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ACT] 시니어 창업 성공 조건은 ‘자기 파괴’

은퇴자들의 고민은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10~20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는 것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창업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면 시니어 창업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오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게 되면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일종의 사회적 이민자 신세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대부분 은퇴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퇴직하게 되면 퇴직하는 그 순간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다. 호칭이 달라지고 사용하는 시간대가 달라지고 나를 대하는 시선들이 달라진다. 이런 상황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익숙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일이 돈이 되는 일이어도 좋고 돈이 되지 않은 일이어도 상관없다. 일거리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수많은 시간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퇴직자가 일자리를 구하거나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일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저 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의 창업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과거의 경력이 화려하거나 비교적 경제적인 부담감이 없는 이들은 살던 방식대로 살기를 원한다. 변한 상황에 자신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심한 심리적인 고통과 불편한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이나 패턴을 파괴하는 작업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존재의 변혁이라고도 한다. 존재의 변혁은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사고방식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국 변한 환경에 슬기롭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틀을 깨는 존재의 변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퇴직 후 최소 20년에서 길게는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이 긴 세월을 일 없이는 행복하게 살 수 없다. 일평생 일을 하면서 살아온 이들에게 일 없이 사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다. 결국 일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퇴직을 준비하는 이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퇴직을 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이것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것을 찾지 않고 시작하는 일은 결국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창업이다. 창업은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창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흔히들 창업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창업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돈은 일을 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창업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돈을 버는 방법에만 집중한다. 이런 자세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시니어 창업에서는 말이다. 시니어 창업은 자신의 일자리를 자신이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 직장 생활을 오래한 퇴직자가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찾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찾지 못하면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바보다’라는 생각을 견지해야 한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직장 생활에서 배운 지식이나 노하우는 창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을 배움을 통해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니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괴한다는 생각에 가지고 있는 것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놓아야 한다. 그래야 창업에 맞는 인간형으로 변할 수 있다. 결국 내려놓아야 할 것이 많은 시니어일수록 창업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체면과 위신, 남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길을 고집하면 돈이 많이 든다. 돈보다 일을 생각하고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이면 체면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니어 창업자들에게 이것은 어쩌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공의 대가로 이것을 지불해야 한다면 결론은 쉽다.

창업을 도박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주로 올인을 하는 경우를 보면 한번에 크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자기 확신 때문이다. 세상에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는 것은 이미 인구의 반은 알고 있는 정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니어 창업자들은 돈으로부터의 유혹을 견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규모도 줄여야 한다. 퇴직 후에는 수입 규모도 줄어든다. 그러면 당연히 지출 규모도 줄여야 한다. 지출 규모는 줄이지 않고 그 비용을 창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그 규모는 다르겠지만 아무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창업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해야 한다. 창업 초보자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실패를 하면 다시 도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을 계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런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근거 없는 자기 확신이다. 남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자신은 꼭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특히 좋은 직장, 그리고 높은 직급에 있던 퇴직자일수록 자기 생각만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창업은 열정을 요구한다. 열정은 몰입해야 생기고 몰입은 관심을 가져야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열정은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관심이 없는 아이템을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열정의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고 금방 식어버린다. 열정의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관심이 있는 것에 몰입해야 한다. 필요한 기술 혹은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행과 반복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는 창업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지금까지 퇴직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인 창업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살펴보았다. 연령적으로나 창업에 대한 준비 기간, 경험 등의 여건을 고려하면 시니어 세대들은 창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자세를 가지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틀을 스스로 깨는 ‘자기 파괴’ 정신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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