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HINA] 국유기업이 미국·유럽을 따라잡지 못하는 까닭은?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중국 기업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2013년 현재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된 중국 기업은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국유기업의 성장과 개혁 과제를 짚어본다.



포춘은 매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을 발표하는데, 최근 들어 이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중국 기업들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995년 시작할 때만 해도 500대 기업에 속하는 중국 기업은 불과 2개였으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그 숫자가 늘기 시작해서 2013년에는 무려 85개에 달했다. 500대 기업 순위에 가장 많은 기업을 올리고 있는 미국은 2002년 196개로 가장 많았다가 지금은 132개로 줄었고, 중국의 급부상 전에 미국에 이어 2위를 굳게 지켜오던 일본은 1995년 149개로 최고를 기록한 후 계속 감소해서 지금은 62개로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은 금년에 작년 69개에서 16개나 늘어났고, 포춘 10대 기업에 3개 기업이 포함됐고, 순위 기업 수도 10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역전돼 그 차가 확대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 격차는 줄고 있는데 2, 3년 내에 미국과 중국 간에 역전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


보수층에서는 국유기업이 중국 특유의 국가자본주의 모델로 서구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유기업은 중국 경제 고속 성장의 견인차
중국 경제가 잘나간다고는 해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중국 기업들이 커온 것일까.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중국의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하에 고속 성장했으며, 따라서 사실상 정부보조금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어린 시선이 많다. 실제로 포춘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들어간 85개 기업 중 78곳이 중앙 또는 지방 국유기업이다. 자본 소유 구조가 민간 중심인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셈이다. 특히 상위 순위에 속한 기업들은 중국의 4대 은행(중국공상은행·중국건설은행·중국농업은행·중국은행)과 석유 3사(중국석유·중국석유화학·중국해상석유), 통신 3사(중국이동·중국전신·중국연합통신), 3대 국유 자동차 업체인 상하이기차, 제일기차, 둥펑기차, 3대 철강회사인 바오산(寶山)제철, 서우두(首都)제철, 우한(武漢)제철 등 중국의 핵심적 기간산업이 포함돼 있어서 그런 시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물론 수는 적지만 민영기업도 조금씩 순위에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쑤샤깡(江蘇沙鋼), 화웨이(華爲), 저장지리(浙江吉利), 산둥웨이차오(山東魏橋)는 처음부터 민간 자본으로 출발한 기업이란 점이 특징이다. 저장지리는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한 자동차회사이고, 산둥웨이차오는 섬유, 소재, 에너지 등의 종합 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업체다. 모두 1980~1990년대에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약 20년간의 자본, 기술 축적 과정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국유기업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국유기업에 대해서는 중국 내에서의 시각이 둘로 나뉜다. 우선 비판적 시각으로 특히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새 정부 들어서면서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그동안 정부가 준 대자본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매출을 늘려온 것뿐으로 기술 혁신, 경영 합리화 등 자체 노력으로 경쟁력을 획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그 논거로서 첫째, 양적 지표인 매출 증가는 빠르지만 질적 지표인 이익 증가는 신통치 않다. 예컨대 중국석유, 중국석유화학, 중국해상석유 등 대표적 석유 3사의 경우만 봐도 매출 규모는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익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두 자릿수대인 미국, 유럽의 글로벌 석유 업체의 이익증가율에 크게 뒤진다고 비판한다. 둘째, 중국의 글로벌 대기업 중에는 미국, 유럽에 다수 있는 제약, 정보기술(IT) 등 기술집약적 기업이나 문화콘텐츠와 같은 창의적 기업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매출 증가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 글로벌 R&D 최대 투자 기업 1400개사 중 최대는 미국으로 487개이며, 유럽이 400개, 일본이 267개임에 비해 중국은 19개사에 불과하다. 대만 50개사, 우리나라 25개사에도 뒤처진다. 셋째, 브랜드도 취약하다. 금년 ‘월드 브랜드 500’에 랭크된 중국 기업은 14개사에 불과하고 그것도 톱 50에는 하나도 없다. 넷째, 이런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근거로 국유기업 임직원들은 민간기업 임직원보다 임금, 상여금 등이 훨씬 높아 계층 빈부 차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든지 당, 관료들과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라는 점 등이 강한 비판의 대상이다.

반면 국유기업들이 그동안 소유와 경영의 분리, 구조조정과 중소 국유기업의 민영화, 주식제 도입 등 합리화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국유기업들의 노력으로 해외 우량 기업의 인수, 원자재 획득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 인식도 있고, 특히 보수층에서는 중국 특유의 국가자본주의 모델로 서구자본주의와 경쟁해서 우위를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유기업 개혁에 관해서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 1990년대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국유기업 개혁을 밀어붙였던 것처럼 국유기업 개혁에 힘이 실릴 거란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2~3년간 투자 중심으로 경기를 부양했지만 결과는 생산설비의 과잉 투자, 지방 부채의 증가, 게다가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실물 부문 대신 버블 위험이 있는 부동산 시장이나 최근 그림자금융 사태 때 봤듯이 머니게임 상품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전격 발표된 대출 금리 자유화도 은행 개혁을 통해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을 낳고 있다. 시장에선 국유기업의 공과(功過)를 떠나 차제에 중국 경제 및 산업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혁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그래야만 현재 중국 사회 불안의 현안인 계층 소득격차, 부정부패 이슈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개혁 방향은 다음과 같이 예상된다.


국유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첫째, 국유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유기업을 공익성 기업과 경쟁성 기업으로 분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통신, 석유 등 중국 경제의 인프라 성격을 갖고 있는 공익성 국유기업은 민영화보다는 고용, 간부 인사, 분배 개혁 등 경영관리 선진화에 집중하고, 그 외의 경쟁성 국유기업은 자본시장을 통한 효율성 제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바꿔 말하면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둘째, 국유기업의 분배 개혁이다. 국유기업에 대한 비판은 특히 이익 독점이 초점이다. 민영화에 대해서는 의견 충돌이 많아 쉽지 않지만, 이익 독점 타파에 대해선 개혁파든 보수파든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향후 국가에 대한 배당금을 늘리고 그 재원을 활용해서 사회보장, 경제 불균형 시정 재원 등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셋째, 전체적으로는 국유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나간다. 이사회 구성, 사외이사 및 독립이사제 도입으로 외부 감시를 강화하고 국유기업 경영자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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