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INVEST] 시장의 배신?…시장은 항상 옳다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세 번째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실패했을 때 종종 시장 핑계를 대는 경우가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중국, 베트남 등의 해외 투자와 부동산 펀드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막연한 가능성에 의지해 상당히 붐이 일었을 때 투자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붐이라는 상태 자체가 이미 배신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투자 실패는 타이밍의 문제이지 시장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주식시장에는 ‘지금이 투자 적기다’라는 감언이설이 항상 있다. 투자하기 나쁜 시기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칼날같이 떨어지는 시기에도 싸게 살 기회가 오고 있다고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고수익을 내려면 좀 더 위험해져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뻔히 보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자주 먹는 그런 회사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지 잘 알지도 못하고 기술력도 모르는 기술주나 인터넷주를 가지고 돈을 벌지 않았다. 답이 뻔한데도 우리는 아직도 획기적인 뉴스거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실이다.

“사물을 반듯하게 보지 말고 거꾸로 보라. 세상을 걸어 다니면서 보지 말고 물구나무 서서 바라보라.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을 의심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던 것과 끊임없이 싸우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과 결별하라.” 안도현 시인의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량 회사들이 있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과실을 따먹은 경우도 있지만 삼성전자처럼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세계적인 회사로 키운 경우도 있다. 이제 투자에서 우량 회사라는 익숙한 용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과실을 따먹었으니 중국이 좋아지면 따라서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화학이나 철강, 조선 사업 같은 경우가 그렇지 않나 싶다.


답은 항상 시장에 있다
시장에도 맥주처럼 약간의 거품이 있어도 좋다는 관대함이 더 많은 거품을 낳고 결국 거품이 터지는 고통을 맞보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보통은 증권사나 은행의 무분별한 상품 만들기와 푸시 마케팅에 의한 피해 사례로 증권사나 은행 등 영업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하고 영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붐이 일고 있는 주식에 고점으로 따라 들어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너무 많다. 거품이 조금 있어도 되는 업종이 멀티풀을 좀 높게 형성되는 이치는 지금 시장에 너무 많다. 화장품주, 의료기기와 일부 게임주에 이런 관대함이 만연된 거 같다.

시장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싸워도 안 되지만 싸울 수도 없고 싸워도 이길 수 없다. 시장에는 정보력이나 돈의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수많은 참가자들이 있고 그들의 생각과 심리가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위 개미들이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는 주식투자에서 성공한 경험보다는 실패한 경험이 더 많다. 그러나 내가 시장을 잘못 본 것이지 시장이 잘못되지는 않았다. 시장이 항상 옳고 시장에 답이 있다. 이제 실패에 익숙해 있는 경험으로부터 결별할 때다.

골프에서 시장은 곧 필드다. 필드는 다양한 형태로 인간을 유혹한다. 오늘날은 골프 기술과 장비가 발달하고 체격 조건이 좋아져서 인간이 필드를 정복하고 유린하는 사태까지 생기고 있다. 59타가 나온다는 것은 필드에는 치욕이다. 그래서 필드의 설계자들은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필드를 강화하고 있다. 전장이 500야드에 육박하는 파4 홀이 생기고 그린의 경사도나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러프는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발목까지 오는 경우가 많아 페어웨이를 놓치게 되면 강력하게 응징한다. 벙커도 항아리 모양부터 키 높이만큼 깊게 만든 곳이 많다.

필드는 결코 인간을 배반하지 않는다. 인간이 정복욕과 교만 때문에 함정에 빠지고 배신을 당하는 것이지 순종하고 순응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골프를 경영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무작정 드라이버를 길게 치고 질러대는 곳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샷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하면서 목표인 홀에 잘 접근하는 것이다. 이것이 순리다.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따르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필드를 우습게 보고 지나친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덤벼들 때 필드는 가혹하게 심판한다.


골프에 필요한 P.D.C.A 사이클
골프도 경영이기 때문에 P.D.C.A 사이클에 의거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즉, 계획(Plan)을 세우고 실행(Do)하고 점검(Check)하고 다시 세부 행동계획(Action)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특히 첫 번째 단계에서는 코스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운드를 할 코스에 대한 정보가 없이는 무모하게 코스를 공략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프로들은 시범 라운드나 프로암대회를 통해서 라운드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캐디는 하루 이틀 전에 미리 사전답사를 하고 골프장 야디지북을 사서 연구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각 홀마다 어떤 클럽으로 티 샷을 할 것인지 어디로 보내야 다음 샷을 하기 좋은 지점인지 알아보고 거기를 공략해야 한다. 흔히 골프를 인내심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만큼 쉽게 필드를 이해하고 공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죽어도 홀에 떨어지지 않는 퍼팅도 끝까지 참고 인내하다 보면 버디를 허용하는 것이다.

골프가 잘 풀리지 않는 경우에 보통은 골프장이나 캐디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을 탓하는 경우와 동일하다. 그러나 그것은 복을 터는 짓이다. 탓하고 험한 말을 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동반자가 불편해지고 골프는 더 망가진다. 필드를 탓하기에 앞서서 필드에 맞추는 맞춤 골퍼가 돼야 한다. 경사가 심한 산악지형에서는 거기에 맞는 스탠스를 취해야 하고 양잔디에서는 양잔디에 맞게 하면 된다. 양잔디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말하는 골퍼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잔디는 억세기 때문에 약간 뒤땅이 나와도 미끄러지면서 공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잔디는 뒤땅이 나면 거의 공이 앞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드시 공이 먼저 클럽에 맞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잔디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을 먼저 맞히는 연습이 선행돼야 한다.

시장은 변덕스럽고 예측하기 힘들고 잡음도 많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갈 길 모르고 방황할 때도 많다. 우리 모두가 시장을 맞출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다 보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 비록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해도 그것도 경험이기에 성공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시장이 나를 배신했다고 떠나고 잊어버린다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까다로운 고객은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이지만 충성고객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만큼 골프장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고 골프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절한 고객, 말없는 고객은 잘못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고객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언제나 옳고 거기에 답이 있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WPGA 티칭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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