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공포의 테러집단 IS의 숨겨진 실체

IS의 연이은 서방인 인질 살해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도대체 IS는 왜 그런 반인륜적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는가. IS가 왜 생겨났으며, 그들은 어떻게 조직화됐고,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IS로 인한 중동 지역의 정세와 국제 유가 등에 미치는 파장은 무엇인가.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원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슬람 국가(IS)’가 장악했던 아메를리 지역을 수복했다.

“미국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인 이슬람국가(Islam State·IS)와의 전쟁은 30년이 걸릴 것이다.”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이 ‘값진 전투들(Worthy Fights)’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미국이 IS와의 전쟁에서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IS를 상대로 한 작전은 시간이 걸리고 여러 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과 국제연합전선에 참여한 각국의 강력한 공습에도 불구하고 IS는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8일 이라크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9월 23일부터 시리아로 공습을 확대했다. 미국과 국제연합전선 동맹국들의 IS에 대한 공습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의 전투기들은 전쟁 개시부터 두 달간 정찰비행을 포함해 4800여 회 출격했고, 이 중 1963회 공습했다. 하지만 IS는 끄떡없이 버티면서 오히려 시리아와 이라크의 전략 요충지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IS는 지난 6월 29일 시리아 북부 라카에서 칼리프가 통치하는 ‘칼리프제 국가(caliphate)’ 창설을 공식 선포했다. IS가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주에서 이라크 북동쪽 디얄라 주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통치하는 사실상 ‘국가’가 됐다는 것은 이슬람 역사에서 일대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3)는 칼리프가 됐다. 칼리프는 이슬람의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의 대리인을 뜻하는 말로, 무함마드의 종교적, 정치적 권한을 이어받아 이슬람 공동체를 다스리는 최고통치자다. IS는 애초 2002년 요르단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만든 ‘자마트 알타우히드 왈 지하드(일신교와 성전)’에서 출발했다. 알 자르카위는 2004년 미군에 각종 물품을 제공하던 우리나라 군납업체인 가나무역의 직원 김선일 씨를 납치해 참수하는 등 각종 테러를 저질러왔다. 알 자르카위는 같은 해 국제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알카에다 하부조직이 되면서 자신이 이끌던 조직의 이름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로 바꾸었다. 미국의 강력한 소탕작전으로 알 자르카위가 2006년 사살되자, AQI는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이름을 변경하고 겨우 명맥만을 이어갔다. ISI는 알 바그다디가 2010년 5월 지도자가 되면서 조직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알 바그다디는 시리아 내전과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계기로 ISI의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ISI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치하에서 일했던 수니파 장교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했다. 이후 ISI는 이름을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영토 확장에 나섰다. 시리아 북부 지역 대부분을 차지한 ISIL은 지난 6월부터 제2의 도시 모술 등을 비롯해 이라크 북부 지역을 점령했다.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지도자.

그렇다면 알 바그다디는 무엇 때문에 칼리프가 됐고, 칼리프제 국가까지 창설했을까. 1971년 이라크 북부 사마라에서 태어난 알 바그다디의 본명은 ‘이브라힘 아와드 이브라힘 알리 알 바드리 알 사마라이’다. 그런데 알 바그다디는 이름을 ‘아부 바크르’라고 바꾸었다. 아부 바크르는 무함마드 사후 최초의 칼리프 이름이다. 무함마드의 오랜 친구였던 아부 바크르(573~634년)는 통치 기간 중 이라크와 시리아 정복에 나선 최초의 이슬람 지도자이기도 하다. 알 바그다디가 칼리프가 된 이유는 자신이 무함마드의 후계자임을 이슬람권에 과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말 그대로 알 바그다디 스스로를 이슬람권의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알 바그다디가 칼리프제 국가를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 바그다디는 또 빈 라덴의 유산을 계승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속셈도 있는 듯하다. 빈 라덴은 지하드를 벌이면서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공동체를 창설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워왔다. 그가 이슬람 역사에서 사라진 칼리프제를 부활시키고 칼리프가 통치하는 국가까지 세웠다는 것은 자신이 빈 라덴의 진정한 후계자이며, IS가 알카에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보다 더 넓은 영토 보유
IS가 알카에다와 분리된 이후 칼리프제 국가를 선포하기까지 불과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IS는 현재 영국보다 더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 IS가 갑자기 세를 불리고 칼리프제 국가까지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거주해온 수니파 주민들이 적극 지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라크 정부군은 부패 등으로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온 오합지졸이었다. 시리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아파의 일종인 알라위파 출신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아온 수니파 주민들은 IS를 적극 지지했다. IS의 가장 큰 특징은 이념적으로 극단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이다. 특히 IS는 포로가 된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는 물론 소수민족인 아지디족과 시아파 민간인들까지 학살하고 참수하는 등 잔인한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IS는 또 서방 인질들을 참수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등에 올리고 있다. IS의 극단주의 노선은 사담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군 조직력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IS가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정부군 및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 등과 동시에 3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IS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조직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시리아 동부 유전 중 50곳, 이라크 북서부 유전 20곳이 IS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생산되는 석유는 암시장에서 밀매되며 IS에 하루 평균 2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주고 있다. 밀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는 이라크 쿠르드족 지역이나 터키, 이란, 요르단 국경 지대다. 심지어 시리아 정부는 IS가 밀매하는 석유를 구입하고 있다. 곡식인 밀도 IS에 중요한 자원이다. IS가 장악한 이라크 지역은 곡창지대다. 특히 이라크에서 생산되는 밀의 약 40%가 IS가 장악한 5개 주에서 수확된다. IS는 자기네가 장악한 지역의 정부 저장시설에서 밀가루를 손에 넣어 처분하고 있다. IS가 확보한 밀은 100만 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도 받고 있다.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인두세인 ‘지즈야’를 비롯해 대중교통 이용료, 통행세, 보호세 등을 걷고 있다. IS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장악한 뒤 은행에서 4억2500만 달러를 챙겼다. 인질의 몸값도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IS가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이 지금까지 6438만8000달러(67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부호와 지지자들이 보내는 후원금도 상당하다고 한다. IS가 보유한 자금은 20억 달러(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IS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조직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시리아 동부 유전 중 50곳, 이라크 북서부 유전 20곳이 IS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IS의 또 다른 특징은 외국인 출신 전사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IS에 가담한 외국인 전사는 80여 개국 출신으로 모두 1만5000명이며 이 중 2000명은 서방 국가 출신인 것으로 추정했다. 1980년대 구소련에 맞서 전쟁을 벌인 아프가니스탄에 외국인 2만 명이 참전한 이래 IS에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사들이 가담했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 20대 중반 젊은이들인데, 터키와 시리아 국경을 통해 IS에 합류했다. 이 중에서 20~25%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 출신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중동 국가 출신들이다. 서방 국가 출신 전사들은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 이민자의 2, 3세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차별대우를 받아왔다. 실제로 유럽에서 무슬림 청년들의 실업률은 전체보다 2~3배 높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청년실업률은 20%를 넘는다. 결국 이들이 유럽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면서 극단주의에 빠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IS가 앞으로도 계속 득세할 경우 중동 지역의 국제질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 분명하다. 기존 수니파 국가들과 시아파 국가들 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수니파 국가들 내부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의 무질서는 국제유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현재 국제유가는 IS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석유 수요 하락세와 달러 강세,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등이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IS가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시설에 보복 테러를 자행할 경우 급등할 수도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과 IS 간의 전쟁이 계속된다면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IS가 실제로 국가로서 존립할 수 있느냐다. IS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활동한다면 중동 지역에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기는 어렵다. 중동의 국제질서가 불안하면 국제유가는 요동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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