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FEELING]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지닌 유연한 공간 연출법
입력 2015-01-13 16:52:13
수정 2015-01-13 16:52:13
심지영의 공간 & 공감_첫 번째
요즘 공간 연출에 있어 중요한 화두가 바로 유연성이자 가변성이다. 하나의 공간이 여러 용도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훗날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변신하더라도 무리가 없어야 하는 것.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공간은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더하지 말고 덜어내는 공간.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라임스톤과 스틸로 마감한 원석을 깎은 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인테리어를 의뢰받은 공간에 들어서니 복층 구조에 높은 층고는 족히 10m는 돼 보였고 벽들은 천장을 향해 사선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네모반듯한 공간만 주로 설계해 온 디자이너에게 이 독특한 공간 구조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클라이언트가 정한 이 공간의 명칭은 ‘플레이스 제이(place J)’. 평소엔 와인과 음악,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라운지 카페이며 때때로 파티를 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성격의 공간을 원했다.
숨기고, 덜어내고, 비워내는 방식으로 완성된 담백한 공간
개성 강하고 차가운 골조에다 용도의 다양성까지 감안하니 콘셉트는 명확해졌다.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 연출이 그것. 화려한 것보단 장식이 없고 소박한, 인공적인 소재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기로 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소재에 대한 선택과 매칭이었다. 따뜻한 감성을 지닌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주 소재는 베이지 계열의 컬러와 나뭇결이 살아 있는 우드 패널, 바닥은 웜 그레이 컬러의 에폭시로 공간의 전체적인 톤 앤 무드를 유지했다. 자칫 지루해 보이거나 무거워 보일 수 있는 거대한 아트월은 우드 패널로 마감하고 중간 중간 얇은 메탈을 끼어 넣는 묘미를 발휘했더니 벽면을 바라보는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너무 다운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 높은 홀 천장에 폭죽이 터지는 형상을 캡처한 레이몬드(raimond) 펜던트로 포인트를 주었더니 활기가 돌았다.
이 공간이 가진 힘은 한마디로 ‘담백함’이다. 심플한 공간 구성에 내추럴한 컬러와 소재의 매치, 은은한 조도에 한두 가지 포인트의 조화까지 어우러진 이 공간은, 과한 콘셉트와 장식이 난무하는 요즘, 덜어내고 비워낸 공간의 미학을 드러낸다.
기획 박진영 기자│글·사진 심지영 판다스튜디오 디자이너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