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ZZ] 비트코인 음모론

화폐에는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가장 크게는 거래의 매개체가 되고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상한 변종이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비트코인(Bitcoin)입니다.


일러스트 추덕영

비트코인은 일본에 거주하는 교수로 추정되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에 의해 공개된 프로젝트로 2008년 10월 31일 비트코인과 관련한 최초의 논문 ‘P2P 기반 전자 화폐 시스템 비트코인’을 게재했습니다. 2009년 1월 3일 사토시에 의해 최초의 비트코인 블록이 생성되며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것은 ‘채굴(Mining)’이라고 불리는데, 비트코인의 채굴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채굴 버튼 클릭을 통해 가능합니다. 채굴 버튼 클릭을 통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암호화된 문제들을 풀어 결과물로서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풀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양은 50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의 최대 매력은 화폐의 공급, 즉 발행이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의 총량은 2100만 비트코인이며 코인 공급량은 4년마다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해 2017년에는 총량의 4분의 3만 생깁니다. 이 지점에서 기존 화폐 대비 장점과 단점이 겹쳐집니다. 기존의 화폐들은 중앙은행이 끝도 없이 발행해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장점은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반대로 화폐의 공급은 제한돼 있지만 쓸 수가 없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을 이용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첫 거래는 2010년 미국에 거주하는 ‘laszlo’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비트코인 포럼 게시판에서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사겠다는 제안을 하며 성립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으로 환산하면 1만 비트코인은 약 15억 원입니다. 7억5000만 원짜리 피자를 먹은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기본적으로 화폐가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우리가 쓰는 화폐가 한때 금의 가치에 기대었던 사실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인데,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이로 인해 수학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파일에 불과한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의 배후에 로스차일드가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주장들은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후 초인플레를 겪던 1923년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독일의 통화관리자였던 마르 샤흐트는 그 해 11월 15일에 렌텐마르크를 도입합니다. 렌텐마르크는 토지가 발행의 근거라는 약점과 24억 마르크로 통화 발행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는 강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1923년 독일에는 제국마르크와 렌텐마르크 두 개의 통화가 공존했습니다. 샤흐트는 통화가 신뢰를 가지려면 통화량을 적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봤고 제국마르크의 가치는 폭락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11월 20일 샤흐트는 1조 대 1의 비율로 제국마르크와 렌텐마르크를 교환했습니다. 통화의 공급이 제한되자 독일의 초인플레도 잡혔습니다. 사람들이 요즘 근본 없는 통화인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이유도 비트코인의 공급이 제한돼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은 반드시 어려워야 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어느 날 갑자기 비트코인과 달러를 1조 대 1의 비율로 교환하겠다고 발표하지 않는 이상 자산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역으로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지금 자산 가격에 버블이 잘 생기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고, 가격이 일정 레벨 이상으로 오르면, 버블은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은 버블을 준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트코인 말고 주식을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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