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S PRIVATE LIFE] 중국 금융계 ‘엄친 딸’ 무한 열정으로 성공 시대 열다

안나 팡 젠 펀드 대표

진정한 ‘엄친 딸’이란 바로 안나 팡(Anna Fang)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중국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Sequoia Capital China) 계열사 젠 펀드(Zhen Fund) 대표를 맡고 있는 팡 대표는 ‘투자의 고수’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 그림, 요리,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의 본보기다.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무한 열정을 과시하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 봤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8월 셋째 주, 중국 베이징의 경제 중심지인 중심상업지구(CBD)에 위치한 차이나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향했다.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의 계열사인 젠 펀드 대표 안나 팡을 만나기 위해서다. 남편, 남동생과 함께 휴가에서 막 돌아왔다는 팡 대표는 살짝 그을린 건강한 피부에 총명한 기운이 느껴지는 밝은 인상의 30대 비즈니스 우먼이었다.

그가 선택한 휴양지는 하이난(海南) 섬 남부에 위치한 싼야(三亞)라는 해변 도시로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 최고의 유명 휴양지다. 1990년대부터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이유인즉슨, 그의 삼촌이 그곳에서 호라이즌 리조트(Resort Horizon)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친은 멘토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
비즈니스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젠 펀드와 팡 대표의 이력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했다. “젠 펀드는 주로 벤처기업들을 위해 창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 기업이며 이제까지 중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50여 개가 넘는 정보기술(IT) 및 교육 서비스 기업에 투자했다”고 전한다. 덧붙여 앞으로 좀 더 창의적인 벤처기업들을 위해 과감히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자란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취득했다. 미국 뉴욕의 JP모건에서 투자은행가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그 후 제너럴일렉트릭(GE) 차이나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개발 계획 및 전략을 담당했던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여러 신규 IT 기업의 창업 컨설팅을 후원하는 이사회 일원이며 컬럼비아대 동남아센터 자문위원 및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베이징 지역 지부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팡 대표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그가 설립한 징옌재단(Jing Yan foundation)을 통해 중국 간수(甘肅)와 허베이(河北) 지역에 위치한 두 개의 초등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사실 팡 대표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중국 금융계의 거물로 최초,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인 ‘호푸 투자관리공사(HOPU 펀드)’의 팡 펑레이(Fang Fenglei) 회장이 아버지다. 팡 회장은 미국 골드만삭스의 중국 내 합작사인 가오화(高華)증권을 설립해 골드만삭스의 중국 진출에 큰 역할을 했던 주역으로 중국 금융계와 정계에 인맥이 가장 넓은 금융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최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자금위탁운용사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를 설립해 부총재도 지냈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팡 대표는 자라면서 가끔 아버지와 투자 금융에 관한 얘기들을 주고받다 보니 그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금융 비즈니스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 항상 영감을 주는 존재이자 멘토라며 그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자기관리 철저한 슈퍼우먼의 라이프스타일
첫 촬영을 위해서 그가 선택한 의상은 심플하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화이트 재킷과 블랙 팬츠. 그 의상들은 ‘블랑 드 치네(Blac de Chine)’라는 중국 명품 브랜드로 중국의 많은 사교 명사들과 셀레브리티들이 즐겨 입는다. 몇 년 전 사촌이 그 기업을 인수해서 브랜드 홍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입었다고 웃는다. 덧붙여 자신의 가족은 중국 전통문화 후원에 적극적이며 아버지 또한 서방 외교관들을 맞이할 때는 중국 정통 스타일의 슈트를 즐겨 입는다고 전한다.


리빙룸에서 포즈를 취한 안나 팡 대표. 블랙과 뉴트럴 계통을 즐겨 입는다.

사실 실리콘밸리의 젊은 IT 업계 종사자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보니 평상시에는 편안한 캐주얼을 즐겨 입지만 투자자들을 만날 때는 꼭 슈트를 갖춰 입는다고 한다. 즐겨 입는 패션 브랜드는 ‘끌로에’로 페미닌하면서도 디테일이 돋보이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패션을 보니 홈 인테리어에 대한 안목도 상당할 것으로 짐작되는바 사전에 집 공개를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이사 갈 집이 아직 공사 중이라 임시 거처는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무실 근처 부모님 댁으로 안내했다.


중국 장인이 제작한 핸드메이드 엘로 로즈우드 가구가 앤티크한 멋을 풍긴다.

현관 입구에 들어서니 팡 대표의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바로 그가 대학 때 직접 그린 자화상이다. 피카소의 영향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는 당시 남자친구와 막 헤어진 직후라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며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자신의 무의식이 그림에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한다.

전망 좋은 널찍한 거실은 중국 장인이 제작한 핸드메이드 엘로 로즈우드 앤티크 가구들과 예술작품들로 장식돼 있어 마치 고급


고급스러운 에르메스 자기들과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안나 팡 대표는 자라면서 가끔 아버지와 투자 금융에 관한 얘기들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융 비즈니스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호텔 라운지를 연상케 한다. 팡 대표의 어머니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여행을 하면서 장식품을 수집하는데 팡 대표가 가장 아끼는 건 바로 한쪽 면을 장식하고 있는 에르메스 자기들. 세계적인 크리스털 명품 브랜드 바카라의 샹들리에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학 때 직접 그린 팡 대표의 자화상.

집 안 곳곳에는 진귀한 예술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수많은 가족사진 액자들 중 그의 결혼식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미국 JP모건에서 일할 당시 직장동료였던 미국인 남성이다. 자신이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고의 조언자 역할을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라며 남편 자랑에 열 올릴 때는 영락없는 새내기 주부의 모습이었다.


팡 대표의 결혼식 때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다이닝룸 역시 중국 캘리그래피(calligraphy)협회장인 아티스트 샤오 삥 런(Shao Bingren)의 작품과 더불어 품격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와인을 좋아하고 요리를 즐기는 팡 대표는 미식가로도 유명한데 주로 스테이크나 파스타, 가끔은 멕시칸 요리를 선보이며 가족들과 다이닝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팡 대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열성 팬. 한방 성분 때문인지 윤택하고 촉촉한 피부를 만들어 주는 자음생 크림과 윤조 에센스는 최고라며 그 덕분에 피부의 윤기와 혈색이 좋아졌다고 극찬했다.

팡 대표는 요리뿐만 아니라 골프, 수영, 승마에서부터 디자인, 그림 실력까지 재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재다능한 그야말로 진정한 ‘엄친딸’이다. 그 일환으로 친한 친구인 캣(Kat)과 함께 직접 제작한 브로슈어를 보여줬는데 외국에서 오는 친구들을 위해 베이징의 핫 플레이스 목록을 담은 일명 ‘K&A 블랙 북(K&A Black Book)’이라는 일종의 관광 가이드 북이다.


팡 대표가 친구와 공동 제작한 베이징 관광 가이드 북 ‘K&A 블랙 북’.

그런 그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피부 관리. 워낙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다 보니 피부 보습에 부쩍 신경이 많이 간다고 한다. 요즘은 엄마와 함께 한국 화장품을 즐겨 쓰는데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의 열성적인 팬이라고 밝혔다. 나이 들면서 의상보다는 화장품 구입에 과감히 투자한다며 항상 얼굴에서 빛이 나야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심플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의 침실.

훌륭한 부모 덕분에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편하게 안주하는 삶은 싫다며 돈에 상관없이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는 ‘넘버원’이 되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히는 팡 대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철학과 목표가 분명하고 당찬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베이징=장은정 라이프스타일 저널리스트│사진 공정식│촬영 협조 설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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