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HINA] 중국이 에너지 안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연

중국이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에너지 안보정책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석유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 미국은 최근 자체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중동 석유 의존도가 낮아져 에너지 수입이 줄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원유 수송선 보호가 안보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고, 세계 천연자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 구조도 바뀌고 있다.





두 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공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에너지 안보가 국제 정치외교의중심으로 부상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된 데는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높은 석유, 천연가스 의존도다. 석탄이 풍부하지만 중국의 석탄은 유황 함유율이 높아 대기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중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소비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둘째, 석유, 천연가스의 매장 지질구조가 복잡해서 에너지 개발이 쉽지 않은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셰일가스도 미국보다 복잡한 지층구조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셋째, 중국은 앞으로도 고성장할 것이고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중화학공업이 더욱 대규모화되고 있어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넷째, 경제 발전에 따른 중국 인민들의 생활수준 향상도 한 몫 한다. 특히 자동차 보급 확대가 석유 소비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국제 정치·경제에서 에너지 자원이 정치화되기 시작한 것은 1970~1980년대 두 차례의 석유 위기 때부터다. 에너지로 인해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에너지 공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에너지 안보가 국제 정치외교의 중심이 됐다. 중국은 특히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후속 조치 즉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세와 이라크 침공 때문에 이라크 등 자국의 해외 유전 개발이 수포로 돌아가는 걸 보고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실제 미국은 세계 석유자원의 70%를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에너지 패권을 행사하고 있어 그만큼 중국의 에너지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은 향후 에너지 자원의 공급과 함께 수송로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예컨대 중국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3국 국경이 접해 있는 말라카해협을 통해 80% 이상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아직 이 지역에서의 에너지 안전 수송을 확보할 만한 군사 외교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말라카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유일한 해군력을 갖춘 국가다. 중동 의존을 낮추고 아시아 회귀 전략(pivot to Asia)을 주창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전통 우방이면서 가스 파이프라인을 대고 있는 미얀마에 접근하고 있는 것도 중국으로선 대단히 불편한 요인이기도 하다.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와 수송로 안전 확보
이러한 에너지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예상되는 중국의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다. 이는 당연히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에너지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는 중동 지역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거의 절반이다. 이는 중국 에너지 안보에 있어 향후 커다란 불안 요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공동 석유 개발 및 송유관 건설에 착수하면서 에너지 공급선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진출에 박차를 가해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 비중을 30% 선으로 올리고 있다. 현재 중국의 원유 공급선은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로 확대되고 있다.

둘째,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 확보도 주력 정책 중 하나다. 항공모함 건조를 포함해 최근 두드러지는 중국의 해군력과 공군력 증가 추세는 향후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에너지 자원과 수송로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비로 판단된다. 중국은 자체 해공군력 증강뿐 아니라 원유 수송로 요충지에 위치한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로 해외 해군기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미얀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항구를 목걸이처럼 연결해 자국 군함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적 성공 사례다. 육로 건설도 활발하다. 2006년 위구르자치구의 아라산커우(阿拉山口)와 카자흐스탄의 아타수를 연결하는 송유관을 통해 중앙아시아 원유를 공급받기 시작했고, 말라카해협 우회 전략으로 미얀마의 시트웨 심해기지에서 중국 남서부 쿤밍을 연결하는 2300km의 전략적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셋째, 적극적인 해외 자원 개발정책이다. 중국은 이미 해외 에너지 기업의 인수·합병(M&A), 해외 유전 개발의 지분 참여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 3대 국영 석유 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공사(CNPC)는 2007년 41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페트로 카자흐스탄 석유공사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거대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지리아 유전 지분 매입, 케냐 정부로부터의 유전 탐사 및 개발권 확보 등 아프리카 진출도 활발하다. 넷째, 에너지의 전략적 비축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1990년대 말 국제유가 급등을 경험한 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석유 비축에 관한 노하우 습득에 적극 나섰고, 중국 내 전략 석유 비축 기지 건설을 추진해 현재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광둥(廣東)성 다야완(大亞灣) 등 5개의 비축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다섯째, 금년 초 국무원이 에너지발전 12차 5개년 계획에서 밝혔듯이 비(非)화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매장량이 풍부하고 생산비용이 저렴한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기술력 있는 미국 회사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러시아·아시아·아프리카로 에너지 외교
이러한 중국의 에너지 안보정책의 목표는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외교 우선 대상국도 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에 의해 중동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잉여 석탄을 유럽에 공급함으로써 중동의 천연가스 공급처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하고,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던 러시아는 잉여 천연가스 공급처를 중국 등 아시아로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으로선 러시아와의 협력,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의 호기인 셈이다. 현재 에너지 외교의 최우선 대상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 아프리카 등 산유국이다. 그중에서도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세 품목 모두 공급 상위 10위 안에 드는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국가로서 시진핑 주석이 해외 첫 순방지로 선택하기도 했다. 천연가스, 석탄 공급에서 10위 안에 있는 호주, 인도네시아도 중국엔 중요하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금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의장국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수송 안보에 있어 중요한 인접 국가들과의 수뇌 외교를 더 활발히 할 전망이다. 예컨대 말라카해협의 해상 봉쇄 시에도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인접국의 석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안정적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중국의 에너지 안보정책 강화는 미국과 협력, 마찰 등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2005년 미국 석유 회사인 유노칼(Unocal)에 대해 중국이 입찰 참여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미·중 간의 에너지 안보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후진타오 전 주석 방문 시에 미·중 청정에너지공동연구센터 설립에 합의하는 협력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아무튼 이러한 미·중 간의 에너지 힘겨루기는 특히 아시아에서 활동이 커질 것인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분석과 방향 판단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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