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펀더멘털 정말 최악인가?

부채 비율 낮고 외환보유고 ‘넉넉’

브라질은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 인구 등이 강점으로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다. 하지만 최근 한국 투자자들에게 브라질은 고민의 대상이다. 높은 물가상승률, 성장률 둔화, 환율 하락 등으로 국채 투자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브라질 경제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러스트 전희성

브라질을 둘러싼 악재의 진원지는 환율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투자 손실이 생기면서 물가와 경제성장률, 사회적 이슈 등이 연쇄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실제 브라질 국채로 걱정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는 이자가 10% 이상이며, 연 수익률 11%를 상회하는 채권이다. 따라서 브라질이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는 한 장기간 보유한다면 손실보다는 이익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동급 최강의 펀더멘털 자랑
그렇다면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은 어떨까. 브라질은 남미 대륙에서 국토가 가장 큰 나라이며 국내총생산(GDP)이 2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다. GDP 규모만 보면 한국의 약 2배로 프랑스, 영국,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국제 신용평가 3사의 브라질 신용등급은 투자 등급인 BBB0다.

그러나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브라질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향후 수개월 내 실질적인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33%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등급이 조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 브라질은 세계적인 경제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재무적인 안정성도 동일 등급 내에서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인 BBB+~BBB-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는 35개 국가를 대상으로 비교해 보면 브라질의 펀더멘털이 다른 동일 등급군의 국가들에 비해 우려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브라질의 총생산량은 비슷한 등급의 다른 국가들을 압도한다. 브라질 총생산량인 2조3000억 달러는 BBB 등급 평균치인 997억 달러보다 월등히 많다. 경제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경제의 다양성 수준이 높을 수 있음을 뜻한다. 규모가 클수록 국가의 경제기반은 안정적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재무적인 요인들도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다. GDP 대비 대외 부채는 18.5%, 단기 외채 비중은 10.9%로 각각의 평균인 34.1%, 17.2%보다 크게 낮다. 전반적인 재무 부담과 단기적인 유동성 부담 모두 높지 않다는 말이다. 또한 브라질은 세계에서 네 번째(3750억 달러)로 많은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대외 부채 이자비용 대비 23배로 동일 등급 국가들의 평균치인 14배를 상회한다. 브라질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총투자와 경제성장률은 다른 국가들보다 낮다. 브라질의 5년 평균 GDP 성장률은 3.52%로 평균치인 3.63%보다 낮으며, GDP 대비 총투자 또한 18.9%로 평균치인 21.4%보다 낮다.

7.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브라질 경제는 2010년 이후 경기성장률이 3%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브라질의 성장률 둔화는 GDP 대비 낮은 수준의 투자에 기인한 바 크다. 일례로 브라질의 도로 포장률은 13.5%로, 신용등급과 경제규모에서 비슷한 인도(67.4%)와 러시아(49.5%)에 비해 현저히 낮다. 낙후된 인프라가 국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부의 관료주의적 사고, 복잡한 세금 구조와 불안한 정치 상황 등이 최근 성장성 한계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모두 단기간에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성장률 둔화를 신용등급 전망 하향의 이유로 제시했다. 단기간에 개선이 어려운 부분인 만큼 실질적인 등급 하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브라질의 신용등급은 투자 등급을 유지할 것이다. BBB-(또는 Baa3) 미만 투기 등급으로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 국가 경제규모와 같은 성장성을 제외한 지표들의 수치가 투자 등급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GDP 상위 20개국의 신용등급을 보면 BBB- 미만 투기 등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브라질은 앞으로 많은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고 해안 유전 발견에 따른 개발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직접투자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올해 6월 발생한 대규모 시위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급격한 개선은 어렵겠지만 비교적 양호한 속도로 투자 지표가 개선되고 경기성장률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0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 지수에 의하면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 그리고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들은 브라질의 주요 교역 국가들로 경기 회복 시 브라질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환율과 인플레이션·기준금리 개선
최근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연이어 단행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자금 이탈을 방지해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을 막고 높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2011년 말부터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평가손실 대부분은 헤알화 하락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올해 4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은 9월 들어 본격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은 10월 10일 기준 487원·헤알을 기록해 올 들어 가장 낮았던 450원대를 기록한 8월 대비 상승했다. 여기에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환시장 개입도 동시에 작용했다. 물가도 진정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음식료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6.7%로 치솟으며, 중앙은행 물가상승률 목표 범위 최대치인 6.5%를 초과하기도 했다. 다행히 고공행진을 하던 물가는 6월 최고점을 찍은 후 진정돼 9월에는 5.9%까지 떨어졌다.

연내 브라질 금융통화위원회가 1회 남아 있지만, 환율 안정과 5%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성장률 회복세 지연에 대한 압력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큰 폭의 금리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25bp(1bp=0.001%포인트) 추가 인상이 가장 유력하다. 시장금리 또한 이를 반영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은 제한적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중앙은행의 환율 방어 정책이 남은 금통위를 기해 일단락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 수준의 헤알화가 브라질 국채 매입에 적절한 수준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과거 10년간의 평균 원·헤알 환율은 537원이었다. 비교적 높은 수준이던 2008~2011년을 제외한 평균 환율은 475원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환율 방어는 종료되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환시장 개입이 계속될 것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 지연으로 추가적인 환율 하락 압력은 낮은 상황이다. 김진우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시장에 호의적으로 알려진 자넷 옐렌 현 Fed 부의장이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됨에 따라 Fed의 자산 매입 축소와 관련해 시장에 감돌던 불확실성도 축소됐다”며 “고평가 구간을 제외한 10년 평균 환율에 부합하는 최근 470~480원대 환율이 브라질 국채를 매수하는 데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6월 대규모 시위 영향은 제한적
브라질 경제의 또 다른 걸림돌은 사회 불안정이다. 브라질에서는 올해 총 세 번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처음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6월에 시작됐는데,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대중교통 공공요금 인상 계획(3→3.2헤알)이었다. 5000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경찰의 과잉 진압과 폭력이 도화선이 돼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초대형 시위로 발전했다. 이후 정부의 요금 인상 계획 철회에도 시위는 제도 개선과 부패 척결 등을 요구하며 확산됐다.


브라질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는 정치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이러한 시위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시위대가 정부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위대는 공공 사회복지와 인프라 개선,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요구들을 들어줘야 하는 주체로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페르난도 데멜로 전 브라질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1992년 시위와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시위대가 지적한 여러 문제점들이 현 대통령의 귀책도 아니다. 시위자들은 단순히 브라질의 사회적인 문제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주기를 원할 뿐이다. 시위로 인해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브라질의 정치적 안정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해 국가 신용도가 저하된 것은 아니다.

지우마 호세프 현 브라질 대통령은 신속히 시위에 응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시위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8월 브라질 여론조사 업체 이보페에 따르면 호세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7월 대규모 시위 때보다 긍정적은 7% 상향, 부정적은 7% 하향됐다. 내년 대통령 선거 예상 득표율에서도 호세프 대통령은 2위와 10% 이상의 지지율 차이로 앞서고 있어 재선 가능성도 높다. 이는 브라질의 정치적인 상황이 생각보다 혼란스럽지 않다는 증거다. 금번 시위로 붉어진 사회적 우려는 단기적 요인으로 그칠 것이다. 한편 이번 시위는 브라질의 성장 동력인 증가하는 중산층에게 개선된 인프라, 정치적·사회적 환경을 앞당겨 가져올 것이다. 이는 브라질의 장기적인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우려할 사항도, 브라질 국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브라질의 투자 매력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브라질 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김진우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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