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해외 직접 투자에 주목하는 까닭

국내 증시 답보…선진국 ‘쾌속 항진’

지난해 세계 증시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이 주도했다. 그 덕에 해외 주식 직접투자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 중에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이들이 적지 않다. 2014년에도 선진국 증시는 쾌청해 보인다. 해외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이 느는 이유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사는 김 모 씨는 지난해 6월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통해 미국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라이프를 소개받았다. 해마다 좋은 실적으로 내는 데다 미국 경제가 안정을 되찾는 시점이라 과감하게 투자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4억 원을 투자한 그는 6개월 후 100% 수익률을 거두었다. 주식을 매각한 대금은 외환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해 그 사이 발생한 환차손을 헤지했다. 2014년에도 선진국 증시가 활황일 거라는 전망에 김 씨는 새로운 종목을 고르고 있다.

김 씨처럼 선진국 주식에 직접투자를 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외화증권의 주식 매매 거래금액은 총 11억1132억 달러로 2012년 동기 대비 약 두 배 증가했다.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금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2013년 12월 15일 기준으로 일반 리테일 자산은 140%, 신한금융그룹 PB조직인 신한PWM 기준으로는 680% 증가했다고 한다.

해외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이처럼 느는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 증시의 활황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 반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증시는 전고점을 경신하며 활활 타올랐다. 해외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개선, 매매의 간소화 등도 해외 주식 투자 증가의 원인이 됐다.

해외 증시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국내 증권사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해외 서비스 신청을 통해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 서비스 신청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혹은 전화로도 가능하다. 해외 서비스 신청 후 해당 국가의 통화로 환전만 하면 매매 준비는 끝난다.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국 기준 오프라인이 평균 0.5%, 온라인이 0.25% 수준이다. 증권사에 따라서는 오프라인 0.6~0.7%, 온라인 0.25~0.3%의 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다.


독일·일본 등 주가지수 50% 이상 상승
주요 투자국은 단연 미국이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팀장은 투자자의 85%가 미국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제 정상화라는 훈풍을 타고 미국 증시가 견조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전체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와 연동된 ETF만 해도 30% 수익률을 기록했다. 2~3배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ETF들은 60~90%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세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인 스타 종목도 탄생했다. 미국 증시는 한국과 달리 일일 가격 변동 제한 폭이 없다. 따라서 제약주의 경우 자사의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만 나도 하루에 100% 이상 상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테슬라 모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테슬라 모터스에 3, 4개월 투자한 이들은 300% 이상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미국 증시의 또 다른 장점은 내외부 변수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한국 증시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영향, 북한 리스크 등 지수 상승에 걸림돌이 되는 변수들이 많다. 내부적으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 미국 주식은 이런 내외부적 변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실적만 받쳐주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 증시의 한 전문가는 “미국 주식은 꾸준한 실적만 있으면 주가가 끊임없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 구간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종목이 비자카드다. 미국 증시에서 거래량이 큰 종목 중 하나인 비자카드는 꾸준한 실적으로 미국 증시의 인기 종목이다.



비자카드를 유심히 보던 국내 투자자가 비자카드 주식을 매입한 게 주가가 120달러이던 2012년 여름이었다.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170~180달러까지 상승했다. 증권사 직원이 보유를 권유했지만 한국 증시에 익숙했던 투자자는 180달러대에 주식을 매도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주가는 꾸준히 올라 200달러를 넘었고, 그 즈음 투자자는 다시 해당 주식을 매수했다. 현재 비자카드의 2013년 말 주가는 221달러로 마감했다.

‘잃어버린 20년’의 주인공 일본도 지난해 양적완화에 힘입어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안겨주었다. 지난 한 해 닛케이 지수 상승률은 52.42%에 이르렀다. 일본 증시의 상승을 이끈 종목들은 대부분 엔저 수혜를 본 수출 기업들이었다. 야마하 모터스, 소니 등이 그들이다. ETF는 엔저에 따라 환 헤지가 가능한 ETF들이 인기를 끌었다.

유럽은 독일과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의 선전이 도드라졌다. 독일과 영국은 제조업 지수, 실업률 지수, 주택 지수 등 경제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대부분 좋다. 경제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주가도 많이 올랐다. 특히 독일은 주택 경기가 좋아지고 실업률도 6%대로 내려와 독일 닥스(DAX) 지수의 경우 지난 한 해 54.59% 상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폭스바겐, 다임러 등의 자동차주와 지멘스, 도이치은행 등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닥스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찾는 투자자도 많았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남유럽에 투자한 고객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그리스에 투자한 이들이 많았는데, 그리스는 일일 주가 변동 폭이 30%여서 위험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 단기적으로 200%의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아시아선 베트남이 양호
2014년 해외 증시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은 미국이다.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미국이 그만큼 경제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오르고, 과도한 신용도 부담이기는 하다. 하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는 종목과 셰일가스, 신기술 등 새로운 종목들이 미국 증시를 견인한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이나 영국 주식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해 상승한 종목들이 올해도 실적이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유럽에서는 국가별로 종목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스페인의 골드’라고 불리는 의류업체 자라와 마시모두티를 거느린 세계 최대 리테일러 인디텍스, 지난해 이탈리아 증시에 상장된 몽클레어 등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으로 꼽힌다.

반면 이머징 국가들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동안 주가가 오른 인도나 브라질은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도가 이머징 국가들 중 그나마 상황이 좋다. 베트남은 내수시장이 견고하고, 소비층이 젊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 등 해외 기업들이 제조업을 살리고 있어서 이런 부분들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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