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OUT] 로드힐스 골프 & 리조트,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정통 산악형 코스

대중제 골프장 로드힐스(Lord hills) 골프 & 리조트가 지난 10월 1일 그랜드 오픈했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정통 산악형 코스다. 도전적이며 힘이 넘치는 코스로 중·상급자 골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특히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힐링 코스이며 겹겹이 쌓인 산봉우리 위로 떨어지는 일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경관이 뛰어난 골프장이다.



설악의 오색 창연한 단풍은 산길을 따라 남으로 흐르고 수채 물감을 뿌린 듯 만산은 고운 빛으로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옷을 갈아입고 산으로 들로 가고픈 맘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 만큼 계절은 가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혹자는 이 계절에는 빚(?)을 내서라도 골프를 쳐야 한다며 가을 골프를 예찬한다.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군자리 산245번지, 옛날 임금의 자제들이 영동 지역으로 출타할 때 하룻밤 묵고 가던 곳이라 해서 이름이 군자(君子)리다. 군자리 깊은 계곡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물들고 고운 단풍잎은 물길을 따라 흐른다. 예나 지금이나 경관이 빼어나고 물이 맑으며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풍수가 좋은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돈 많은 재벌가에서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도 공을 들였지만 땅은 그들을 주인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1일, 군자들이 거닐던 이 땅 위에 로드힐스(대표 김병천)라 명명된 27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랜드 오픈했다. 440여 개가 넘는 국내 골프장 가운데 고속도로 나들목(IC)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 강남에서 40분, 남춘천IC를 나와 불과 400m 거리다. 주소가 강원도 춘천이니 멀다는 느낌이 있지만 그건 옛말. 어지간한 서울 수도권 골프장보다 훨씬 접근성이 뛰어나다.



로드힐스는 정규 회원제 골프장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모든 시설과 공사 수준을 그에 걸맞게 진행했고 시공비가 중지에 비해 비싼 양잔디를 식재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대중제로 시작했다면 공사비를 비롯해 업장 위주의 공사를 했겠지만 회원제를 목표로 하다 보니 VIP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시공했다”며 “더구나 경기 불황으로 회원권 분양이 절대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래야 했다”고 그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하지만 로드힐스는 오픈하기 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격 전환했다. 이는 오너인 신창석 (신영 프레시젼) 대표의 선택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아무리 좋은 골프장을 만들어도 손님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자금에 대한 부담이 있긴 했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로드힐스가 가지고 있는 접근성, 코스 품질, 서비스 등 여러 장점들입니다. 특히 입지가 가진 원시림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은 선택의 자신감을 더했습니다.”



신 대표와 김 대표는 전남 영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죽마고우다. 남도를 대표하는 걸출한 비경의 월출산을 보면서 유년시절의 감성을 키워 왔다. 그러니 산을 보는 눈이 얼마나 탁월하겠으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또 얼마나 겸손하겠는가. 그래서일까. 신 대표는 로드힐스를 자연친화적인 골프장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지형을 그대로 살리고 계곡과 물길을 거스르지 않으며 원래 생긴 모양, 있는 그대로를 보존키 위해 산림 훼손을 최소화했다. “남들은 조경비를 이만큼 들였다고 자랑하는데 저희는 조경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주어진 환경이 더없이 뛰어나 굳이 나무를 이식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코스가 허전해 보이거나 품위가 없어 보이거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객들은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아주 만족해하십니다. 다만 드라이버의 방향에 문제가 있거나 과감(?)한 플레이를 즐겨하는 골퍼들이 공을 좀 많이 잃어버려서 그것이 좀 안타깝죠. 숲으로 한번 들어가면 못 찾아요.(웃음)”

로드힐스가 이처럼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고 자연생태계 유지를 위한 노력의 결과는 지난여름 쏟아진 집중호우 때 확연히 드러났다. 근처에 있는 다른 업장들은 극심한 수해 피해로 피해를 당했지만 로드힐스는 단 한 곳도 유실된 곳이 없었다. 이런 로드힐스의 친환경 마인드는 골프장 입구에 있는 130m가 넘는 터널에서도 볼 수 있다. “고속도로를 나와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길을 내자면 산을 절토해야 했습니다. 5배가 넘는 공사비를 생각했다면 절토 했을 겁니다. 하지만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터널 공사를 망설이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이죠. 만약 그때 절토를 했다면 얼마나 흉물스럽겠어요. 지금 보아도 저 터널 사이로 보이는 클럽하우스가 아주 멋지지 않습니까. 만들어 놓고 보니 흡족합니다. 다녀간 손님들도 많이 칭찬해주십니다. 오죽했으면 환경청장님이 공무원들 모아놓고 골프장을 만들려면 로드힐스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답니다.(웃음)”



로드힐스는 정통 산악형 골프 코스다. 실제 면적은 178만5123.9㎡이지만 골퍼들의 동선은 330만 ㎡에 가깝다. 이는 사유지와 시유지가 코스에 혼재돼 있어 코스를 따라 이동한 다기보다 심산유곡에서 트레킹을 즐기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세 개의 코스는 로드(9홀), 힐(9홀), 레이크(9홀) 27홀로 잔디는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는 켄터키블루그라스, 그린은 벤트그라스, 러프는 페스큐가 식재돼 있고 설계는 드래곤 엔지니어링에서 맡았다.

코스의 각 홀들은 산악형 코스답게 업다운이 심하고 페어웨이가 넓지 않아 호쾌한 장타자 보다는 정확한 단타자가 다소 유리하고 지형을 살리는 설계를 채택하다 보니 도그레그 홀 과 블라인드 홀이 많은 편이다. 거리는 최근에 생긴 골프장치고는 긴 편은 아니지만 매 홀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지 않으면 공략이 아주 까다로운 곳이다. 페어웨이가 넓은 골프장에서처럼 티샷 대충 쳐놓고 세컨드 샷을 붙이겠다는 생각은 예시당초 금물이다. 그린과 페어웨이는 언듈레이션이 심하진 않지만 정확한 티샷을 바탕으로 세컨드 샷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레귤러 온에 이은 파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정신이 번쩍 드는 코스
산지형 골프장이 대부분 언덕을 보고 치면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로드힐스는 언덕에 긴 페스큐를 심어 놓아 언덕에 떨어져도 내려오지 않고 풀에 박혀버린다. 분명히 떨어진 자리를 보고 가서 동반자들과 함께 찾아도 로스트 볼이 나기 일쑤다. 그뿐 아니다. 계곡을 건너서 쳐야 하는 홀, 워터해저드를 피해야 하는 홀들이 많아 거리가 좀 짧은 골퍼나 아이언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골퍼는 물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거다. 힐 코스 3번 홀은 드라이버 거리를 195m 이상 날려야 해저드를 넘겨 페어웨이 안착이 가능하다. 거리가 짧은 골퍼들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홀로 고객들의 불평이 극에 달하는 홀이다. “누가 이렇게 대책 없이 설계했느냐”, “왜 골프장을 짓다 말았느냐”, “장타자들만 파하라는 거냐” 등 애꿎은 캐디에게 화(?)풀이 하는 고객들이 많다. 그래서 김 대표는 3번 홀을 특별 이벤트 홀로 만들 계획이다. 이름하여 ‘상남자 테스트 홀’. 동반 플레이어 전원이 해저드를 넘겨 페어웨이로 안착하면 생맥주를 무제한 제공한다는 거다. 과연 상남자들이 얼마나 탄생할지 기대되는 홀이다. 그야말로 로드힐스는 하수와 고수, 전략가와 비전략가 골퍼의 차이를 여과 없이 여실히 드러내주는 변별력 있는 코스다. 정신이 번쩍 드는 코스란 얘기다. 누군가와 진정한 자웅을 가리고 싶다면 로드힐스가 딱 제격이다. 단, 갈 때는 공을 10개 이상 가지고 가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한편 로드힐스 골프 & 리조트는 관광단지로서의 플랫폼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시유지인 99만 ㎡의 자연휴양림을 비롯해 빌라형 콘도, 승마장, 컨벤션센터 등 레저와 문화를 아우르는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다. 특히 승마는 골프 코스 외곽을 따라 외승 코스를 만들어 말을 타고 야생의 원시림을 달릴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김병천 로드힐스 골프 & 리조트 대표 인터뷰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어요”

김병천 대표는 행정고시를 거쳐 오랜 기간 국정원에 몸담고 있던 공직자였다. 그런 그가 골프장과 인연을 맺은 건 순전히 친구인 신창석 회장 때문이다. 죽마고우인 신 회장이 골프장 건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 대표에게 도움을 청한 것. “3년 전에 골프장 얘기를 들어 보니 심각했어요. 어렵게 제조업하면서 모은 막대한 자금을 지인을 믿고 골프장 건설에 쏟아부었는데 자금은 계속 들어가고 공사 진척은 없고 사업의 사활이 걸린 위기 상황이었죠. 그래서 건설은 잘 모르지만 친구의 어려움을 볼 수만은 없었어요.” 그 후 신 회장과 김 대표는 존망의 위기에 표류하고 있던 골프장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현장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꼬일 대로 꼬인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작은 얘기라도 귀담아 들어 하나하나 실천에 옮겼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김 대표와 신 회장은 골프장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산속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기거하면서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그때 둘이서 속으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를 믿으면서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협의하고 또 설득하고 술 참 많이 마셨습니다.” 그렇게 백방으로 뛰어다닌 김 대표에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곰이 사람이 되려고 100일간 굴속에서 마늘만 먹었다는 얘기처럼 우리도 어떻게든지 골프장을 살려내서 오픈하는 날을 고대하면서 곰처럼 산속에서 딱 100일을 살았습니다.(웃음)”

그런 김 대표의 노력은 빛을 발했고 드디어 지난 10월 1일 긴 어려움의 시간을 끝내고 골프장을 오픈했다. 그가 느끼는 감회는 남달랐다. “저는 공직자로 있는 동안 항공모함에 승선해 있었어요. 가야 할 목표도 뚜렷하고 모든 사람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항공모함이죠. 그 안에 있으면 어지간히 큰 배는 보이지도 않아요. 하지만 어느 날 항공모함에서 내려와 바다를 보니 보이지도 않던 배들이 그렇게 크게 보이던지요. 나도 힘들게 작은 돛단배를 하나 장만해서 어렵게 목표를 정해 바다로 나가려 하니 바람과 파도와 싸우고 큰 배들이 지나면서 만들어내는 바다의 출렁임과 싸우면서 쉼 없이 배를 저어야 조금씩 앞으로 갈 수 있었어요.”

공직에 있는 후배들을 만나면 꼭 항공모함 얘길 해준다며 힘들었던 지난 3년의 시간을 회고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항공모함을 내려온 김 대표에게 더 이상 두려움은 없어 보인다. 그가 가야 할 목표가 있고 함께 갈 든든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저는 다만 친구의 일이 나로 인해 잘못 됐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를 원합니다. 설령 일이 잘못됐다 해도 서로 원수처럼 안 볼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입니다.”


글·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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