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ner with PB] PB센터에서 음악회·전시회 여는 까닭

강우신 IBK기업은행 한남동 PB센터장

“프라이빗뱅킹(PB) 비즈니스의 핵심은 자산관리죠. 그렇다고 빵만으로는 배가 부를 수 없습니다.”

강우신(50) IBK기업은행 한남동 PB센터장은 PB센터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그림 전시도 한다. 재무 관리만큼이나 고객들에게 감성적 허기를 채워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문학도 출신인 강 센터장 역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피아노, 클라리넷까지 배울 정도로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다. 도곡동, 분당, 한남동에 이르기까지 대표적 부촌의 자산가들과 통(通)하는 그만의 비법이다.



강우신 센터장은 IBK기업은행에서 센터장만 두 번 역임했다. 1991년 입행해 10여 년간 영업점에서 기업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02년 프라이빗뱅커(PB)로 전향, 2009년 서울 강남 PB센터장, 2012년 경기도 분당 파크뷰지점장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한남동 PB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도곡동, 분당, 한남동은 우리나라 대표 부촌입니다. 이 지역에서 PB로 일하며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요.
“2009년 IBK기업은행이 강남 도곡동에 처음으로 PB센터를 개소했는데 그때 운 좋게 센터장으로 발탁됐습니다. 그 이후 공교롭게도 부촌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을 돌며 근무하게 됐지요. 어떤 동네든지 60~70대 고객들의 자산이 가장 많습니다. 이분들은 공통적으로 힘들여 번 돈을 불리는 것보다 절세 등 지키는 것에 관심을 갖고요.”


그래도 지역별로 분위기가 조금씩은 다를 것 같은데요.
“도곡동은 강남이라 아무래도 신흥부자들이 다수입니다. 연령층도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지요. 분당은 강남에서 은퇴한 어르신 고객들이 많이 있었어요. 도심에 살다가 은퇴 후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분당으로 내려온 경우지요. 한남동은 또 다릅니다.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강남 부자 못잖게 자존심이 강한 분들입니다. 터줏대감들이 많아선지 한남동에 산다는 자부심 같은 것도 있고요. 한 마디로 묵직한 고객들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


글쎄, ‘묵직하다’는 표현이 확 와 닿지는 않습니다.
“투자에 있어 이익이 났다고 해서 들뜨지 않고, 손실을 봤다고 해서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마이웨이’를 가는 분들이죠. 유행을 좇았다면 강남으로 갔을 겁니다. 한남동이라는 지역 특성상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분들이 많아선지 대체로 신사적이고 여유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자신만의 삶을 즐길 줄 아는 분들이죠. IBK기업은행의 특징 중 하나가 (국책은행이라) 화려하지 않고 실속 있는 이미지인데, 그러한 측면에서 저희 센터가 위치한 ‘한남 더힐(UN빌리지 내 최고급 아파트)’ 고객들의 삶과 일정 부분 교집합이 있다고 봅니다.”


IBK기업은행에서 오랫동안 기업 업무를 담당했던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경험이 PB로 일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
“상당수 자산가들은 기업가 혹은 관련 패밀리입니다. 저희 고객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아는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철저한 고민을 해온 분들입니다.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10년 넘게 기업 업무를 맡으면서 나름대로 기업을 평가, 분석하는 시각을 갖추었다고 자부합니다. 정보기술(IT) 분야 상장기업을 운영하는 한 고객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돼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하시더군요. 가령, 그런 분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고 그동안 했던 기업 분석을 토대로 해당 산업의 시장성 등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드리기도 합니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고객과 교류하는 것 또한 강 센터장님만의 특별한 무기인 것 같아요. 어떻게 센터에서 음악회와 미술전을 열 생각을 하셨습니까.
“금융 정보에 목말라 PB센터를 찾는 고객도 있지만, 요즘에는 워낙 정보들이 널려 있지 않습니까. ‘차라리 내가 원하는 것을 해다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얼마 전 저희 센터 이벤트 룸에서 소규모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물론 ‘예술의 전당’에 가면 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죠. 하지만 집 앞에 있는 공연장(?)에 편한 차림으로 나와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클래식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실력파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을 한 뒤 ‘이번 곡은 ○○ 회장님을 위한 연주입니다’ 이렇게 멘트까지 해요. 미리 신청곡을 받기도 하고요. 그분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고객들에게 ‘이렇게 감동적이었던 음악회는 처음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제 가슴이 벅차죠.”


센터 내에 전시하는 것을 넘어 그림을 판매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남PB센터 고객 중에 미술품 컬렉터가 한 분 있었습니다. 그분은 평소 자신이 아끼던 영세한 화가의 그림을 센터에 걸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죠. 실제로 전시했더니 1000만 원가량의 작품이 20점이나 팔려나갔습니다. 화랑보다 5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니 고객들에게도 좋고, 그 덕분에 어려운 형편의 화가가 다시 좋은 환경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돼 윈윈(win-win)이었지요. 2월 말까지는 ‘빛과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미술계의 거장 유근상 화가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그림부터 조각까지 10점 내외의 작품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어 방문 고객이면 누구나 감상하고 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것들을 기획하셨어요.
“처음에는 우리 센터 내 직원들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고객으로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심미안을 가지고 있고, 풍요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나름대로 예술적 감각을 키워보고자 과거 클라리넷도 배웠고 신년에는 피아노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혹자는 수익률로 평가받아야 하는 PB가 쓸데없이 이런 것들을 한다고 백안시하기도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자산관리가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고객들은 저의 진정성을 인정해주십니다.”


‘자산관리만큼이나 고객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는 철학이 멋집니다.
“오래 PB로 일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우리 머릿속에 ‘소유’와 ‘소비’의 개념이 얼마나 잘 정리돼 있는가가 노후 생활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자산가들은 번 돈을 잘 쓰고 가치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우리는 교육기관에서 벌고, 저축하는 법만 훈련을 받았지 어떻게 써야 한다거나 나누어야 한다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버는 능력에 비해 쓰는 능력이 약한 현상들이 빚어지는 것이죠. 그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이도 합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통장에 100억이 있는 분과 5억이 있는 분이 있어요. 100억 자산가는 현금이 통장에 있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고 인출해쓰지는 못하죠. 돈을 소유함으로서 만족을 누리는 분이에요. 반대로 5억이 있어도 여행하고 취미생활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즐기는 분이 있습니다. 평생 이 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50대들은 소유와 소비에 대한 개념 정리가 이뤄져야 행복한 은퇴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권에서도 그러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요.”


그러면, 자산관리 이야기로 넘어가서 요즘 재테크와 관련한 고객들의 관심은 어디로 쏠리고 있습니까.
“수익이 높고 세금이 낮은 상품이면 무조건 ‘오케이(OK)’를 외칩니다. 대개의 경우 고객들은 평균 정기예금 금리를 2% 정도로 봤을 때 2.5% 즉, 0.5% 추가 금리만 확정돼도 굳이 펀드 상품에 가입하지 않습니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도로 예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로 예금’이라니 재밌습니다.
“특별히 예금 수요가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예·적금이 만기가 됐거나 여유 자금이 있을 때 3~6개월 정도는 그냥 (예금에) 있어보자고 하십니다. 요즘 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의 약정이율이 3%대로 예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예금은 투자처가 생기면 바로 쓸 수 있으니 유동적이죠.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과거 저희 고객 중에 무조건 예금만 고집하는 분이 계셨어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에 한창 주식 광풍이 불던 시절이었죠. 자고 일어나면 ‘미차솔(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주식이 폭등할 때니까요. 하지만 그 사모님만은 절대로 사지 않았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자산의 고객과 비교해보면 예금만 고집했던 그분이 가장 큰 부를 일구셨습니다. 펀드나 주식으로 잃은 것이 없으니 원금에 대한 이자는 계속 불어났지요. 저는 속으로 ‘그 사모님이 가장 좋은 투자를 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에게는 금융위기가 없었던 셈이죠. 요즘 정기예금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어쩌면 저금리 기조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 전략입니다.”



새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올해 주식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2014년의 연속일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도 실물경기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발 금융위기 가능성,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돌발 악재가 산재해 있습니다. 당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돼 지겨운 박스권 장세가 펼쳐지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그럼에도 미국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입니다. 원화 약세로 인한 미국 관련 수출주의 실적 개선 가능성과 정책적 혜택에 힘입은 배당주의 선방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오로지 환투자로만 생각하지 않고 대금 결제 수단이나 학비 등으로 지급 가능한 상황이라면 달러를 사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약 15억 원의 자금을 여러 은행에 가족 명의로 분산, 거래해 오던 자산가의 사례입니다. 오직 확정금리 상품으로만 운용해 오던 터라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해 차명거래금지법 시행에 맞춰 전격적으로 본인 명의로 전환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우선 5억 원을 배우자에게 합법적으로 증여하면서 비과세 상품과 과표가 낮은 절세형 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배분했기에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한 부담도 덜고 차명거래에 대한 부담도 말끔하게 덜었습니다. 올해 적극적 양적완화가 예상되고 있는 유럽 자산을 일부 편입했고, 저위험 상품형에서도 ‘중소기업금융채권’과 ‘중국 국영은행신용연계펀드’를 이용, 만기를 다양화해 금융소득 시기를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작성해드렸습니다. 중국 국영은행신용연계펀드는 중국 은행 예금을 우리가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2.5% 확정금리 상품으로 반응이 좋습니다(표 참조).”



이탈리안 그릴 비스트로 ‘라그릴리아’에서 즐기는 비프온더스톤



‘라그릴리아(Lagrillia)’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그릴 비스트로다. 라그릴리아는 이탈리아어로 ‘그릴(The Grill)’이라는 뜻으로, 이름에 걸맞게 참숯에 구워 육즙과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화덕피자 등을 선보인다. 라그릴리아의 대표 메뉴인 ‘비프온더스톤’을 주문하면 뜨겁게 달군 돌 위에 스테이크를 올리고, 테이블에서 브랜디를 부어 솟아오르는 불길에 구워내는 즉석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남프랑스 와인을 비롯해 소믈리에가 엄선한 40여 종의 와인 리스트도 준비돼 있다. 식사를 주문하면 100% 마스카폰 치즈로 만든 티라미스, 블랙퍼스트 얼그레이를 직접 우려내 만든 파나코타 등 전문 파티셰가 정성껏 만든 10여 종의 수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샤토뇌프 뒤 파프 퀴베 레제르브
(Chateauneuf-du-Pape Cuvee Reserve)
평균 수명 100년 이상의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만 사용해 만든 프랑스 론 지방의 최상급 레드 와인이다. 전통 방식 그대로 ‘페고’만을 유지하겠다는 와인메이커의 철학이 잘 녹아 있으며, 블렌딩부터 재배, 수확, 양조까지 모두 전통 방식을 유지하며 연간 7만4000병 정도 생산한다.

와인은 겉으로 보았을 때 검붉은 기가 감도는 어두운 보랏빛을 띤다. 체리, 블랙베리류의 과실 풍미와 육류, 효모의 향과 같은 풍미가 두드러진다. 잘 익은 블랙베리류의 향과 파워풀한 구조감, 풍부한 질감, 효모의 풍미가 느껴진다. 뛰어난 빈티지의 경우 20년까지 숙성이 가능한데, 숙성 후 보다 스파이시한 풍미와 나무 목재의 향, 동물 향, 가죽 향 등이 두드러진다. 라그릴리아의 ‘비프온더스톤’은 물론 티본 혹은 엘본 스테이크, 소갈비 치즈 리조토 등과 조화를 이룬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장소 협조 라그릴리아 광화문점(02-571-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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