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LEADER] “사이클 벗어난 트렌드에서 금맥을 찾고 있습니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의 이력은 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뒤 국내로 복귀해 야구 발전에 힘쓰고 있는 박찬호 선수와 닮았다. 박 대표는 BoA메릴린치의 투자 법인인 메릴린치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와 미국 시트킴 인터내셔널 등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물’에서 성과를 냈다. 이후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리서치헤드,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대표 등을 역임한 뒤 2012년부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박천웅 대표는…
1962년 4월 6일생
1987년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2000년 미국 노틀담(Norte Dame)대학 MBA 졸업
2003년 메릴린치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MLIM) 자산운용 매니저
2004년 모건스탠리증권 상무(리서치헤드)
2005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현)


박천웅 대표 취임 이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동(East)아시아에서 부가 샘솟는다(Spring)’란 사명의 의미처럼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서 세(勢)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

2014년 12월 박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본사를 찾았을 때 유난히 ‘빨간색’ 옷이나 액세서리를 한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상징색이기도 한 빨간색은 ‘송년회 드레스코드’였다. “특이한 송년회 같다”라고 말을 건네자 박 대표는 “송년회에선 드레스코드 같은 작은 이벤트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장기자랑도 열리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일 이외의 것에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취임 이후 관심을 가진 것은 이 같은 기업문화다. 박 대표는 직원들 사이의 ‘간격’을 없애기 위해 협력하는 문화를 뿌리내리고자 힘썼다. 운용과 마케팅, 마케팅과 운용 지원 등 부서 간 벽이나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담당 분야가 다른 직원들의 유기적인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보의 공유’와 ‘소통’을 중시했다. ‘1+1’을 ‘2’ 이상으로 만드는 ‘시너지’를 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긍정적인 사고도 강조한다. 그는 “어떤 직원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 전염이 돼 회사가 우울해진다”며 “시너지를 믿고 실천하려고 하고, 항상 궁극적으로 잘 될 것이라고 믿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결과, 이스트스프링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의 대표 주식형 펀드라고 할 수 있는 ‘코리아리더스’와 ‘업종 일등’ 펀드는 2014년 초 이후 12월 18일까지 운용 펀드 기준 5%대 수익률을 올리며 유형 평균 수익률 (-6.92%)을 크게 앞서고 있다.


2014년 소회와 2015년 새해 각오가 있다면.
“2014년은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주식시장의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2년간 회사의 기업문화에 상당한 성장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해서 2015년에는 제가 미션으로 삼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의 금융 웰빙’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직원들의 행복 부분에서도 성취를 이끌어내겠다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금융 웰빙’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투자자들이 금융 계획(파이낸셜 플래닝)을 잘 짜서 은퇴 이후에도 풍족한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인구구조도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은퇴 이후의 금융 설계가 정말 중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금융 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미약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50세가 넘어가는 베이비부머들은 금융 계획이 철저히 짜여 있지 않습니다.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이스트스프링이 다양한 양질의 금융상품을 제시해 은퇴자들이 풍족한 삶을 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굉장히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디딘 계기는 뭔가요. 이력이 화려한데.
“우연이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몇 년 돈 벌어서 유학을 가려고 했습니다. 교수가 돼서 연구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 들어갔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으로 설명이 안 돼 ‘못 맞춘 퍼즐’로 남겨져 있던 경제 현상이 현업에서 일하면서 풀렸습니다. ‘금융시장과 경제 이론이 접목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매력이 생겼죠. 6년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보니 홍콩에서 ‘코리아아시아펀드’를 운용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시 현대증권, 쌍용증권, HSBC가 공동으로 만든 펀드였죠. 홍콩이란 금융 도시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업분석 이론 등 금융이론에 무지했었구나’, ‘공부를 많이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뉴욕에서 ‘드래곤코리아펀드’를 운용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땐 ‘아시아와 미국의 금융 산업적인 격차가 더 크다’는 걸 느끼고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와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공부를 시작했죠. 이후 메릴린치 인베스트 매니저스 싱가포르와 런던에서 근무했고, 아시아로 돌아가야겠단 생각을 하던 중에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리서치 헤드 제안이 왔죠. 이후 우리투자증권에서 리서치·홀세일 총괄 임원을 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도 2년 있었습니다.”


이스트스프링에 합류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스트스프링이 갖고 있는 전체적인 역량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2012년 대표이사로 취임할 즈음에서는 이스트스프링도 아까 말씀드렸던 많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죠. 좋은 물건(펀드)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굳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국 ‘푸르덴셜’그룹이 갖고 있는 역량과 한국에 현지화가 잘 된 회사라서 제 생각을 실천하는 데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운용에도 관여합니까.
“직접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투자 프로세스를 점검할 뿐입니다. 프로야구로 치면 ‘코치’의 역할이죠. 저희가 갖고 있는 프로세스가 강한지, 계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봅니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분석이 얼마나 건실한지에 대한 점검은 합니다. 제가 주재하는 회의가 있긴 합니다. 주식, 채권, 구조화상품, 대체투자(AI) 등의 팀장급 이상들이 모여 매주 정보를 공유합니다. 각각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보고 시장을 보는 것이죠. 전 중개자 역할을 합니다. 물론 시장에 대해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펀드매니저들한텐 ‘이웃집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해라. 어떤 경우라도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소리를 했다며 핑계를 대지 마라’라고 강조하죠.”



‘코리아리더스’ 펀드 등이 선전하면서 돈이 들어오는데 비결은 무엇입니까.
“꾸준함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코리아리더스의 예를 들면 같은 펀드매니저가 5년째 운용 중입니다. 꾸준하게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죠. 다른 하나는 운용 철학입니다. 시장에선 이스트스프링을‘ 밸류펀드 운용사’라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성장’을 지향하는 하우스입니다. 시장의 유행이 밸류펀드 등에 쏠려 있기 때문에 눈이 안 가지만 성과를 내니까 투자자들이 이스트스프링에 대해 인정해줍니다. 그리고 직원을 평가할 때 단기가 아닌 장기 성과를 봅니다. 평가 기준 중 3년 수익률의 비중이 가장 크죠. 펀드매니저들에겐‘ 사이클을 벗어난 트렌드를 더 많이 보고 투자를 해달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럴 땐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장기 투자라는 강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단기 투자에 주력하면 정치적인 것들, 경제 사이클 등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5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면 이런 것들을 무시해도 됩니다. 성장성,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중요하죠.”


은퇴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는 소비를 줄이는 겁니다. 집도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줄이고요. 그 대신 투자를 하되 투자 대상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자산 투자 비중이 큽니다. ‘홈바이어스’라고 하는데, 국내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가 자산의 수익이 안 좋아지는 경우엔 방어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엔 한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죠.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 성장이 괜찮은 나라들에 분산투자를 해야 합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구체적인 배분 전략은.
“선진국 시장과 성장이 있는 신흥시장에 분산투자를 하라고 권합니다. 선진국 중에선 미국이 가장 좋습니다. 미국에서 일하고 교육받으며 느낀 건데, 다른 나라보다 미국이 월등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유연한 이민정책입니다. 인구구조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고령화되면 이민을 받으면 됩니다. 이걸 못 한 게 일본이죠. 둘째는 금융시장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투자 대상마다 충분한 유동성이 있습니다. 예컨대, 스타트업 컴퍼니를 지원하는 벤처캐피털(VC) 등 금융의 단계마다 유동성이 있고 좋은 가격의 상품이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하는 건 산학 연계입니다. 산학이 직접 연결된 부분이 많습니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힘이 어느 지역보다 뛰어납니다. 미국은 30년이 지나도 지금의 위치일 것입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는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유럽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신흥국 중에선 아시아가 낫고, 중국과 인도를 포함해 분산투자를 해야 합니다.”


어떤 주식이 좋은 주식인가요.
“구조적 성장주입니다. 구조적 성장주의 조건은 2개입니다. 일단 그 회사가 속한 산업이 최근 트렌드에 맞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다른 기업이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경쟁력이 있어야죠.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회사는 사이클을 무시하고 오래 투자해도 됩니다. 물론 대단한 식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비유하자면 ‘홈그라운드 이점’을 누리고 있는 회사를 찾는 거죠. 홈 관중들이 팀을 응원하듯, 소비자들이 기업 제품을 계속 사주는 상황이 필요하죠. 그리고 홈 팀에 심판이 룰을 비교적 관대하게 적용하듯, 구조적 성장주는 시장의 룰을 유리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애플 같은 기업이죠. 다른 기업들의 강점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자기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죠. 삼성전자도 그러던 때가 있었고요. 6개월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상품을 만드는 능력이 룰이 됐죠.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


배당주 인기는 지속될까요.
“조심스럽네요. 경쟁 회사들 이야기라서요. 그래도 의견을 말하자면, 배당주에 대한 인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배당주펀드를 꾸준히 운용한 회사에 대한 믿음. ‘배당주에 길게 투자하면 성과를 내주는구나’ 하는 확신을 했다는 것입니다. 둘째가 더 중요한데, 이자율이 떨어지다 보니까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의 배당 수익률이 더 값진 게 되는 것입니다. 배당금이 더 가치 있게 되니까 그런 기업들에 대해 주가 가치를 더 많이 쳐줍니다. 그런 주식들의 성과가 좋아지고, 펀드 수익률이 좋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향후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에 대한 추구는 더 강화될 것입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배당 수익률은 낮죠.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앞으로 배당이 늘어날 회사를 찾아야 하는데 배당을 늘릴 수 있는 회사들은 성장이 있어야 하는 회사들입니다. 성장주 투자와 접점이 생기는 거죠. 이스트스프링은 배당주를 외면하진 않지만 지금 배당 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찾아다니기보단 이익이 성장하는 기업들에 투자합니다. 향후 배당을 할 수 있으니까요.”


2015년 주식시장의 화두 좀 꼽아주시죠.
“미국하고 중국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어떤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 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을 흡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중국은 어떤 시점에서 새로운 성장 궤도로 진입할 것인지. 구조조정 마무리 이후 중국 경제의 향배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두 가지 다 올해 중반이면 판가름 날 수 있어 국내 주식시장엔 고비가 되겠죠.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고 국제 금융시장에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두 나라가 경제가 좋다고 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이겠죠.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상승한다면 우리 경제엔 어려움 있을 것입니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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