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NSIGHT] 금융 위기 후유증 ‘애프터 크라이시스’,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
입력 2013-11-25 15:28:34
수정 2013-11-25 15:28:34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는 어느 때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증권사들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투자자들은 인포 데믹(info-demic·정보 전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햇수로 6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되고 있다. 금융 위기 직후 2009년 2분기에 -2.5%까지 떨어졌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에는 2.5% 수준까지 회복됐다. 대부분 금융 변수는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주가의 경우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일 만큼 상승했다.
기복이 있으나 미국과 유럽 증시 참여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빅스(VIX)와 V스톡스(V-stoxx) 지수도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모든 위험요인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면한 미국 오바마 정부의 예산안 처리와 재정적자 축소, 연방 부채 한도 협상 타결과 국가채무 해결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소홀히 하고 실업률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 국가 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강등될 소지가 높다.
리스크 해빙기 전략은?
이 상황에서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다. 정책 시차가 짧고 위기 극복 효과가 큰 재정지출을 과다하게 한 결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에 도달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고 연방 부채 한도 확대 협상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이먼 민스키 등 각종 위기 이론에서는 최근처럼 정책적으로 위기 극복(부양)과 출구전략(긴축)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은 리스크 관리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한다. 마치 엄동설한에 두텁게 얼어붙은 얼음이 봄이 다가오면서 밑에서부터 녹아 이제는 겉에만 남아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 이 때문에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출구전략 추진을 검토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종전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조만간 실시할 태세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이 받은 금융 스트레스는 위기 극복 과정(부양)과 위기 정리 과정(긴축)에서 비대칭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책적으로 긴축이나 위기 국면에서 한국 등 신흥국들이 받는 금융 스트레스는 약 96%가 선진국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신흥국들도 선진국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근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 시장가격 변동과 보유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 분석기법을 통해 파악하는 위험관리기법으로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분석 도구다. 기존의 위험관리기법이 ‘과학(science)’이라고 한다면 스트레스 테스트는 리스크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일종의 ‘예술(art)’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관리 시스템 없다면 신용등급 하락 감수해야
각국의 경험을 분석해 보면 해빙기에 시장 움직임은 종전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혼돈(chaos) 현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정보 확산과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대응 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시장가격이 거의 불연속적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각종 경제 위기는 정도 차는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책당국과 신용평가사, 투자자도 해당 기업의 위험관리에 있어 단순한 규제 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 테스트 등 갈수록 수준 높은 위험관리를 요구하는 추세다. 이들 국가와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발생할지도 모르는 거액의 손실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경우에는 신용등급 하락, 주가 하락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미국과 유럽 등이 실질적으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국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조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으로는 ‘역사적 사건 분석(historical event analysis)’이다. 이 기법은 과거 발생했던 시장 위기 상황이 동일하게 재발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한다. 대표적인 예로 1987년 10월 19일과 같이 다우지수가 23% 하락한 경우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를 측정한다.
비슷한 각도에서 ‘역사적 사건에 기초한 시나리오 분석(scenario analysis based on historical event)’도 많이 사용된다. 역사적 사건을 현재 상황에 맞게 재조정(update)한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하는 기법이다.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이 기법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감독기관을 중심으로 ‘극단적 시장변동성의 단계별 분석(extreme incremental market moves and tail risk)’을 관할 금융사에 강제한다. 이 기법은 시나리오를 설정하지는 않으나 발생 가능한 시장 변동성의 상황을 단계적으로 설정하고 단계별로 손실을 수량화한다. 대표적인 예로 모든 주식 혹은 부동산 가격이 ±5%, ±10%, ±15%, ±20% 변동한 경우 잠재적 손실의 크기를 측정한다.
‘극단적 사건의 분포에 대한 수량적 평가(quantitative evaluation of distribution and extreme value theory)’기법도 있다. 실제 관찰된 역사적 사건에 기초해 극단적인 사건의 충격을 수량화해 평가한다. 이 기법은 시나리오 분석에서 감안해야 할 특정 패턴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극단적 사건들의 분포를 추정한다.
이 밖에 분석 대상기관의 고유한 포트폴리오, 구조적 위험 등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같은 국가 혹은 기관 고유의 취약점과 최악의 손실 상황을 파악하는 ‘기관 고유의 시나리오 분석(institution specific scenario analysis)’과 학술적으로 많이 활용되는‘극단적 표준편차 시나리오(extreme standard deviation scenarios)’등이 있다.
현재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으나 자신의 테스트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고려하는 시나리오는 시장의 정상적인 변동이 아닌 발생 가능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하고 같은 사건 발생 속도와 지속 기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고 관리층과 상위 경영진은 스트레스 테스트 프로그램의 설계 작업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정상 상황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을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특히 시장과 리스크별로 역사적 사건을 검토해 이를 통해 경험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사항으로는 면역(immunization)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호 조치(protection) 혹은 보험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리스크가 파악됐다면 이를 반영해 가격을 재설정해야 하고, 불가능하면 시장 혹은 사업 부문에서 철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의 실제 활용은 자본 설정(capital charge)보다는 앞에서 제시한 조치를 통해 국가 운용과 기업 경영의 안전을 효율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시장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같은 여러 대응 조치들을 통해 국가 운용과 경영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전과 달리 최근 실시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춰 실시되고 있다. 첫째, 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얼마인가? 둘째, 기초 변수의 단위 변화에 가치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셋째, 변수의 변화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예: 변동성과 상관계수는 얼마나 되는가)다.
처음 두 가지, 즉 위험 노출액과 위험 민감도 측정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에 기초한 리스크 측정 모형으로 충분히 측정할 수 있으나, 세 번째는 리스크 관리자의 예측을 통한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일종의 ‘예술(art)’이다. 세 번째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변수의 변화 정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각국 정부가 직면하는 리스크를 수량화한다.
그동안 금융시장이 얼마나 변동성이 심하고 예측 불허인지를 과거 경험으로부터 보아왔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처럼 정교한 리스크 관리 모형이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리스크 해빙기에는 그동안 단행할 스트레스 테스트와 달리 제대로 설계된 스트레스 테스트의 수행은 효율적 위험관리와 시장 신뢰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제기해온 부동산 등 자산 거품과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과 부채 한도 확대와 같은 재정 위험이 있지만 출구전략은 금융사와 금융시장의 완충 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수익률의 하향평준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적 위주의 영업에 치중하면 도덕적 해이 등에 의한 금융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채, 기업어음을 비롯한 각종 금융 상품을 판매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내외 금융 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증권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최근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인포 데믹(info-demic)’ 혹은 ‘리스크 데믹(risk-demic)’ 현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인 만큼 자신만의 확실한 재테크 목표와 기준을 갖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다 보면 의외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햇수로 6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되고 있다. 금융 위기 직후 2009년 2분기에 -2.5%까지 떨어졌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에는 2.5% 수준까지 회복됐다. 대부분 금융 변수는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주가의 경우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일 만큼 상승했다.
기복이 있으나 미국과 유럽 증시 참여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빅스(VIX)와 V스톡스(V-stoxx) 지수도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모든 위험요인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면한 미국 오바마 정부의 예산안 처리와 재정적자 축소, 연방 부채 한도 협상 타결과 국가채무 해결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소홀히 하고 실업률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 국가 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강등될 소지가 높다.
리스크 해빙기 전략은?
이 상황에서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다. 정책 시차가 짧고 위기 극복 효과가 큰 재정지출을 과다하게 한 결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에 도달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고 연방 부채 한도 확대 협상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이먼 민스키 등 각종 위기 이론에서는 최근처럼 정책적으로 위기 극복(부양)과 출구전략(긴축)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은 리스크 관리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한다. 마치 엄동설한에 두텁게 얼어붙은 얼음이 봄이 다가오면서 밑에서부터 녹아 이제는 겉에만 남아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 이 때문에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출구전략 추진을 검토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종전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조만간 실시할 태세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이 받은 금융 스트레스는 위기 극복 과정(부양)과 위기 정리 과정(긴축)에서 비대칭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책적으로 긴축이나 위기 국면에서 한국 등 신흥국들이 받는 금융 스트레스는 약 96%가 선진국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신흥국들도 선진국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근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 시장가격 변동과 보유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 분석기법을 통해 파악하는 위험관리기법으로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분석 도구다. 기존의 위험관리기법이 ‘과학(science)’이라고 한다면 스트레스 테스트는 리스크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일종의 ‘예술(art)’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관리 시스템 없다면 신용등급 하락 감수해야
각국의 경험을 분석해 보면 해빙기에 시장 움직임은 종전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혼돈(chaos) 현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정보 확산과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대응 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시장가격이 거의 불연속적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각종 경제 위기는 정도 차는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책당국과 신용평가사, 투자자도 해당 기업의 위험관리에 있어 단순한 규제 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 테스트 등 갈수록 수준 높은 위험관리를 요구하는 추세다. 이들 국가와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발생할지도 모르는 거액의 손실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경우에는 신용등급 하락, 주가 하락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미국과 유럽 등이 실질적으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국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조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으로는 ‘역사적 사건 분석(historical event analysis)’이다. 이 기법은 과거 발생했던 시장 위기 상황이 동일하게 재발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한다. 대표적인 예로 1987년 10월 19일과 같이 다우지수가 23% 하락한 경우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를 측정한다.
비슷한 각도에서 ‘역사적 사건에 기초한 시나리오 분석(scenario analysis based on historical event)’도 많이 사용된다. 역사적 사건을 현재 상황에 맞게 재조정(update)한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하는 기법이다.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이 기법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감독기관을 중심으로 ‘극단적 시장변동성의 단계별 분석(extreme incremental market moves and tail risk)’을 관할 금융사에 강제한다. 이 기법은 시나리오를 설정하지는 않으나 발생 가능한 시장 변동성의 상황을 단계적으로 설정하고 단계별로 손실을 수량화한다. 대표적인 예로 모든 주식 혹은 부동산 가격이 ±5%, ±10%, ±15%, ±20% 변동한 경우 잠재적 손실의 크기를 측정한다.
‘극단적 사건의 분포에 대한 수량적 평가(quantitative evaluation of distribution and extreme value theory)’기법도 있다. 실제 관찰된 역사적 사건에 기초해 극단적인 사건의 충격을 수량화해 평가한다. 이 기법은 시나리오 분석에서 감안해야 할 특정 패턴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극단적 사건들의 분포를 추정한다.
이 밖에 분석 대상기관의 고유한 포트폴리오, 구조적 위험 등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같은 국가 혹은 기관 고유의 취약점과 최악의 손실 상황을 파악하는 ‘기관 고유의 시나리오 분석(institution specific scenario analysis)’과 학술적으로 많이 활용되는‘극단적 표준편차 시나리오(extreme standard deviation scenarios)’등이 있다.
현재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으나 자신의 테스트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고려하는 시나리오는 시장의 정상적인 변동이 아닌 발생 가능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하고 같은 사건 발생 속도와 지속 기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고 관리층과 상위 경영진은 스트레스 테스트 프로그램의 설계 작업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정상 상황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을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특히 시장과 리스크별로 역사적 사건을 검토해 이를 통해 경험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사항으로는 면역(immunization)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호 조치(protection) 혹은 보험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리스크가 파악됐다면 이를 반영해 가격을 재설정해야 하고, 불가능하면 시장 혹은 사업 부문에서 철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의 실제 활용은 자본 설정(capital charge)보다는 앞에서 제시한 조치를 통해 국가 운용과 기업 경영의 안전을 효율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시장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같은 여러 대응 조치들을 통해 국가 운용과 경영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전과 달리 최근 실시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춰 실시되고 있다. 첫째, 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얼마인가? 둘째, 기초 변수의 단위 변화에 가치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셋째, 변수의 변화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예: 변동성과 상관계수는 얼마나 되는가)다.
처음 두 가지, 즉 위험 노출액과 위험 민감도 측정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에 기초한 리스크 측정 모형으로 충분히 측정할 수 있으나, 세 번째는 리스크 관리자의 예측을 통한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일종의 ‘예술(art)’이다. 세 번째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변수의 변화 정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각국 정부가 직면하는 리스크를 수량화한다.
그동안 금융시장이 얼마나 변동성이 심하고 예측 불허인지를 과거 경험으로부터 보아왔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처럼 정교한 리스크 관리 모형이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리스크 해빙기에는 그동안 단행할 스트레스 테스트와 달리 제대로 설계된 스트레스 테스트의 수행은 효율적 위험관리와 시장 신뢰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제기해온 부동산 등 자산 거품과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과 부채 한도 확대와 같은 재정 위험이 있지만 출구전략은 금융사와 금융시장의 완충 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수익률의 하향평준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적 위주의 영업에 치중하면 도덕적 해이 등에 의한 금융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채, 기업어음을 비롯한 각종 금융 상품을 판매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내외 금융 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증권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최근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인포 데믹(info-demic)’ 혹은 ‘리스크 데믹(risk-demic)’ 현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인 만큼 자신만의 확실한 재테크 목표와 기준을 갖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다 보면 의외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