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싱글의 세계] 일이 즐거운 워커홀릭, 싱글이라 가능한 ‘소신형’ 투자

Case 1 슈퍼 싱글 대표 男 남경수 N치과 원장

화려한 스펙, 열 살 이상 어려 보이는 동안 외모, 일을 대하는 열정적인 자세,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자기개발…. 남경수 N치과 원장은 뭐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야말로 대표 슈퍼 싱글이다. 현재의 싱글 라이프에 99% 만족한다는 그의 싱글 로드를 들여다봤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임대료 비싸기로 소문난 그곳의 한 오래된 빌딩 5층으로 들어서니 반전 풍경이 펼쳐졌다. 약 661.16㎡ 규모의 공간은 요즘 말로 ‘고급진’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마치 호텔을 방불케 했다. 내부 공간 디자인을 직접 했다는 인터뷰이의 감각에 새삼 놀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더구나 그는 치과의사가 아니던가. 0.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섬세함이 필요한 직업임을 감안하더라도 가히 전문가 수준. 목요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속된 진료로 퇴근할 때에나 겨우 바깥바람 쏘일 정도라는데, 그 와중에도 심지어 병원 대기실에 흘러나오는 음악 선곡까지 일일이 다 할 만큼 완벽주의자이자 지독한 워커홀릭이다. 하긴 진료만으로도 모자라 직원을 40여 명이나 거느린 병원의 대표 원장으로 경영도 직접 해야 하니 워커홀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한 직원의 얘기처럼 밤 10시까지는 의사이고, 10시 이후부터 새벽 2시까지는 최고경영자(CEO)로 사는 ‘투 잡’ 삶이 벌써 7년째. 일단 일의 양만 보면 아직 싱글인 배경이 충분히 설명됐다.


의사이자 CEO, 경영도 자산관리도 ‘나만의 방식’
올해 나이 마흔 두 살. 남경수 N치과 대표 원장은 스펙상으로도 화려하다. 서울대 치의예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치과교정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전국 3만 명 치과의사 중 단 3%에 불과하다는 치아교정 전문의(인정의)다. 역시 서울대 치과병원 교정과 과장을 지낸 남동석 서울대 명예교수가 부친으로, 지난 2006년 부친과 함께 병원 일을 하다 부친이 고문으로 물러난 뒤부터 진료와 경영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력만으로도 이미 ‘슈퍼급’인데 직접 보니 초동안 외모에 패션 감각도 센스 작렬. “친구들이 거의 결혼을 해 열 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과 어울려 논다”고 하더니 과연 그럴 만도 했다. 이 모든 건 사실 자기개발적인 노력의 결과다. 3년 전 무려 12kg을 감량했다는 그는 이후 패션에 관심이 생겼고, 잡지를 보고 인터넷 패션 동호회 활동을 하고 직접 패션쇼를 찾아다니며 마치 공부하듯 열심히 감각을 익혔다. 그렇게 3년을 지내니 이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돼 ‘현상 유지’만 해도 훌륭한 수준이 됐을 정도다.

그냥 ‘속물적으로’ 보면 결혼 상대로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가 ‘싱글 로드’를 고수하는 이유를 파악해보면 절반은 자발적이고 절반은 비자발적이다. 외로움을 타지 않고, 일을 즐기며,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자발적’이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도 그런 사람을 만났단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바쁜 병원 일은 ‘비자발적’ 요소다. 그렇다고 해서 연애 혹은 결혼이 일하면서 얻는 것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 없는 건 아직은 일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일을 멈출 수가 없어요. 남들은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데 저는 그런 것도 잘 모르겠어요. 일하다가 받는 스트레스도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스스로 방법을 찾는 편이고요. 제일 쉬운 방법은 진료 중간중간에 음악을 크게 들으며 5분간 명상하는 겁니다. 사실 살다 보면 컨디션이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데, 의사들 특히 저 같은 교정의에게는 자기 감정 조절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특이하게도 2년에 걸쳐 같은 사람에게 한 가지 진료를 하는 일이잖아요.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분들에겐 제 얼굴이 그 한 달간 우리 병원에 대한 이미지가 될 테니 좋은 모습을 보여야죠.”

그나마 3년 전부터는 쇼핑도 하고 여행도 다니는 등 ‘사람답게’ 살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1년 365일 중 350일 이상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적 성장 못지않게 외형적 성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 때문이었다. 병원 규모도 그렇고 명성도 그렇고 그만하면 성공한 듯 보이지만, 실상 남 원장 자신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노라 했다.

“진료 자체에 만족하지 않는 건 없는데 경영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져요. 수치적으로도 그렇죠. 저희 병원 매출 규모가 동네 치과병원의 10배 정도긴 하지만, 수익률로 보면 그에 미치지 못할 거예요. 그게 제 과제입니다. 병원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수익이 늘 텐데 그게 곧 진료의 퀄리티와 직결되니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죠. 아직까지는 병원에서 버는 돈의 대부분을 다시 병원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에요. 싱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다행히 남 원장은 재테크가 약한 보통의 의사들과 달리 경제 감각도 있는 편이다.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한때 ‘재야의 주식 고수’로 활동까지 했던 2년여의 시간이 엄청난 공부가 됐던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한창 활황이었던 시기에 전업 투자가로 살아도 좋았을 만큼 꽤나 수익을 냈던 그이지만, 현재의 가치관은 ‘매일 전전긍긍하지 말고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 대신 남 원장이 선택한 ‘나름의 투자처’는 바로 치과 관련 업종 중 건실한 회사의 지분을 사는 것.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라는 말로 괜찮은 성적을 에둘러 말하는 그는 병원 경영에서 드러난 성격답게 재무적 관리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하는 편이다.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은행 비중이 높아지겠죠. 하지만 아직은 싱글의 특권으로 좀 재밌는 투자를 해보고 싶어요. 요즘은 금리도 낮잖아요.”



자기 투자는 꼭 필요한 일, 오래오래 일하는 게 최고의 노후 대책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보니 좀처럼 자신을 위해 돈 쓸 시간은 많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남 원장은 “펑펑 쓰지는 않지만 써야 할 때는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써야 할 때’란 다른 슈퍼 싱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친한 여자 후배들이 저를 보고 그래요. 돈을 많이 벌 것 같기는 한데, 많이 모을 것 같지는 않다고요.(웃음) 맞는 말인 것도 같은데, 아직은 싱글이니까 제 자신을 위한 투자도 결국 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저는 뭔가에 푹 빠졌다가도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끼면 더 빠지지 않고 다른 즐거움을 찾는 편이에요. 2~3년 전엔 음식에 투자를 많이 해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미슐랭 3스타 음식점들을 많이 다녔고, 사진을 열심히 찍을 때는 스튜디오를 차려야 하나 고민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어요. 최근까지 옷을 사는 데 투자하기 시작하면서는 비싼 옷을 사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생각도 고쳐먹게 됐죠. 어느 정도는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느끼게 됐거든요. 올해는 몸 만드는 일을 해보려고요. 살을 빼는 데는 성공했으니, 근육도 만들고 보디 셰이프를 만들어야겠어요.(웃음)”

슈퍼 싱글들이 호소하는 두 가지 어려움 즉 ‘관계’와 ‘은퇴 후 노후’ 중 전자는 혼자 놀기의 달인쯤 돼버린 남 원장에게 ‘아직은’ 문제될 부분은 전혀 아닌바, 그렇다면 노후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는 지속적인 ‘일’을 첫 번째로 꼽았다.

“아버지와 아버지 주변 분들을 보면 돈이 벌리지 않더라도 계속 일을 하시는 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아버지도 진료를 하시진 않지만 병원에 계속 나오시거든요. 저 또한 노후까지 계속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진료일 수도 있고, 병원 일보다 더 잘한다는 확신이 서는 그 무언가일 수도 있겠죠. 다만 한 가지 조건은 있어요. 그 일만 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야겠죠. 일도 여가도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열심히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랬다. 남 원장이 ‘싱글 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스스로의 만족감이었다. 직업이 됐든 취미가 됐든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를 그런 게 필요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이 충만해야 한다는 것.

그나저나 싱글 라이프에 대한 만족도가 99%라고 말하며, 도무지 싱글의 애환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남 원장의 채워지지 않는 1%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변기가 막히는 등 혼자 사는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요. 하루 쉬는 목요일이 바로 그런 ‘생활형 문제’들을 해결하는 날인데, 연말 연초에 목요일이 다 휴일이라 진짜 고생했다니까요.”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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