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0대 그룹 오너리스크 평가] 현대백화점·한진 등 경쟁자 따돌려

4대 그룹·백화점·항공 등 라이벌 기업 비교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순위가 바로 경쟁 관계에 놓인 라이벌 기업들의 순위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사건건 비교되니 투자자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당사자에게도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부 라이벌 기업들의 엇갈린 운명이다.



라이벌① 4대 그룹
LG 뜨고 삼성 지고, SK는 고전 중
국내 4대 그룹인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는 지난해 조사 결과 대비 순위가 뒤바뀌고 오너리스크가 증가하는 등 변화가 많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과 LG는 오너리스크가 가장 낮은 기업 순으로 정확히 지난해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리스크가 가장 낮은 순위 1위였던 삼성은 6위로, 6위였던 LG는 1위로 올라선 것. 총점에서도 LG와 삼성의 격차가 0.24점으로 적지 않았고, 특히 부문별 순위에서는 LG가 1위에 오른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 윤리경영 평가에서 삼성이 5위권 안에 들지 못하며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4대 그룹 중에서 둘째로 오너리스크가 낮았던 현대자동차는 올해도 같은 자리를 지켰다.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는 LG를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나머지 두 개 부문에서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5위권에 들지 못해 전체 순위에서도 전년 대비 한 단계 하락했다. 위 세 그룹과 달리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순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한 SK는 전체 5점 만점에 3.08점을 받아 한진과 공동으로 12위를 기록했다. 특히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 부문에서는 2.98점을 받는 등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오랜 공백을 실감케 했다. 그나마 윤리경영 평가에서는 3.13점을 받아 부문별 순위 10위에 올랐으며,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 부문에서도 3.14점으로 선방했다. 세부 항목에서는 수익 창출 능력(3.29점),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3.57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3.38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비전 제시(2.71점), 내부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2.79점)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4대 그룹은 아니지만 SK와 마찬가지로 오너인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받고 공석 중인 CJ 또한 오너리스크가 낮은 순위 27위를 기록해 리스크가 높은 기업에 속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계단이나 하락한 순위다. CJ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 2.83점,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 2.79점, 윤리경영 평가에서 2.66점을 받는 등 세 부문 모두 3점을 넘기지 못하며 총점 2.76점을 기록했으나, 세부 항목인 수익 창출 능력에서는 3.21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라이벌② 백화점
현대백화점·신세계 상위권, 롯데는 중위권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 업계의 세 강자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올해 승자는 단연코 현대백화점이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가 오너리스크가 낮은 순위에서 각각 3.41점과 3.35점을 받으며 나란히 7위와 8위에 올랐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대백화점이 압도적이다. 지난해와 순위 변동이 없는 신세계와 달리,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15위에서 무려 8계단이나 상승했기 때문. 현대백화점은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 부문에서도 각각 3.52점과 3.48점으로 모두 5위권에 드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취임 11년째를 맞는 정지선 회장의 경영 전략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간 프리미엄 아울렛, 면세점 사업 등에서 롯데와 신세계에 뒤처졌던 현대백화점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유통 업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 그 결과 리바트, 한섬 등은 매출이 증가하고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M&A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유통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 외에 이렇다 할 호재도 악재도 없었던 신세계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 3.48점,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 3.27점, 윤리경영 평가에서 3.29점을 받았으며, 윤리경영 평가 부문은 전체 기업 중 다섯째로 높은 점수다.

반면 롯데는 지난해보다 오너리스크가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롯데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 3.33점을 받으며 부문별 순위 10위권에 든 것을 제외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 윤리경영 평가에서는 각각 2.90과 2.78점으로 3점대를 밑돌았다. 롯데는 총점 3.00점으로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순위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숙원으로 알려진 제2롯데월드 사업 때문으로 분석된다. 3조 원이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용과 시공 과정에서 불거진 안전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뿐만 아니라 범롯데그룹 계열 형제간 지분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오너리스크의 증가 사유로 제기됐다.


라이벌③ 항공·물류
날아오른 한진, 헤매는 금호아시아나
지난해 모두 오너리스크가 가장 높은 그룹군에 속했던, 항공 및 물류 기업의 핫 라이벌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조사에서는 엇갈린 운명을 보였다. 총점 3.08점을 받은 한진은 무려 23계단 상승해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12위로 올라섰고, 금호아시아나는 40개 기업 중 넷째로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최근 지주사 전환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한진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 3.31점을 받는 등 높은 점수를 보였으나, 윤리경영에서는 2.92점에 그쳤다.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는 3.00점을 받았지만 세부 항목인 수익 창출 능력은 2.43점에 불과했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각종 수익 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오너리스크가 증가했다.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는 둘째로 점수가 낮았는데 특히 세부 항목 중 수익 창출 능력은 40개 기업 중 셋째로 낮은 2.07점에 불과했다. 항공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점수다.



라이벌④건설·중공업·금융
큰 변화 없는 건설, 리스크 높은 중공업, 금융은 리스크 낮은 편
건설 분야 기업으로 분류되는 현대산업개발과 대림, 부영, KCC 등은 중위권에 속했다. 건설 경기의 부진이 반영된 것으로, KCC와 대림은 총점 3.05점과 2.85점을 받아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순위 16위와 21위에 올랐다. 두 기업 모두 전년 순위와 거의 변동이 없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은 총점 3.06점을 받아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14위에 오르는 등 네 기업 중 가장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고, 부영은 지난해 37위에서 올해는 2.81점으로 24위로 올라서는 등 오너리스크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40개 기업 중 금융 기업으로 꼽히는 교보생명보험과 미래에셋은 모두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상위권에 랭크됐다. 교보생명보험은 넷째로 오너리스크가 낮았고, 미래에셋은 총점 3.13점을 받아 열째로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의류 분야에서는 코오롱그룹이 이랜드그룹보다 오너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총점 3.06점을 받은 코오롱은 지난해 순위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15위에 올랐고, 총점 2.85점을 받은 이랜드는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는 22위에 올랐다.

철강 및 중공업 기업들은 해당 분야 경기 악화로 전반적인 침체를 보였다. 지난해 오너리스크가 가장 낮은 기업 3위였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2.98점을 받는 데 그쳐 19위로 밀려났고, 세아그룹(총점 2.81점·25위), 동국제강(총점 2.72점·31위), 한진중공업(총점 2.63점·32위) 등도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에 속했다. 다만 두산그룹은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3위에 올라 두각을 드러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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