변화를 경험한 것처럼 학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돌려주고 싶었다. 안 그래도 불안한 시기인 중학생 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인생의 목표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그 아이들을 위해 뭔가 역할을 해보기로 방향을 수정했다. 마침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교육봉사단에서 씨드스쿨을 주관하고 있었고, 이를 율촌에 소개하자 많은 조직원들이 공감해 온율의 중요 사업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씨드스쿨은 취약 계층 중학생들이 정체성을 찾고 꿈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멘토인 대학생 교사들과 매주 만남을 통해 꿈을 심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현재 57명의 율촌 구성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원하는 금액을 자동으로 공제하는 방식으로 후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개인 후원과 온율의 후원 금액을 합하면 연간 5000만 원에 이르는 수준. 특히 작년 2학기부터는 탈북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 엄청난 효과를 거두며 지속성을 띠고 운영할 방침이다.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온율의 방향성은 지난 3월 11일 출범한 ‘율촌신흥지역연구센터’로 그 맥락이 이어진다. 온율과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공동 설립한 율촌신흥지역연구센터(Yulchon-GSIS Center for Emerging Economies)는 동남아시아 신흥국 엘리트 육성을 지원하는데, 신흥국 출신 ‘율촌’ 장학생들은 이 센터에서 한국과 자국의 경제, 산업을 비교, 연구하는 한편 한국의 법체계와 관련 제도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율촌 전문가들이 협력해 보다 연구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서로 동반성장한다는 계획.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장학생들은 자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동남아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율촌신흥지역연구센터의 출범 목적이다. 첫 학기에는 인도네시아 출신 2명과 캄보디아 출신 1명 등 총 3명이 선발돼 온율의 적극적 지원을 받게 된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전 원장의 표현처럼 “로펌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리면서 생산적인 사회공헌을 하는 새로운 공유가치창출(CSV)의 모델”인 셈. 이 조금은 특별한 나눔의 방식도 역시 보다 아이디얼한 나눔, 잘할 수 있는 나눔의 방법을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박은수 율촌 고문변호사(왼쪽)와 우창록 율촌 대표 변호사.

“우리나라가 참 독특한 경우잖아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젠 하는 나라가 됐죠. 동남아에 가보면 우리나라를 정말 좋아들 해요. 초창기 우리나라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때 큰 역할을 했던 분들이 대체로 유학파들이었듯이,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국가 차원에서 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포드 파운데이션 같은 곳에서 후원을 했듯 씨앗을 뿌리는 정도의 몫은 우리가 해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그런데 그냥 경제적 후원만 하면 지속적으로 하기가 어려우니 율촌 변호사들 중 뜻있는 사람들이 객원연구원으로 참여해 함께 뭔가를 만들어보자 하고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법률가라 돈 많이 들이는 건 못 하지만 이렇게 아이디어로 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서로서로 윈윈(win-win) 하면서 말이죠.”

2년 후면 어느덧 설립 20주년을 맞는 율촌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온율이 기관차가 되고 율촌이 밀어주는 관계가 돼 보다 책임감 있는 사회공헌을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 창업 세대부터 지향해 온 ‘사회적 기여’라는 가치를 보다 많은 후배들이 동참하도록 하는 것, 그러기 위해 율촌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우 대표변호사가 그리는 율촌의 미래 모습이다.

“창업 세대가 떠난 후에도 조직이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2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중요한 모토입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이노베이션과 새로운 분야를 찾아가는 운영 방식 등 율촌의 DNA를 변호사들의 업무 수행 방식은 물론, 온율의 활동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유지할 겁니다.”

우 대표변호사가 강조한 율촌의 DNA는 적어도 사회공헌에 관한 한 이미 많은 조직원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온율 출범 당시 합류한 박은수 고문은 “율촌의 멤버라는 게 자랑스럽다”라며 “높은 연봉이 인재가 모이는 조건이 아니라 가치의 공유와 실천을 통해 좋은 문화가 형성되고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 것”이라며 이미 사내에 널리 퍼진 따뜻한 기운을 소개했다.

“사회공헌이라는 중요 가치가 공유되며 사내에서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혼식 후 답례 떡을 돌리는 대신 그 금액을 온율에 기부하는 변호사들도 있고, 골프를 치러 갔다가 버디 성적이 나오는 것에 따라 그만큼 기부를 하는 분들도 생겨났어요. 이 모든 경우를 포함해 2014년 통계를 내보니 율촌이 우리나라 로펌 중 구성원 1인당 기부 액수가 가장 높게 나오더군요. 이런 것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첫돌을 맞아 막 걸음마를 뗀 온율의 활동은 앞으로가 더 기대를 모은다. 시군법원 판사로 정년퇴임한 임희동 판사를 영입해 생활법률센터를 개소할 계획은 물론, 최근 들어 온율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며 외부 변호사들이 동참 의사를 밝혀 오고 있는 것. 이미 시작된 ‘따뜻한 법’은 점점 더 그 체온이 올라가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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